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수
만화방 아줌마가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어찌 보면
이쁜것 같기도 하다. 배가 고파서 "아줌마 여기 라면 하나요!"
라고 말했다. 그 아줌마가 눈을 세모 낳게 뜨고는 "여긴 라면
안해요! 아저씨!" 라고 되받아쳤다. 안하면 안하는거지 화는 왜
내는지 모르겠다. 어제 기둥 서방한테 대들다가 맞았나 보다.
신경이 날카롭다. 만화방 경력 10년동안 라면 안 끓여주는 만화
방은 처음이다.
☆ 만화방 아가씨
자꾸 졸음이 온다. 오늘 신간 올때까지는 할일도 없다. 또롯또
테잎 하나 사서 틀어야겠다. 단골 백수 녀석이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아직 남자 손 한번 못 만져본 수처녀한테 아줌마라니!
저녀석 아주아주 밉다. 내일은 화장하고 나와야 겠다.
● 백수
주인 아줌마가 화장을 하고 나왔다. 좀 야리꾸리해 보인다.
남편이 잠자리를 자주 같이 안해주나 보다. 트롯트 음악이
나오는걸로 봐서. 기둥서방이 제비인것 같다. 그런데 주인
아저씨는 왜 한번도 보이지 않는 걸까. 쥐포천원치를 구워
달랬다. 그 아줌마가 쥐포굽다가 손을 대었다. 단골집 주인
이라서 할 수 없이 옆에 쌀집 아저씨한테 간장을 얻어다가
발라주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나? 아줌마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 만화방 아가씨
그 단골백수가 내 이쁜얼굴을 보더니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역시 내 미모에 뿅 갔나보다. 그 녀석이 쥐포를 구어달랬다.
독서하면서 뭐 먹는 녀석이 낭만이 있을리 없다. 디었다.
엄청 아팠다. 그 백수 녀석이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진짜 황당한 녀석이다.
● 백수
앗 오늘은 그 아줌마가 없다. 그때 삭막한 아저씨가 만화방을
보고있다. 주기를 따져봤더니 한달에 한번은 집에 들어오는것
같다. 집에 갈때쯤 그 아줌마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아저씨
보고 삼촌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럼 저 사람이 남편이
아닌가보네! 주인 아줌마를 스윽 쳐다봤다. 외출복을 입은
그녀가 오늘따라 섹시해 보인다.
☆ 만화방 아가씨
오늘은 한달에 한번 있는 동창 곗날이라 삼촌보고 만화방을 봐
달랬다. 좀 꾸미고 친구들과 만나서 재밌게 놀았다. 만화방에
돌아왔을때 그 백수녀석이 나가다 말고 나를 이상한 듯 쳐다
봤다. 마약맞은 놈 같다.
● 백수
오늘 큰맘먹고 아줌마한테 "아줌마 진짜 라면 안돼요?" 라고 물었다. 실은 "아줌마, 아줌마
맞아요?" 라고 물어 볼려고 했었는데... 주인 아줌마가 "나 아줌마 아녜요! 라면도 안
해요." 신경질적인 답변이 왔다. 아줌마가 아니랜다. 기뻤다. 자세히 보니 무진장 예뻐 보였
다.
☆ 만화방 아가씨
그 백수 녀석이 또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라면하고 원수진
녀석같다. 라면 안된다고 했는데 상당히 기쁜표정을 짓는다.
경계해야 될 놈이다.
● 백수
아침 문여는 시간에 그녀를 보러 만화방에 갔다. 금방 밥먹다
나왔나 보다. 얼굴에 밥 풀이 묻어 있다. 이제는 그 모습도
귀여워 보인다. 그래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도 난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 같다.
☆ 만화방 아가씨
백수 녀석이 아침부터 밥도 못먹게 들이 닥쳤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날 보고 실실 쪼갠다. 단골이라서 뭐라 할수도
없는 내 신세가 처량했다.
● 백수
그녀가 오늘은 왠일로 치마를 입고 앉아 있다. 너무 뇌쇄적
이다. 다리가 참 이쁘다. 이럼 안된다라고 마음을 달랬지만
자꾸 눈이 그녀의 다리로 간다. 치마 안쪽에 빨간 속옷이
살포시 비쳤다. 오늘밤은 잠도 못잘것 같다. 그녀의 빨간
팬티를 보았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가슴이 벌렁거려 만화가
눈에 들오지 않았다.
