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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득력 높은 탈핵 글쓰기 -----------------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
I. 설득력 높은 탈핵 글쓰기를 위한 기본 조건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
정확한 사실관계가 뒷받침될수록 그 글의 영향력과 설득력은 높아진다. 아무리 훌륭한 내용을 담고 좋은 문장으로 구성했다고 하더라도 사실관계(팩트)가 바르지 않은 부분을 포함하고 있으면 글 전체 가치와 신뢰를 잃게 된다.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라든가 신뢰성이 떨어지는 자료를 인용한다면 그만큼 그 글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2. 논리적으로 튼튼해야 한다.
논리적 단절이나 허점, 비약이 없도록 해야 한다. ‘좌우간’ ‘아무튼’ ‘어쨌든’ 등은 논리적 흐름을 끊고 일관성을 흐리고, ‘그리고’ ‘또’ ‘그러나’ ‘그래서’ 등은 억지로 논리를 이어가려고 의도가 보인다. 접속사가 많은 글은 그리 논리적이지 않다. 논리가 부족할 때 그런 접속사가 자꾸 떠오른다. ‘우리’ ‘국민’이라는 말로 의견을 일반화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반대한다’는 억지이고, ‘국민 70%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얘기도 논리 전개에서 보조적인 요소일 뿐이다. 국민 70%가 반대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3.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주어와 술어가 분명하고 수미가 상응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문장을 짧게, 단문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고유명사는 반드시 확인해서 첫 번째 언급할 때 공식 명칭을 밝혀야 한다. 한수원은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문화재단은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라고 처음에 쓴 뒤에 약칭이나 범칭을 쓰는 습관을 기르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참여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연대) 등처럼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은 그 글의 성격이나 용례에 따라서 약칭을 쓸 수 있다. ○○ 선생, △△ 사장 등은 곤란하다. 어느 기업의 사장인지, 전 사장이면 처음 언급할 때 밝힐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제안하자면 형용사, 부사 사용을 자제하는 습관을 기르자. 전체적으로 정확성과 설득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4. 중립성·객관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한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 유리하다. 진영 논리를 바탕으로 하거나 반대편을 무시하는 태도는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어떤 논점을 갖든 반대편 주장을 충분히 반영하는 게 옳다.
5. 논점이 분명한 게 좋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명료해야 한다. 양비론이나 양시론보다 최종적으로는 한 가지 입장을 선택해서 명확한 결론이나 메시지를 던지는 글이 되도록 한다.
II. 글로 남을 설득하는 방식
글쓴이가 주장하는 바가 포함된 글로서는 신문 사설이 대표적이다. 독일 에밀 도비파트는 사설을 내용에 따라 투쟁형, 주장형(성명형), 해설형(강의형), 회고형, 전망형, 성찰형(명상형) 등으로 분류한 바 있다. 이를 탈핵 글쓰기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유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선동형 글쓰기
읽거나 듣는 사람에게 분노나 저항심이 생기게 하려는 글이다. 결의문, 격문 등이 여기에 속한다. 보통 자기 진영의 결속을 다지거나 행동에 나서기를 촉구할 때 사용하는 유형으로서, 반대 진영이나 제3자에게는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
2. 주장형 글쓰기
객관적인 사실을 들어 다수를 설득하는 글이다. 자기 진영을 제외하고 일반 대중, 나아가서 반대 진영까지를 대상으로 할 수 있다. 개탄형 비분강개형, 비판형, 지지형, 대안제시형, 관심표명형, 전망형 등 여러 가지로 세분할 수 있다.
3. 해설형 글쓰기
매우 난해한 문제나 까다로운 사건에 대해 인과관계나 관련성을 풀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글이다. 설명하려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용어 선택이나 표현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대중을 상대로 한다면 의무교육(중학교 과정)을 받은 사람이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할 것이다.
4. 감상형 글쓰기
주관적인 경험이나 느낌을 담아 읽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글이다. 수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신문기사 작성 4원칙
다른 의견을 존중하자
중립적·객관적 표현을 쓰자
친절하게 쓰자
이야기를 포함하자
*사설을 잘 쓰려면(김호준, 사설이란?, 상남문고)
멋진 설계도(기승전결)가 있어야 한다.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한다
문장은 간명해야 한다
주장이 분명해야 한다
정확해야 한다
순수해야 한다
III. 설득력 높은 글쓰기 기법
읽고 싶도록 만들어라
유인책
(신선함) 새로운 얘기를 하라
(평범함) 생활에 와 닿는 얘기를 하라
(명료함) 쉽게 얘기하라
(특별함) 호기심, 궁금증을 유발시켜라
2. 계속 읽게 만들어라
유지책
(스토리텔링) 끝까지 읽게 만들기 위한 테크닉 가운데 하나
(글맛)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문체 구사
(정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라. 지적 호기심 충족, 피부에 와 닿는 생활 정보
(평이성) 쉽게 설명하라. 어려운 내용은 과감하게 생략하라
3. 공감하게 만들어라
공략책
(정확성) 팩트는 생명이다
(논리성) 논리적 연결성
(신뢰성) 내용은 강하나 표현은 부드럽게
(명료성) 자신 있고 분명하게
4. 기억하게 만들어라
지속책
(어록) 주장이나 메시지를 압축한 경구로 끝을 맺는다.
