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가던 그 때... 해마다 정초가 되면 길을 나서곤 했다.
1월1일 동해를 뚫고 치솟는 붉은 해를 보잡고자는 마음에서 나섰던 길...
푸르름의 대명사 속초 앞바다는 물론이고 눈이 시리도록 하얀 꽃눈을 피우고 있는 설악산, 소설 태백산맥의 중심인 지리산,
무주구천동의 어머니 덕유산, 광부들의 삶이 묻어나는 태백산, 토끼 꼬리를 닮았다는 포항, 한반도의 마지막 땅끝마을...
기억의 페이지에 남겨지지 않을 정도로 해돋이를 위해 떠났던 곳은 여러 곳이다.
미끄러지면 죽는 줄도 모르고 절벽으로 난 눈길을 오르기도 했고, 너무 추운 날씨로 인해 차안에 넣어둔 김밥이 꽁꽁 얼기도 했고,
길이 막혀 도로위에서 밤을 하얗게 새우기도 했고, 폭설로 인해 가던 길을 되돌아섰던 일도 있고, 너무도 아름다워서
그냥 두고 돌아오기엔 너무 아름다워서 1박을 하기도 했고, 얼음을 깨고 그 밑에 흐르는 물로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던 일은 다반사고,
눈 속밑 바위아래서 잠들어 있는 개구리를 깨워 요기를 채우기도 했고, 떠오르는 해를 놓치지 않겠다고 기를 쓰며 산자락을 오르던 기억,
바람이 몸씨 불어대던 날 쓰레기장에서 그리고 화장실안에서 불을 지펴 밥을 하던 기억...
그 어느 순간이나 부족함이 없는 즐거움과 포만스러운 행복에 겨웠던...
그 기억속에 담겨진 사람들이 보고싶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도록...
베트남에 와서 아침 바다를 뚫고 떠오르는 해를 본 기억은... 몇 년전 하롱베이를 제외하곤 없는 듯하다.
호치민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그러나 시내에 산이 없다. 산은 커녕 낮은 구릉도 없다.
차량으로 두어시간을 내달려도 나타나는 것은 오직 끝없이 펼쳐지는 평야일 뿐이다. 바다와도 상당히 멀다.
차를 이용하여 두세시간은 넉넉히 내달려야 하고 그것도 동해를 보자는 것이면 4시간여를 쉬지않고 달려야 한다.
그래서인지 바다위의 붉은 해란 기억속에 없다. 생활탓도 있지만...
그져 평평한 호치민에선 아침 해란 건물 위로 이미 얼굴을 내민 것 뿐이기 때문이다.
어찌하다가 나짱을 가게 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이미 친구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이후부터 줄곧 내곁에 있었던 친구와 해후를 하였다.
처음 한국의 속초 앞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떠오르는 해를 만난 후... 그로 인해 시름이 사라지고 새로운 활기를 찾게 된후부터
친구하기로 맘 먹었다. 내 일방적인 결정이지만 그는 해마다 '너의 일방적인 결정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듯이
찾을 때마다,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 주었다. 그냥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엄청 큰 기쁨이 되었었다.
그렇다. 나는 나짱에서 그 친구... 해돋이를 만난 것이다.
나짱에 가면 꼭이나 해돋이를 하여야겠다는 계획도 없었다. 그럴만한 여유도 기회도 없었고 해돋이와는 먼거리에서
한동안 살다보니 해돋이가 되겠구나라는 짐작조차도 없었다. 그런데 그 나짱에서 우연하게 해돋이를 할 수가 있었다.
나짱 여행길에... 일정보다 일찍 도착한 기차, 늦은 아침부터 잡혀있는 하루 일과... 딱하니 뭐하나 할것이 없어 그냥
어둠속에서 밝음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내딛다가 맞이하게 된 바닷가에서의 아침이었을 뿐이다.
기분이 야롯하고... 한동안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잃었던 그 무엇인가를 찾아낸듯 싶은 희열이...
나로 하여금 한없이 카메라 셧터를 누르게 하였다.
바로 아래 사진들이다.

