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冠岳山, 631m)
◈ 위 치 : 서울시 관악구, 금천구, 경기 과천시와 안양시 경계
◈ 일 시 : 2011. 02. 12. 07시 토요일, 날씨: 맑음, 바람: 보통, 기온: -10℃
◈ 참 석 자 : 동문산악회원 20명과 동행
◈ 등반코스 : 서울대 공대 뒤 ► 자운암 ► 514봉 ► 관악산 정상
► 연주대 ► 연주암 ► 계곡길 ► 시흥향교(과천교회)
◈ 총 7.5 km, 소요시간 3시간 30분
☞ 연주대(戀主臺)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시의 경관은 가히 일품이었다. 멀리 얼음 속에 묻힌 한강의 푸른 물결이 손짓하고 동서를 잇는 여러 개의 다리가 앙증맞다. 도시 한 가운데 남산타워가 외롭게 서있고 여의도에는 63빌딩이 우뚝 솟아있다. 과천시내와 안양시가지도 장난감처럼 보였다. 김포공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의 궤적이 한가롭다.
우리가 치악체육관을 출발한 것은 7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문막에서 이복녀 대원을 태우고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서울로 올라가는 방향은 수월했으나 내려가는 방향은 만만치 않았다. 덕평휴게소에 잠시 들려다가 경부선을 타고 과천을 지나 사당동으로 들어섰다. 서울대 정문의 시웃자 표시를 지나 직진하여 공대뒤쪽으로 올라갔다. 윤길수 대원이 한번 와보았다며 길 안내를 했다. 자운암 방향으로 돌아 올라가 시내버스 회차하는 곳에서 하차를 했다. 시계는 9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하늘은 맑고 좋았으며 바람은 약했으나 간혹 찬바람이 불어와 볼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들머리는 여러 군데라 일정치 않아 등산객을 따라 철망 사이로 적당히 올라가기로 했다. 조경준 부대장이 선두에 서고 내가 김성민 막내를 대동하여 후미를 책임지기로 했다. 20명의 단출한 일행이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참나무 사이를 비집고 오르다 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오른쪽은 계곡길이라 버리고 직진하여 능선을 택했다. 이곳은 계속 되는 암능이라 조심해야 했다. 다행히 바위에는 얼음은 없었으나 응달진 구석에는 얼음이 숨어있었다. 바위산의 재미를 만끽하며 바람을 안고 숨을 몰아쉬기 위해 허리를 폈다. 이따금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어 이곳이 서울임을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의 왕래가 적어 산행하기에는 수월했다.
줄을 잡아당기고 네발로 기어가며 양 손의 스틱이 다소 불편하기고 했으나 릿지산행의 쏠쏠한 흥분을 감출 수는 없었다. 다소 위험하기도 했으나 바위의 틈이 많아 손과 발을 이용하면 누구나 오를 수 있어 좋았다. 제법 땀방울이 등허리를 타고 흘렀다. 이마의 땀을 훔쳐대며 기상관측을 위한 레이더가 솟아 있는 정상을 바라보았다. 건너편의 삼성산과 갈딱고개를 눈 사이로 집어넣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선두의 조경준 부대장이 연신 무전기로 호출을 했으며 그때마다 김성민이 응답하느라 바빴다.
정상이 가까울수록 전망은 더욱 좋았다. 북쪽의 잔설이 흐트러진 마음을 달래주고 이따금 찬바람이 볼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 잠시 휴식 중에 서울 산다는 등산객에게 김걸한 선배와 하산 길의 방향을 물어보았으나 신통치 않았다. 원주에서 왔다하니 자신도 주문진 출신이라며 열심히 가르쳐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뒤로한 채 선두를 따라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계속되는 바위와 좁은 산행길이 녹록치 않았다.
11시를 조금 넘겨 우리는 정상인 연주대에 도착했다. 그러나 정상 부근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비탈진 암벽의 정상을 끼고 사면에 큰 바위를 세워 놓았다. 그곳에 ‘관악산 629m’ 표시가 음각되어 있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어렵게 단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위를 기어올라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사방이 훤하게 잘 보였고 기분 또한 상쾌했다. 일행은 오른편 아래 암자를 향했다. 호기심에 따라 내려가려하니 일부가 올라오며 기도를 하기위한 사람들로 장소가 비좁아 어수선하다며 다시 올라가라고 했다.
연수대에서 인원을 파악한 후 연주암을 거쳐 시흥향교 과천청사 쪽으로 하산키로 하고 방향을 잡았다. 조금 내려와 연주암 못 미쳐 너른 공터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자리를 펼쳤다. 햇살이 따스하게 쏟아져 분위기를 마련해 주었고 황의순 대원이 건네주는 복분자 한잔에 정신을 빼앗겼다.
12시 본격적인 하산을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연주암은 생각보다 큰 사찰이었다. 이곳에서 바라다 본 연주대 바로 아래 솟아 오른 바위 사이에 지은 작은 암자는 불심을 알기에 충분했다. 누구도 그곳에 그런 암자를 지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놀라움도 컸다.
계곡을 끼고 내려가는 가파른 길은 돌계단으로 얼음이 남아 있어 아주 조심스럽게 발을 놓아야만 했다. 자칫 한 순간 방심하여 얼음을 밟으면 그대로 나가자빠지는 꼴사나운 형상을 만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래쪽으로 고개를 숙이고 바짝 마른 돌만을 골라 디딤 발을 놓아야 했으니 모두 말이 없었다. 한동안 침묵의 강이 흘렀다. 이런 정적을 깬 것은 등산객들의 떠드는 웅성거림이었다. 오후고 날이 좋아서인지 올라오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으며 특히 용인대 태권도장 소속의 아이들이 무더기로 몰려서 올라오고 있으니 말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 힘들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으나 사범의 독려에 힘을 내고 있다.
늘어선 이정표에는 ⇦연주대 2.0km ⇨시흥향교 1,6km 표시가 보였다. 어느 곳에서는 왕래하느라 잠시 기다려야 했으며 계곡의 얼음이 허연 속살을 드러내 놓은 채 웃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케이블카가 연신 오르내리고 있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기온이 올라가는지 땀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1시 10분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는 곳에 도착했으며 매표소도 보였다. 임기사의 지시에 따라 과천교회를 찾아 왼편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갔다. 버스에 도착한 시간은 1시 30분이다.
뒤풀이 장소가 마땅치 않아 일단 출발하였다. 경부선으로 하여 여주에서 내려 일반 국도를 따라 삿갓재를 넘어 문막 초입의 대둔리 쪽 길 옆 공터에 자리를 잡았다. 아직 해가 남아있어 그런대로 찌개를 끓이고 하여 모두 둘러앉았다. 출출하던 차라 맛이 죽인다며 소주 한잔을 가득 부어 안전산행의 고마움을 담아 건배를 외쳐댔다.
관악산의 추억이 술잔에 남아 있어 눈에 선했다.
첫댓글 原高 元高 산행기 읽으며 그날을 다시 떠올렸읍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