☆ 만화방 아가씨
오늘 왠지 치마가 입고 싶어졌다. 그런데 게슴츠레한 그 백수
녀석 눈빛이 떠올랐다. 민망하긴 하지만 고등학교때 입던 빨간
체육복을 안에다 껴입었다. 백수 녀석이 만화책을 보다 말고
벌벌 떨면서 나갔다. 약기운이 떨어졌나보다.
● 백수
점점 그녀가 좋아진다. 어떻게 하면 그녀의 눈에 띨까 고민이다.
만화방에 오는 모든 녀석들과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그녀한테 말을 건네는게 부담스럽다. 점점 그녀앞에 위축
되어 가는 것같다. 그녀가 내 얼굴이나 알까?
★ 만화방아가씨
오늘도 그 백수녀석이 왔다. 다른놈들보다 유독 그가 눈에 띠는
건 왜일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겠다. 그 백수 녀석이 라면 안
끓여줬다고 삐졌나보다. 요즘은 쥐포도 안시켜먹고 만화책에만 열중하고 있다.
● 백수
그녀의 눈에 띠기 위해 목욕재개하고 옷도 깔끔하게 차려입고
만화방에 갔다. 역시 예상대로 그녀가 날 쳐다 보았다. 여자는
역시 외모에 약한가보다. 이제 그녀의 눈에 띠는건 시간문제다.
★ 만화방아가씨
오늘은 그 백수가 오지않았다. 그와 비슷한 녀석이 있었는데
너무 깔끔했다. 맨날 오던 그 녀석이 안보이니 허전했다.
다음에 라면 끓여 달래면 눈 딱 깜고 하나 끓여줘야 겠다.
상당히 속이 좁은 녀석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백수
오늘은 양복을 쫙 빼입고 만화방에 갔다. 만화방 안에 있던
녀석들까지 쳐다본다. 이 정도면 확실히 그녀 눈에 띨게 틀림
없다. 그녀가 자꾸 쳐다 보았다. 다음에는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자.
★ 만화방아가씨
만화방에 왠 양복입고 온 놈이 있다. 무척 낯이 익은 얼굴이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녀석이다. 무슨 흉계를 꾸미는거 같다. 잘때
문단속 잘해야겠다.
● 백수
큰맘먹고 그녀에게 말을 걸어볼려고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만화책 뒤지는척 그녀를 몰래 쳐다보기만 했다. 나약한 내모습이
싫었다. 계산할때도 아무 말도 못하고 돈만 홱 던져주고 도망치
듯 나왔다.
★ 만화방아가씨
그 백수가 만화책을 뒤적이며 날 쳐다본다. 오늘은 기필고 단서를
잡아내고 말거다. 근데 녀석이 나갈때 만원짜리 던져주고 거스름
돈도 안받고 나가버렸다. 내가 오해한걸까? 라면 사다 놓으라는 계시일까? 이상한 놈이다.
★ 만화방아가씨
그 백수녀석이 요즘 이상하다. 나에게 무슨할말이 있는거 같다.
자꾸 만화책꽂이를 돌아다니기만 할뿐 책을 보지는 않는다. 무얼 찾는것 같다.
그 백수 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서야 알겠다. 성인용 야한 만화책.. 난 그러구 싶지 않
은데.. 단골을 잃지 않을려면 할 수 없다. 내일 당장 구해다 꽂아놔야 겠다.
● 백수
오늘 드디어 결심을 했다.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고 그녀 앞으로
갔다. 그리고 "저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뻤다. 내가 고백하기를 기다린건가? 근데
내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손으로 어디를 가리켰다. 무슨 의미
인지 몰라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보았다. 엄청 야한 성인 만화가
많이 꽂혀 있었다. 그녀는 이 책들을 재밌게 본 모양이다. 나도
재밌게 보라고 권유하는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많이 밝히는
여자같다. 그녀의 순수한 이미지가 깨질려고 한다.
★ 만화방아가씨
그가 드디어 말을 걸었다. 좀 쪽팔린가보다. 그럴만도 하지..
그가 원하는걸 이미 준비해둔 나는 그가 더이상 쪽팔리지 않게
하기위해 손으로 그곳을 가르켜 주었다. 기쁜표정으로 짤래짤래
그곳으로 가는 그백수 뒷모습이 조금 귀여워 보여 미소를 지어 보여 주었다.
백수: 순수해보이던 그녀가 매일밤 혼자서 저런 야한 만화책을
쌕쌕거리면서 보는거 같아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어제도
저걸 밤이깊도록 본 모양이다. 오전부터 졸고있다.
하지만 여전히 난 그녀를 좋아한다.
