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오디세이
지난 80년대 중반에 미 중서부 캐나다 바로 아래 노스다코다 주에서 교수 생활을 막
시작하였을 무렵, 하와이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출장 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그 신청을 우리 학장이 주지사 사무실로 보내고 있었다. 주 규정에 주 공무원이
‘overseas’로 출장을 가면 주지사의 허락이 필요하였기 때문이었다. 반면 바로 위에 있는
캐나다로 가면 그런 절차가 필요 없었다. 왜냐하면 문자 그대로 하와이는 overseas,
즉 over the sea에 있고 캐나다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외국 여행도 아닌데,
더구나 외국인 캐나다는 마음대로 다니는 데 하는 의아심이 들었다.
당시 나는 ‘overseas’하면 ‘해외의’, ‘외국의’ 뜻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도 민중 영한
사전에는 ‘바다 건너 (across the sea)’라는 entry는 없고 ‘go overseas’는 ‘해외로 가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반면 Webster’s 영영 사전에는 ‘abroad’, ‘over or beyond the sea’,
그리고 마지막에 ‘foreign’이 있다.
이런 나의 영어 버릇은 지금도 계속된다. ‘replace’하면 ‘대신하다’, ‘대체하다’이고
‘replace A with/by B’ ‘A를 B로 대체하다’로 굳어져 있다. 그런데 replace의 어원은 re+place로
place again이다. 즉 “I replaced the cup carefully in the saucer.”는 ‘나는 컵을 조심스럽게
찬장에 넣었다.’라는 표현을 보면 새롭다.
‘produce’는 ‘생산하다’로 의심에 여지가 없었다. 그 결과물은 product이고 GNP에 Products…
내 분야라고 생각해 왔다 (It has been in sort of my element). 그런데 지난 90년대 아일랜드
작가 James Joyce의 단편에서 이런 쓰임새를 보고 놀랐다:
Then he drew off his glove, produced a small book from his waist, licked the lead of his
pencil and made ready to indite.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그러고는 장갑을 벗고, 허리춤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들더니,
연필심에 침을 묻혀 가며 적을 준비를 했다.
즉 ‘produce’가 ‘꺼내다, 제시하다’라는 뜻이었다. 사전에 ‘put/bring forward to be looked at
or examined’로 나와 있지만, produce도 어원적으로는 pro+duce이니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 당시부터 이런 저런 이유로 영어 단어장을 컴퓨터에 만들기 시작하였다. 그 동안 별 진척이
없다가 요사이 꽤 노력을 들이고 있다. 왜?, 그 이유야, 여러 분도 다 느낄 수 있으리라고 짐작한다 (Your guess is as good as mine). 나중에는 우리 말 단어장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영어 단어장을 만들다 보면 다른 것과 달리 그 ‘정답’이 상대적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특히 ‘왜 월 마트는 성공하고 케이 마트는 실패했는가?’ 같은 의문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많은 기업들이 경쟁하는 산업보다는 하나나 서넛이 경쟁하는 독점이나 과점 등 독과점
산업이 더 현실적이다. 많은 기업들이 경쟁하는 경쟁산업이 한 두 기업이 시장력을 갖는
독과점 산업이 되면 제품가격도 높아지고 생산량도 줄어든다. 이렇게 독점에 따라 사회가
입을 수 있는 피해를 ‘deadweight loss’라고 정의한다. 이를 이번에 학생들과 논의하다 보니
‘사중(死重) 손실’, ‘자중(自重) 손실’로 표현하고 있었다. 처음은 dead, weight 번역이고
deadweight가 민중사전에 ‘자중’으로 나와 있었다. 문자적 해석들로 ‘deadweight loss’로
표현하는 것보다 얻을 수 있는 한계혜택이 없어 보였다.
Joseph E. Stiglitz의 경제원론을 “스티글리츠의 경제학”으로 완역해서 나온 책을 보니
‘경제적 순손실(deadweight loss)’로 번역하였다. 옳은 방향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독점의
사회적 손실’로 하고 싶지만. 중고 차는 새 차와 달리 그 질을 판명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새 차도 그 운명(?)을 모르지만 제조업자나 구매자나 다 똑 같이 모른다. 그러나 중고 차는 팔려고 하는 사람이 살려는 사람보다 그 차에 대하여 더 잘 안다. 이 환경 하에서 사는 사람은 파는 사람의 동기를 의심하고 이에 파는 사는 사람은 제시되는 가격에 불만이고 거래 성사가 어렵다. 이렇게 시장에서 거래가 어려운 중고차 등을 ‘lemon’이라고 한다. Lemon이 구어로 불량품이기 때문이다 (반면 plum이나 peach는 좋은 것이라는 뜻이고). 이 책에서는
lemon을 개살구로 번역하고 있다. 겉으로는 살구처럼 보이지만 먹어보면 신 개살구…
‘adumbrate’라는 단어가 있는데 나도 예전에 제임스 조이스 작품 문학비평들을 읽다가 알게 되었다. ‘윤곽을 나타내다’라는 뜻으로 ‘outline’과 유사하다. 그런데 윤곽을 어렴풋이 나타내고,
미래를 예시하는 함축성을 내포하고 있다. 예컨대 조이스가 20대에 쓴 단편들은 나중에 그가
쓴 대작인Ulysses의 예시라고 본 것이다. 아니면 조이스가 나중에 그가 쓸 대작의 윤곽을
그의 초기 단편들에서 슬쩍 똥겨준 셈이다. 그래서 ‘adumbrate’, ‘윤곽을 슬쩍 퉁겨 주다’로
알고 있었는데 사전을 보니 ‘윤곽을 슬쩍 똥겨 주다’가 맞다.
이젠 영어를, 아니면 우리말을? 이래서 영어 밖에 모르는 자 영어도 모른다고 누가 말했던가?
우리 말을 잘 하려면 영어를 알아야 한다?
아니면 셰익스피어가 노래한 그 시절이 아니어서?
My salad days,
When I was green in judgment.
(--- Shakespeare, ‘Antony and Cleopatra’)
나의 풋내기 시절이여,
판단에 있어서 푸르던.
첫댓글 난 영어땜에 무한한 시간과 무수한 돈을 들였는데 난 왜 안될까?
미국 어학원(ELS)에서 시험을 보면 100점만점에 110점(보너스문제까지)을 맞으니 선생이 컨닝하는 줄 알고 그 다음 시험볼땐 맨 앞줄에 앉히던데... 아무튼 2개월에 걸쳐 9등급까지 우등으로 졸업하고 대학원과정까지 1개월 더하고 미국 씨그램사에 가서 2개월여 영업사원들하고 돌아다녔는데 그땐 한두마디 그렇저럭 씨부렁걸고 다녔는데 물건너 귀국하니 까마득이 까먹고 한마디도 안되는거야. 답글은 지난번 올려준 영문을 공짜 컴퓨터 번역기가 번역한 것인데 몇점이나 되는지 한번 채점해 보셔.
우린 written not spok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