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비와 설오름(2008.9.20.토)
(가을의 따라비 오름)
추석으로 인해 산행을 한주 쉬어서 그런지 체중이 좀 는 느낌이다. 입추가 금방인데 요즘 날씨는 고온다습의 한 여름을 닮은 날이 이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직접 농사는 짓지 않지만 가을 추수에 부푼 농심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 온난화’의 문제는 전 인류가 걱정해야 할 문제이다.
오늘도 흐린 날씨에 저녁부터 비가 예보되어 있어 서둘러 출발하였다.
모임 장소엔 2주만에 만나는 분, 그동안 뜸했던 분, 처음 나온 분 모두 모두 반가웠다. 무쏘와 아반떼, 그리고 클릭에 분승하여 출발하였다.
번영로를 달리다가 선흘 서거믄오름 가기전 4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비자림로를 달리다 우회전하여 정석비행장 앞을 지나 가시리에 도착해 일행을 확인하고 따라비로 연결된 농로를 따라 따라비 서쪽 능선 남쪽 밭 앞에 도착하였다.
작년 까지만 하더라도 이 넓은 밭에는 더덕을 재배하고 있어 밭을 통과하기가 껄끄러웠다. 혹시 오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 었다. 그런대 오늘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밭은 휴경지로 놔 두고 있었다. 이 밭을 지나 오름의 서쪽능선을 따라 오르며 가을의 전령들을 살폈다. 산박하, 쥐손이, 이질풀, 기름나물, 골등골나물, 참취, 잔대, 나비나물, 엉겅퀴, 쑥부쟁이, 야고 등이 얼굴을 내밀었다. 부지런히 디카에 담다보니 오늘도 일행과 뒤져버렸다. 서쪽 봉우리에 도착해 보니 일행은 벌써 동쪽 정상에서 쉬고 있었다.
‘오름나그네’(김종철)에 의하면,
모지오름에 이웃해 있어 마치 지아비, 지어미가 서로 따르는 모양이라서 ‘따라비’라 하는가 하면 ‘가시리지’에는 따래비(땅하래비)라 하여 가까이에 모지오름, 장자오름, 새끼오름이 모여 있어서 가장격이라 하여 ‘따애비’라 불리던 것이 ‘따래비’로 와전된 것이라 했고 또한 모지오름과는 시아버지와 며느리 형국이라는 데서 ‘따하래비’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쓰고 있으며, 고구려어에 어원을 둔 ‘다라비’가 원이름이라 한다. ‘다라’는 ‘達乙, 達’에서 온 것으로 ‘높다’는 의미이고 ‘비’는 제주 산명에 쓰이는 ‘미’에 통하는 접미사로 ‘다라비=다라미’ 즉 ‘높은 산’이라는 뜻이고 ‘다라비’가 경음화한 것이 ‘따라비’라 한다고 하였다.
오름 정상에 서면 다른 어느 오름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이하고 색다른 형태를 보게 되는데 넓게 움푹움푹 파여진 3개의 굼부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동서 두 봉우리가 높게 자리하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여러 가닥의 등성이에 여러 개의 작은 봉우리가 이어져 아름다운 곡선을 연출한다.
세 굼부리 중심이 되는 등성이의 중간에 산담을 두른 무덤 하나가 이 오름을 지키고 있는 형국이라 할까?
정상에서 사방의 멋있는 경관을 감상하는 것도 이 오름이 주는 멋이라 하겠다. 맑은 날이면 한라산의 원경의 멋진 모습과 주변의 오름들이 펼쳐 내는 곡선미의 파노라마는 무엇이라 표현 할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하며, 특히 억새꽃이 필 때 남영목장 쪽에서 진입하면 이 오름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닥아 와 감탄하게 한다.
오늘은 날이 흐리고 어두워 그 광경을 다 감상 할 수 없어 아쉬웠다. 정상에서의 간식을 나누고 설오름을 향해 하산하였다.
(따라비에서 본 설오름)
설오름은 오름의 등성마루가 날카롭게 휘진 형태가 호미를 닮았다고 하여 설오름이라 불려지며, 북쪽봉우리와 남쪽봉우리 등성이에 경방초소가 있으며 서쪽 굼부리 기슭 쪽 언덕 밑에는 ‘설오름새미’가 있어 포제시에 이용하였다고 한다.
설오름 진입로 입구인 농장 마당에 도착하여 농장 직원에게 인사를 하는 사이에 어두워지며 쏘나기가 내렸다. 컨테이너 농장사무실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비가 개고 밝아 졌다.
생각을 바꿔 설오름을 오르기로 하였다. 싫은 사람은 차에 남도록 하고 올랐는데 중턱에서 잠간 뒤 돌아 보니 모두 오르고 있었다. 마음 속으로는 ‘그러면 그렇지 포기할 사람들이 아니지’하며 웃으면서 올랐다.
정상에는 다른 곳으로 올라 온 팀이 있어 간단히 인사를 하고 남쪽봉우리를 향해 진행하였다. 한 참을 진행하여 굼부리로 내려 가는 길을 찾으려는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숲에서 대기하였지만 비가 끝날 것 같지 않아 오른 길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오른 길로 되 돌아 가지 않는다’ 는 원칙을 깬 것이지만, 소나기 속을 강행해야 하기 때문 예외다.
비를 맞으며 오름 중턱까지 내려오자 비가 멈추고 날이 밝아왔다. 숲에서 조금만 더 대기하였다면 비를 피할 수 있었을 걸 괜히 걱정하다보니 낭패만 본 느낌이다. 그래도 모두가 즐거워 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하고 농장 직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출발하였고, 번영로변의 ‘길섶 나그네’에서 보리비빔밥과 녹차수제비에 곡주를 곁들인 만찬을 하였다.
* 따라비 : 표고 342 m, 비고 107 m. 복합형. 표선읍 가시리
* 설오름 : 표고 230 m, 비고 98 m. 말굽형(서). 표선읍 가시리
첫댓글 입추는 한참 전에 지났고, 어제 아니면 오늘이 춘분이죠.
가을이라고 보기 어려울만큼 덥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