만화방아가씨: 어제밤 늦게까지 음악에 젖어 소박한
사랑이야기를 꿈꾸다 잠을 못이루었다. 몹시 졸리다.졸고 있는데
그백수가 왔다. 그도 졸린눈을 하고 나를 쳐다본다. 저런 눈은
왠지 음흉스럽다. 집에는 잔뜩 음란잡지가 쌓여 있을거 같다.
여전히 저백수는 경계심을 일으키게 한다.
백수: 만화방에서 오늘 일곱개의 숟가락이란 만화를 보았다.
슬프고 진한 감동이 왔다.
세권을 읽었을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고개를 들고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쪽팔렸다. 사내자식이
만화책보며 운다고 놀릴것 같다. 부끄러워 고개도 못들고 계산을
하고 바로 나와버렸다. 다음부터 그녀 대하기가 어려워질것 같다.
만화방아가씨: 오늘 그 백수가 만화책을 보더니 눈물을 흘렸다.
꽤 슬픈 만환가보다. 그녀석은 나갈때까지 그 책의 여운이
남았는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오늘밤에 그 만화책을 보며 나도
울었다. 그 백수자식 생각보다는 여린면이 있다. 그녀석 얼굴이
떠올라 괜한 미소가 머금어 졌다.
백수: 그녀를 생각하며 시한편 적었다. 애틋한 감정이
솟구친다.
밤에 그녀 만화방주위를 서성거려 보았다. 닫힌 만화방
창문사이로 작은 불빛이 비쳤다.피곤한 하루를 접고 잠을 이루는
그녀만의 공간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리라. 그녀는 오늘
무슨생각을 하며 잠을 청하고 있을까..? 별빛같은 미소를 머금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 작은 불빛의
공간안에서 오늘과의 작별을 아쉬워 하고 있을것이다. 그 불빛을
뒤로 하고 그녀를 생각하며 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만화방아가씨: 변비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나같이 이쁜
숙녀한테 하늘이 시기하며 내린 벌같다. 벌써 한시간째
화장실에 앉아 있다. 오늘은 꼭 성공하리라 다짐하지만 여간
힘이 쓰이는게 아니다. 찡그린 얼굴때문에 주름살이 생길까
걱정이 된다.
백수: 그녀가 오늘은 왠지 헬쓱해 보였다. 무슨 고민이 있는거
같다. 용기를 내어 힘내세요란 말을 남기고 만화방을 나왔다.
내가 생각해도 멋있는 말을 남긴거 같다. 그녀가 내마음을
알아주어야 할텐데...
만화방아가씨: 그녀석이 어제 변비땜에 고생한걸 어떻게
알았을까..? 귀신같은 놈이다.
힘내세요? 분명 날 놀린 말이 틀림없다. 그가 요즘 좀
좋아질려고 했는데, 나의 아픈곳을 그렇게 매정하게 긁고
가다니.. 원수 같은놈..
백수: 오늘 잘못했다간 맞아 죽을뻔 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걸까? 그녀 만화방에서 불량고교생 두명이 행패를 부렸다. 한권값으로 한 열권을 본모양
이다.그녀가 그걸 눈치채고서 돈을 더 내라고 하다가 싸움이 붙었다.
그 자식들 나처럼 능숙한자도 세권이상은 안했는데.. 무모한 놈들이다. 하여간 주인이
여자니까 이것들이 엄청 날뛰었다. 나두 겁이 졸라 많이 났다.
만화책을 덮고 실 집으로 갈려고 했는데 .. 이것들이 그녀를 툭툭친다.
순간 나도 모르게 툭툭치던 놈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다른 한녀석을 겁나게 째려보았
다. 그자식이 "머 머야. 이새끼.. 니가 뭔데 끼드는데..."라고 말했다.
나이도 어린게 반말을 썼다. 기분이 엄청 더러웠다. 보통 영화나 연속극의 이런 상황에서 ''
나 이여자 남편이다. 또는 약혼자다 그러는 걸 본적이 있어서 나두 그렇게 말할려구 했는데
그기까지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냥 "나 백수다" 라고
말해버렸다. 아까 맞은 녀석까지 정신을 차리더니 웃었다.
그자식들 아주 악날한 놈들은 아니었나 보다.내가 덩치가 좀있고
인상이 더러버 보였는지 그냥 있는돈이 이거뿐이라며 내고
가버렸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는걸 느꼈다. 그녀는 자기 자리에 앉아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뭔가 위로의 말은 해주어야겠는데. 할말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본 만화책값을 살며시 놔두고 그냥 나왔다.
그녀는 내가 백수라고 말한걸 분명히 들었을것이다. 다음부터
어떻게 그녀 얼굴을 보나..?