(제목)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는 글은 기억되지 않는다
(여운)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이나 표현이 오래 간다
(반전)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흥미를 높인다
IV. 교열에서 자주 지적하는 비문과 오류
<비문의 요소>
1. 피동형
2. ~의, ~들의 남발
3. 잦은 접속사 사용
4. 주어 실종 또는 모호성
5. 명사로 끝나는 문장
6. 긴 수식구
<자주 발견되는 맞춤법 오류>
~던지 *하던지 말던지 나는 모른다
~든지 : 선택, 무관
~던지 : 회상. *얼마나 반갑던지 눈물이 나왔다.
바램 *꼭 꼭 들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바라다의 명사형은 바람. 바램은 색이 변하는 것.
탓 *친구가 신호위반을 하면서 난폭운전을 한 탓에 아슬아슬하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탓이 아니라 덕 또는 덕분, 덕택. *그가 비행기를 놓친 것은 교통체증이 극심했던 탓이다.
장본인 *그는 반대의견이 대세였던 간부회의에서 탁월한 논리로 공사를 관철시킨 장본인이다.
장본인은 물의를 일으킨 인물을 지칭하는 등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말. ‘주인공’이 적절하다.
윈도우 -> 윈도
외래어 표기 준칙에서 이중모음은 쓰지 않는다.
행사를 치루고 나서 저녁에 들르겠다.
치루다 -> 치르다
들리다 -> 들르다
고향을 떠나온지 어느덧 10년, 올해는 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
ㄴ지 -> ㄴ 지
ㄹ 지 -> 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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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주요신문 사설>(4월30일자 조간)
▲경향신문 = 투자 늘린다고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안된다 /
민주당, 이대로라면 간판 내릴 각오해야 /
원세훈 소환, 진실 규명의 시작일 뿐이다
▲국민일보 = 원세훈 전 원장 소환, 국정원 새로워질 기회 /
갈등 초래할 수 있는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
한갓 고가사치품에 휘둘릴 게 뭔가
▲동아일보 = '안전 철수' 약속 깨고 7명 볼모로 잡은 북 /
일, 주권회복 기념 앞서 주권찬탈 반성부터 해야 /
룸살롱서 쓰는 불건전 접대비 년 9237억 원
▲서울신문 = 국회, 경제회생 대책 발목 잡지 말라 /
개성기업 피해 범사회적 지원으로 이겨내야 /
국가 미래 우울하게 하는 청소년 자살충동
▲세계일보 = 텅 빈 개성공단, 북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 /
북에 억류된 국군포로, 전면적인 실태 파악 나서야 /
국회의원ㆍ법조인 '특권 내려놓기' 그렇게도 아쉬운가
▲조선일보 = 개성공단 철수 이후도 중요하다 /
아베 정권 '주권회복의 날' 행사가 노리는 것 /
인턴을 '저임금 노동 착취 수단' 삼는 기업 방치말아야
▲중앙일보 = STX의 위기…대기업 구조조정 시금석 돼야 /
식당 사이의 거리를 정해주겠다는 동반성장위 /
노사정 회의, 실질적 일자리 대책 내놓아야
▲한 겨 레 = 개성공단 정상화, 정부 노력에 달렸다 /
재계의 도 넘은 경제민주화 입법 저지 로비 /
죽어가는 진주의료원 환자부터 살려라
▲한국일보 = 개성공단 이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 정치개입 명확히 밝혀야 /
노사정회의체 일자리 늘리기 대타협 기대
▲매일경제 = 조단위 대형 투자 이끌어낼 규제 완화 해보라 /
한국도 실리콘밸리식 엔젤 생태계 갖춰야 /
박근혜정부 노ㆍ사ㆍ정 대타협이 지향해야할 길
▲서울경제 = 송전탑 건설 못해 전력대란 자초해서야 /
무슨 염치로 세비는 꼬박꼬박 받는지 /
텅빈 개성공단 2ㆍ3차 피해 대책 서둘러야
▲한국경제 = 봄맞이 행사 바빠 국회에 못나온다는 의원님들 /
프랑스 올랑드 정권이 1년 동안 배운 것들 /
정부가 왜곡한 벤처 생태계부터 바로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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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과 언어 놀음
서울 세종로에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5·16을 ‘군사정변’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정변은 비합법 수단으로 생긴 정치상의 큰 변동을 일컫는 말로 아무래도 쿠데타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그런데 영문으로는 ‘coup(쿠데타)’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원자력이란 말도 비슷한 경우다. 원자력은 핵에너지란 용어가 풍기는 부정적 이미지를 부드럽게 바꾼 순화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는 원자력은 원자가 갖고 있는 힘 또는 그 작용과 사실 아무 관계가 없다. 원자력발전소는 원자핵이 붕괴할 때 생기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핵발전소라고 해야 정확하다. 영어로는 ‘atomic energy’보다 ‘nuclear power’라는 용어가 더 보편적으로 쓰인다. 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수력원자력·한국원자력문화재단·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한국원자력학회 등 국내 대부분의 기관·단체도 한글로는 원자력이라고 쓰지만 영문 명칭은 ‘nuclear’를 채택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의 명칭을 ‘한국원자력환경공단’으로 변경하는 방사성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이라는 부정적 인식과 혐오감을 주는 용어를 순화해 방폐물 관리사업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자는 게 법안 제안자의 의도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는 방사성폐기물과를 원전환경과로 바꾼 바 있고, 방폐공단이 경주시에 건설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이름도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로 결정했다. 방폐물 관리사업 및 사업자 명칭의 일관성을 위해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의 명칭 변경도 거론되고 있다.
