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이 도대체 뭐지?” 치명적인 암으로 알려진 췌장암은 ‘90일, 사랑할 시간’ ‘눈꽃’ ‘하얀 거탑’ 등 한국 드라마에 잇달아 등장한 단골 불치병 중 하나다. 특히 유명인 중 지난해 7월 ‘스리 테너’의 전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췌장암 수술을 받아 화제가 됐으며, 얼마 전 46세의 젊은 나이에 신장암으로 타계한 탤런트 김주승씨는 97년부터 췌장암으로 투병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췌장암(pancreas cancer)은 말 그대로 췌장(이자)에 악성 종양이 생기는 질환이다. 비교적 드물게 걸리는 암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심각한 암 중에 하나로 손꼽힌다. 좀처럼 초기에 발견하기가 어려운 암 중 하나다.
때문에 대부분 발견은 말기가 되어서야 이뤄지고, 결국 많은 경우 사망으로 이어지게 된다. 초기에 발견한다 해도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은 암이다. 특히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빠른 암이다. 대개 수술로도 어찌해 볼 수 없는 말기에 이르러서야 발견돼 안타까운 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은 그래도 고무적이다. 물론 췌장암으로 판정 받으면 대부분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로 진단 그 자체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이지만, 케이스에 따라 췌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도 건강을 유지하며 예후가 비교적 좋은 환자들도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에 따르면 올해 약 3만7,170명이 췌장암으로 진단받고, 이 가운데 약 3만3,370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췌장암은 또한 남성암 중에서는 폐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에 이어 암 사망원인 중 4번째를 차지한다. 췌장암은 과연 무엇인지, 원인과 증상, 치료 및 예방에 대해 알아본다.
초기 발견 어렵고 수술도 힘들지만 췌장 제거후 예후 좋은 경우도 있어 흡연이나 가공육류 섭취 등 원인추정 수술후 5년 생존 10%… 재발 잦아
■췌장이 우리 몸에서 하는 일 췌장은 약 6인치 정도로 길다. 췌장은 위장 뒤 아래쪽 십이지장과 비장 사이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생각보다는 길쭉하게 생긴 장기다. 췌장은 음식물 중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소화에 필요한 소화즙과 효소를 많이 만들어 두었다가 식사 후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넘어올 때 이미 만들어진 효소를 십이지장으로 배출,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돕는다.
이렇게 흡수된 영양분이 피를 타고 돌다가 각각 필요한 장기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도 갖고 있다. 우리 몸의 당대사를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쉽게 말하면 당대사 호르몬의 내분비선이기도 하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고 반대로 글루카곤은 혈당을 높이는 역할을 해 당뇨병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원인 췌장암은 췌장 속 그물처럼 생긴 췌관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한다. 췌장에서 발생한 암의 90% 이상이 췌관에서 발견된다. 아직까지 췌장암의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흡연이나 식사 등 환경적인 원인과 DNA 손상 등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췌장암 수술을 받은 루치아노 파바로티(왼쪽). 현재 암투병 생활로 팬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최근 신장암을 원인으로 사망한 탤런트 고 김주승씨는 지난 97년부터 췌장암에 걸려 암 투병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숨어있는 ‘췌장’ 조기진단 힘들어
남성이 더 잘 걸리고,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2-3배 위험
특히 DNA 손상으로 악성 종양이 생기는 것이 췌장암의 90% 이상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직까지 왜 DNA 손상이 암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역시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또 나이가 많은 사람,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담배를 피우면 잘 걸린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지난 2005년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 랜들 브랜드 박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1년 내 사망하는 주원인은 바로 흡연이라 밝히기도 했다. 또 소시지나 핫도그 같은 가공육류 제품을 많이 섭취하면 췌장암에 걸일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하와이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가공육류를 자주 먹는 사람은 소량으로 먹는 사람들에 비해 췌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67%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붉은색 육류를 먹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췌장암에 걸릴 위험성이 50%나 높았다. 한편 췌장암의 가족력은 약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요소 대개는 65세 이상 걸리는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발병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다. 또한 흑인에게 많은 암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성이 여성보다 더 잘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흡연 역시 주요 위험요소에 속한다.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2~3배 정도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 과체중, 비만인 경우도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에 비해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고 과일과 야채를 적게 먹는 사람도 췌장암에 걸릴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언제 의사를 찾아갈까 갑작스런 체중 감소, 평범하지 않은 복부 통증, 황달 등 증상이 나타나면 췌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췌장암 역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하지만 췌장암의 주요 증상 역시 다른 질병의 주요 증상이 되기도 하므로 의사의 진료를 받아 다른 소화기계의 이상과 췌장암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사와 진단 사실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려운 암이다. 실질적으로 현재는 효과적인 검진 방법은 없다. 췌장은 위를 비롯해 십이지장, 소장, 대장, 간, 담낭, 비장 등에 둘러싸여 있어 숨어 있는 장기에 속하는데다가 때문에 암이 발생해도 발견하기가 어렵고, 발견해도 늦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췌장암 세포가 생산하는 CA19-9를 혈액 검사를 통해 발견하는 검사가 있지만 이 검사를 통해서도 역시 조기 발견은 어렵다. CA19-9 검사는 악성종양이 없는 담관염이나 담도폐색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수치가 상승될 수 있다.
또한 조기암인데도 여러 수치가 정상인 경우도 많다. 췌장암이 의심되면 복부 초음파를 먼저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병증이 의심되면 CT 스캔, MRI, ERCP(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 EUS(내시경 초음파 검사), 복강경 검사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
■치료 췌장암은 수술을 통해 절제를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10%만 완치에 이르는 수술이 가능한데 이렇게 수술을 받은 환자 상당수도 재발이 잦아 결국 전체 환자의 완치비율은 5%에 그치고 있다. 또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약 10% 정도다. 췌장 주변 장기나 혈관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수술도 매우 어렵다.
하지만 암이 췌장에만 발견된 경우 수술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췌장암, 담관암, 팽대부암, 십이지장암 등 담관과 췌장관이 만나 십이지장으로 들어가는 부위 주위에 발생한 암에 대해서는 췌십이지장 절제술로 치료할 수 있다.
췌십이지장 절제술 후 5년 생존율이 담도암의 경우는 30~35%인데 반해 췌장암은 약 15~20%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췌십이지장 절제 후 장기 생존 환자가 늘어나고 있어 희망적인 시각이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