만화방아가씨: 오늘 큰 낭패볼뻔 했다. 어떤 고딩둘이서 돈도
안내고 만화책을 자꾸 바꿔 보았다. 어떻게 한권값으로
열권이나 보냐.. 몹시 열받았다. 그래서 돈내라고 했더니 툭툭
치며 날뛰었다. 괜히 싸움걸었나 싶었다. 겁도 났다. 눈물이
날려는걸 꾹 참았다.
근데 그 백수녀석이 나타나 한녀석을 한방에 때려 눕히더니
다른 녀석을 겁나게 째려보았다. 멋있었다. 근데 그 상황에서
나 백수다라고 그러다니 갑자기 너무 웃음이 나왔다.
애써 날 도와주었는데 웃고 있으면 그가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래서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혹시 말을 걸면 운것처 럼 보이기 위해
침으로 눈에다 찍어 발랐다. 그런데 그냥
나가버렸다. 오늘 잠자리에 드는데 날 도와준 그가 자꾸 눈에
어린다. 내일 그가 오면 고맙다고 말하고 라면하나 끓여 주어야 겠다.
백수: 내가 백순게 탄로났다. 그녀 만화방에 갈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 먹고 잠이나 자야겠다.
라면을 먹는데 귀가 엄청 간지러웠다. 아무래도 라면에 이상이 있는거 같다.
만화방아가씨: 어제 도와준게 너무 고마와 그를 위해 아침에
시장에서 생라면 사리와 표고버섯 시금치등을 사가지고 왔다.
육수도 만들어 그가 오면 바로 끓여서 줄것이다.
방부제 든 시제품 라면으로는 이렇게 진하고 여운이 남는 맛을
내기 어렵고 정성도 결여된 것이기에.. 오늘 좀 신경을 썼다.
근데 이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닳아져 가는 육수를 보며
그녀석 욕을 엄청했다. 좋아질려고 하면 꼭 딴쪽으로 샌다.
◇ 백수
오늘은 컵라면 하나를 사가지고 만화방엘 갔다. 어짜피 백수라고
알려진 것. 더이상 쪽팔릴 것도 없다. 그녀가 오늘따라 화사하다.
용기를 내어 "아... 아... 아줌마 뜨거운 물 좀 주세요." 라고
말했다. 으이그... 아가씨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녀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물을 부어 주었다. 그런데 라면 맛이 이상하다.
상한것 같다. 이상한 고기 비린 맛이 났다. 아까웠지만 화장실에
부어 버렸다.
♥ 만화방 아가씨
그가 컵라면을 가지고 만화방에 왔다. 라면 개시하라는 무언의
시위같다. 그가 또 아줌마라 그랬다. 엄청 얄미웠지만 저번에
도와준 일도 있고해서 인심을 써 육수를 부어주었다. 그런데
녀석이 라면을 먹다말고 화장실로 간다. 먹으면서도 쌀수가
있다니 부러운 놈이다.
◇ 백수
오늘 만화방에서 더럽게 생긴 두 녀석을 봤다. 한 녀석은 노란
추리닝에 피시에스를 낀 놈이고 한녀석은 짝이 안맞는 딸딸이를
신고 있었다. 저 녀석들 부모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그녀는 고혹한 모습으로 계산대에 앉아 졸고 있다.
사랑스럽다.
♥ 만화방 아가씨
백수, 그 녀석 말고 눈에 띠는 녀석 둘이 들어왔다. 내가 만화방
차린게 후회된다. 저것들도 단골이 될까봐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노란 추리닝 녀석이 나보고 아줌마라고 말했다. 딸딸이 녀석은
라면을 시켰다. 죽고싶다. 계산하고 나갈때 딸딸이 녀석이 동전을
한움큼 내놓고 갔다. 애들 콧물이 묻어 있는것 같은 느낌이 왔다.
추리닝 녀석은 피시에스를 꺼내더니 "내가 말이야~ 만화방으로
자리를 옮겼어." 라는 이상한 말을 지껄이더니 마지막에 "아줌마
이거 피시에스에요" 라는 말을 던지고 나갔다. 왠지... 지구인이
아닌것 같다. 백수 그 녀석이 오늘따라 멋있게 느껴지는건 왜지?
⊙ 딸딸이[특별출연]
만화방 여주인이 이뻤다. 이 백수 친구만 안데리고 왔어도 여길
단골로 다닐텐데 저 녀석 때문에 이미지 다 구겼다. 짝재기 딸딸
이도 왠지 마음에 걸린다. 라면을 시켰는데 주인 아가씨가 아무
반응이 없다. 아마 이 녀석이 아줌마라 불러서 화가 났나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라곤 짤짤이해서 딴 동전들 뿐이다. 나갈
때 좀 쪽팔리겠다.