나짱 역전에서 동녁을 바라다 본 광경.
멍한 기분으로... 아직도 열차속에서 흔들렸던 그 흔들림의 여운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찍어보았다.
호치민에서는 이런 아침을 맞아본 적이 없다.


베트남에도 엘빙 바람이 강하게 밀려 들었다.
또한 이들은 본래부터 해가 뜨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한국이야 아침형 인간이라는 이야기가 등장하였지만 이들은 출근이라든지 등교 혹은 농사와 공사장에서의 일꺼리도
이른 아침, 동트기 전부터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시작된다.
한국이야 아침을 여는 이들이라고 해서 우유배달부, 신문배달원 그리고 청소부...를 말하지만
베트남은 모두가 그렇게 이미 아침형 인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삶에 여유가 있는 이들은 아침 운동을 한다. 조깅도 하고 부부간에 나와서 베드민턴도 즐기고
호치민주석이 평소에 그러했다해서 이들도 덩달아 기 체조를 하곤 한다.
해서 이른 아침, 빈터와 공원에 나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길을 걷다가 발견한... 지난 밤의 비바람에 꺽어진 나무가지.
그 굵기가 날씬한 사람의 허리쯤은 돼보였는데... 쩍 찢어지고 갈라지고 부러졌다.
빗물이야 이미 흙속으로 스며들어 물끼만 남켜놓고 있지만 바람의 세기가 얼마나 컸었는지 이 나무를 보고 짐작해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꺽이우고 찢어지고 부러진다는 것은... 안스러운 일이다.

지난 밤에 뭔 일 있었어? 하듯 상괘한 아침햇살이 나짱 대성당의 지붕위로 내려앉고

나짱 대도로에 위에선 어둠을 밀어내고 있다.

지난 밤에 서럽도록 울어대며 으르렁 울음장을 동반한 비가 내렸던 탓에 공기는 맑고 거리도 맑고
내 느끼는 기분마져 맑음으로 가득하다.

나짱 역전에서 나짱 바닷가까진 걸어서 20여분이 넘는 거리...
그 거리를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는 동천에 걸려있을 뿐이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려주듯이... 말이다.

아침의 서기를 받으려는 듯이 현지인들이 체조를 하며 한껏 팔을 벌리고 있는데...
이런 줄 알았다면, 이럴 줄 알았다면 한 걸음에 달려왔을 것을...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난 것처럼 설래이는 마음...
조금만 더 빨리 왔었드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어디로 갈것인가 망설이며 미적미적거렸던 자신에게 꾸지람을 내놓는다.
곧이어 변명... 이럴 줄 알았남? 이렇 줄 았었으면...
하긴 이렇게 생각속에 없었던 만남이기에 더욱 반가웠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침 해와 바다 그리고 구름과 산


구름속에서 살며시... '오랬만이야~' 하면서 수줍게 인사하는 뜻한 예전부터의 내 친구 해...
그는 항시 내 곁에 있었는데... 그를 잊고 살었던 시간으로 인해 미안함을 넌지시 내미는 나...


산자락에 걸려 있는 구름

청량한 바다위로 놓여있는... 나짱 시내에서 빈펄랜드로 들어가는 케이블 카.

한 낮의 뜨거움을 피하여 시원한 아침을 걷도 있는 이도 있었고

유러피안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해돋이를 즐기고 있는가 하면

아예 작정한 듯이 제대로된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을 비롯한 유럽인들은 파도를 만끽하고 있다.
나짱의 아침은 이렇게 시원하게 화려하게 그리고 부산하게 시작되고 있다.


오랬만에 자신을 찾아준 사람을 위해 한껏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햇...님.
고마워... 반가워...
그리고.... 미안해~~
첫댓글 잘보았습니다. 항상 좋은 내용과 사진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