일본이 침략을 ‘진출’이라고 용어 순화를 한다고 해서 과거의 만행이 미화되고 피해국의 고통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핵폐기물(nuclear waste)을 방사성폐기물(radioactive waste)로 순화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환경’이라는 글자까지 넣어서 방폐장 사업을 마치 환경부 업무인 양 국민이 오해할 경지에 이른 것 같다. 환경단체가 “핵폐기물의 본질적인 위험성을 희석하고 호도하려는 꼼수”라며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아무리 뜻이 좋고 정당하더라도 최소한 본질을 숨기거나 호도하는 언어의 유희는 삼가야 하지 않을까. 방폐공단이 새 영문명을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201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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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의 함정
8명의 자녀를 낳은 어떤 부인이 또 임신을 했다. 자녀 가운데 3명은 귀가 먹었고, 2명은 눈이 멀었으며, 1명은 정신지체아였다. 게다가 그 부인은 지금 매독에 걸려 있다. 자, 당신이라면 낙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별 재미가 없다면 이런 문제는 어떤가. 세 명이 대통령에 입후보했다. 1번 후보는 부패 정치인과 결탁한 적이 있으며, 점성술로 결정을 내리고, 두 명의 부인이 있으며, 매일 줄담배를 피우고, 하루에 8~10병의 마티니를 마신다. 2번 후보는 정오까지 늦잠을 자고, 대학 때 마약을 복용했고, 회사에 두 번 해고된 적이 있으며, 매일 위스키 4분의 1병을 마신다. 3번 후보는 전쟁 영웅으로서 채식가이며 담배도 안 피우고 경우에 따라 맥주를 조금 마시며 불륜을 저질러 문제가 된 적이 없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다, 대통령 후보 검증이다 해서 연일 험한 정치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눈꼴사납고 식상하기 짝이 없는 싸움판이긴 하지만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도덕성을 세워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그런 대로 참을 만한 이벤트다. 앞으로는 정치적으로 큰 뜻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군대에 가고, 보약을 먹여서라도 자식을 군에 보내려 할 것이다. 자칫 누락될 수도 있는 증여세나 의료보험료를 억지로 찾아서라도 낼 것이며 부동산 투자나 주소지 전·출입도 신중히 하는 풍토가 조성될 만하다.
일각에서는 '이런 식으로 털면 온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항변도 만만찮다. '김수환 추기경을 총리에 내정해도 (인사청문회에서) 나올 게 있다' '앞으로는 대통령 되기보다 총리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라는 말까지 시중에 떠돌고 있다. 물론 공직자에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백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그런 '말씀'은 독자 여러분께서도 마르고 닳도록 들어왔을 터이니 여기서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하고자 한다.
글머리에 소개한 우스개성 수수께끼를 풀어보도록 하자. 3명의 후보 중 3번을 택했다면 당신은 아돌프 히틀러를 찍은 것이다. 1번과 2번은 그의 야욕을 분쇄해 세계를 구한(?)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윈스턴 처칠이다.
사실과는 다소 어긋나거나 과장된 비유이긴 하지만 이전투구와 사생결단의 대결만 난무하는 지금의 우리 대선정국을 적절히 풍자하고 있다. 루스벨트와 처칠이 현세 한국에서 대선후보로 출마한다면 실제로 그런 공격을 받을 소지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
오해 마시라. 도덕적 흠은 적당히 묻어주자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도덕적 측면에만 매달린 나머지 정책이나 경륜, 능력을 뒷전으로 밀쳐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도덕성은 정책과 비전, 자질과 경륜과 함께 검증돼야 한다.
그러면 이제 첫 번째 문제의 답을 보자. 만약 낙태하겠다고 대답했다면 당신은 천재 음악가 베토벤을 죽인 것이다!
2002.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