인생을 흔히 드라마에 비유한다. 그러니 배우야말로 수많은 인생을 살아내며 불멸과 편재를 꿈꿀 수 있는 존재다. 30년동안 다양한 삶을 변주하면서도 한국인의 영원한 어머니상이 된 김혜자. <전원일기>로 익숙해진 그녀가 영화<마요네즈>(1999)에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기적이고 천박하며 나약한 영화 속 어머니 모습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김혜자가 연기했기 때문이다. <만추>(1981)이후 17년만에 출연한 영화지만 그는 블랙홀처럼 엄청난 흡인력으로 시선을 빨아들이며 객석을 압도했다. 커피 마시는 몸짓에서 걷는 스타일까지, 그가 창조해낸 인물의 생생함은 관객 저마다 기억 속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마력을 부렸다.
연기자 김혜자는 관객이 한눈 파는 것을 용납 않는 독재자이지만, 정작 실제 모습은 젊어지는 샘물을 마신 영원한 소녀같다. 줄곧 "~어요"로 끝내는 말투, 반짝이는 눈과 가지런한 치열을 보면 그에게 시간은 정지한 것 같다. 고유명사 <김혜자>는 각자 가슴속 애증과 회환, 그리움과 사랑을 길어내며 보통명사 <어머니>가 된 연기자이다.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으로 자리잡은 친근함, 20년이 넘도록 한 회사의 전속 모델일 수 있는 한결같은 미더움, 10여년째 기아난민을 돕는 따뜻한 심성에 대한 칭송은 일단 접어두자.
<마요네즈>에서 김혜자씨는 드라마 <전원일기>, <겨울안개>(1992), <사랑이 뭐길래>(1992), <엄마의 바다>(1994), <그대 그리고 나>(1997)에서 보여준, 연기 잘하는 탤런트 김혜자와는 또다른 깊이와 열기로 관객을 압도하고 있었다. 속되고 나약한 엄마로의 천연덕스런 돌변을 두고 “신기어린, 귀기어린 연기”라는 극찬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주요 수상경력으로는, <만추>로 마닐라국제영화제 최우수여우주연상(83), <19그리고 80>으로 동아연극상연기상(88)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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