◈ 노란 추리닝[특별출연]
졸라 야한 만화책이 많다. 재밌다. 주인 아줌마한테 피시에스
자랑이 하고 싶다. 나갈때 자랑하고 나가야쥐..
◇ 백수
오늘 만화방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 계산하려고 나왔는데
마침 그녀가 누구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무슨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나보다. 계속 웃는다. 날 보는 눈짓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는 것 같다. 오래 해도 돼요... 이렇게 가까이서...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 얼굴을 쳐다본 적이 그전에 있었던가? 행복하다.
♥ 만화방 아가씨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 기분이 심난해서 오늘밤에 여기로
온다고 한다. 친구와 그렇게 전화를 하는데 그 백수녀석이 계산
대에 왔다. 그의 얼굴을 보니 코위에 짜장이 엄청 묻어 있다.
저렇게 생긴 것도 웃긴데 짜장까지... 막 웃었다. 친구가 얘기
하다 말고 왜 자꾸 웃느냐고 지랄을 했다. 뭐가 묻었는지도
모른채 그는 행복한 표정이다.
◇ 백수
예전 만화방 주인일 때는 만화방도 대신 봐주고 그랬다. 그런데
그녀는 내가 그렇게 줄기차게 다녔는데도 그런 부탁 하나 안한다.
내가 의심스럽게 보였나? 하기야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백수한테
가게맡길 사람이 어디있겠나?
♥ 만화방 아가씨
내일은 내 친구 결혼식이다. 삼촌이 요즘 바빠서 만화방을 못
봐준다고 그랬다. 할수 없이 내일은 문을 닫아야 하나... 그
백수 녀석이 떠올랐다. 나쁜 녀석같지는 않다. 아니 착한 것
같다. 그에게 내일 하루만 봐달라고 부탁을 해야겠다.
◇ 백수
오늘 그녀가 내일 만화방좀 봐달라고 했다. 기뻤다. 날 믿는
다는 증거다. 이일을 계기로 그녀와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오늘 밤은 그녀 생각에 잠이 오질 않는다.
♥ 만화방 아가씨
그가 아침일찍 왔다. 제 시간에 화장을 끝마쳤다. 그에게 열쇠와
오늘 신간 값 치를 3만원을 맡겼다. 그가 어디 가느냐며 물었다.
날 아줌마로 아직 생각하고 있을까봐 선보러간다고 말했다. 내가
아줌마 아닌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그가 씁슬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줌마 소리는 안하겠지... 그가 내얼굴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화장이 잘못됐나? 괜히 신경이 쓰인다.
◇ 백수
아침 일찍 만화방으로 달려갔다. 뽀얗게 화장한 그녀 모습이
아름다웠다. 용기를 내어 어디가냐고 물었다. 선보러 간다고
했다. 슬펐다. 미웠다. 밝히는 여자니 이번달 내로 시집을 가
버릴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진하다
싶게 화장한 그녀 얼굴이 꼭 헤픈 술집 여자같이 보였다.
♥ 만화방 아가씨
친구가 예쁜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그 둘만의
인생을 떠났다. 사랑하는 맘에서 꾸밈없이 나오는 행복한 웃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이 맑았고 아름다웠다. 그런 그 둘앞에
내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축하는 해주었지만 왠지 내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하다. 만화방으로 돌아왔다. 그 백수가 내가 늘앉아
있던 자리에서 졸고 있었다. 내가 졸던 모습도 저랬을까 생각
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가 날 쳐다봤다. 고마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석이 날
보더니 "오늘 선본 남자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나 보죠? 입이
다물어지질 않네.." 대뜸 이렇게 말했다. 저 백수 녀석은 좀
좋아질려 하면 꼭 먼저 초를 친다. 기분 나빠서 다 다음주에
시집갈 날을 잡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가 한참을 머뭇거리
더니 "그럼... 으.. 하여간 시집 잘가쇼.. 아줌마..! 그리고
오늘 번돈 8만 칠천 구백 구십원하고, 아까 신간 값 치루고
남은 삼천오백원 여기 서랍에 넣어 두었소." 그리구선 홱 나가
버렸다. 뭔가 급한 볼일이 있는걸까 아니면 내가 늦게와서
삐진걸까? 오늘 만화방 봐준거에 대한 고마움은 다음에 해야
겠다. 그 백수녀석 여전히 속하나는 좁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