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원(대홍)의 소개로 이 카페를 알고 와서 처음 올렸던 글이 '문경초등학교를 방문하다'
( 2010. 11. 13.) 였는데...
사실 난 그 이후에 모교를 한 번 더 방문했었다.
그러나 내가 두 번이나 방문한 목적중 하나는 결국 이루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제...
나는 교감 선생님께 안부 인사 겸 전화를 하며, 바쁘신 분에게 좀 어려운 부탁이지만
우리 카페를 한 번 방문해 주십사고 정중히 초대를 했었는데, 워낙 친절하고 쿨 하신
분이라 흔쾌히 OK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 늦가을...
1차 방문기에 이어, 두 번째로 모교에 갔던 이야기를 뒤늦게 여기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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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모교(문경초교)를 방문했을 때 교감 선생님께서 생활통지표를 보려면 학교 수업
하는 날 다시 오라고 하여 몇 주가 지나 나는 다시 학교를 찾았다.
수 십년 만에 학교를 방문하여 어릴 적 뛰어 놀던 곳들을 이곳저곳 둘러 본 나는 아직도
무언가 허전한 구석이 남아있었고, TV 어느 프로에서 본 것처럼 어쨌든 나의 초등학교
생활 통지표를 꼭 한 번 보고싶었다.
이번엔 빈 손으로 가기가 뭣하여 검은콩 두유를 한 박스 사 들고 갔다.
교감 선생님은 나를 알아 보시고 이번에도 반갑게 맞아 주셨다. 고마우신 분...
교감 선생님의 몸에 밴 친절은 흔히 생각되는 근엄한 교사나 공무원 상이 아니라, 첨단
교육을 받은 대기업 영업 임원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의 기록을 찾는 동안 나는 교장실로 안내되어 교장 선생님과 차를 한 잔 하고 잠시 담소
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기록을 찾던 서무담당하시는 분이 기록이 없다고 하네.
교감 선생님과 나는 문서 보관실로 가서 직접 문서를 같이 확인하였다.
그 많은 파일중에 거짓말 같이 "49회"와 "52회" 두 개의 생활통지표 파일만 비어 있었다.
찾고 찾고 찾아도 없었다.
이럴 수가!!
교감 선생님은 이 문서를 담당하시다가 다른 학교로 전근가신 선생님과 장거리 통화까지
하셨는데 그 선생님 말씀이 두 회분의 파일이 학교에 불이 났을 때 소실되었다고...
하필이면 내가 졸업한 "52회" 파일이... 으아...!! TT TT
교장 선생님도 달려 와 아쉬움을 표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만 퉁명스런 말이 튀어 나왔다.
" 아! 이거 정말... 사실은 제 생애의 최고 꽃봉오리가 초등학교 시절이었는데... ^^
초등학교 6년 중 5년간 반장하고, 5학년 땐 연극** 주인공하고, 졸업 땐 문경군 교육장
상 받고..."
(주)** TV 가 없던 시절 거의 유일한 문화시설이었던 문경극장에서 전교생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까지 공연되어
. . . . .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화랑도' 란 연극이었다.
" 그럼 1등으로 졸업 하셨네요."
어느 선생님인가 말을 받아 주셨다.
정말 아쉽다.
어느 누구에게나 어느 시절이건 좋았던 때가 있겠지만...
( 영자도 전성시대가 있었다구... '영자의 전성시대' )
내 인생에서 가장 필름을 되돌려 돌아가 보고 싶고 가슴 깊이 추억이 각인되어 있는 시기는
초등학교 때였는데...
내가 고향을 떠나 멀리 타지에 있을 때도, 외국 근무 나가 있을 때도 아득히 언뜻언뜻
머릿속에 생각나던 시기가 바로 그 때, 그 어린시절, 내고향 문경 그곳이었는데...
40~50년 전의 그 낡은 통지표는.. 바로 내 과거의 흑백필름...
나는 놀부가 자기 논밭 문서라도 잃어버린 것 같은 아쉬움을 느꼈다.
두 번째 학교를 방문하기 전 나는 내 나름대로 생각을 갖고 갔었다.
내 생활 통지표를 받으면...
나는 모교에 대한 조그만 성의와 정감의 표시로 가능하다면 교장, 교감 선생님과 몇분이라도
날씨 좋은 날 송백헌에 정식으로 초대하여 마눌과 함께 정성껏 준비한 조촐한 점심 식사라도
대접하리라...
그러나 나는...
그런 얘기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학교를 나오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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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족 >
사실, 위 글은 가까운 지인들의 카페엔 이미 올렸었다.
그런데 우리 카페에 올리지 않은 것은 일부 내용 중에 본의 아니게 내 입으로 자화자찬(?)하는
내용이 좀 들어있는 것 같아 왠지 여기엔 이글을 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교감 선생님을 초대하고 나선 어차피 언젠간 ( 52회 통지표 소실 등 ) 나올 얘기같아
올리기로 했다.
넓은 이해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