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싱싱하게 살아있는 섬, 소야도(蘇爺島)
2018.5.28 덕적도와 소야도 간 연도교 개통
국사봉-왕재산-막끝 종주트레킹 약 5시간 소요
소야도는 덕적도 바로 옆섬으로 배편이 같다. 덕적도는 일반에게 잘 알려진 섬이지만 소야도는 많이 알려지지않은 은둔의 섬이다. 덕적도의 그늘에 가려 사람들이 그동안 무심히 지나쳐왔던 곳이다. 2018년 5월 28일 덕적도와 소야도간 650m 연도교가 개통됨에 따라 소야도도 앞으로 더 많은 여행객들이 찾게 되고 그만큼 주민들의 삶과 자연생태 등 섬의 변화도 적지않을 것 같다.
소야도는 면적 3.03㎢, 해안선길이 14.4㎞의 아담하고 아름다운 섬이다.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48km, 덕적도에서 남동쪽으로 600m 해상에 위치한다. 지명의 어원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660년(신라 태종무열왕 7) 당(唐)나라 소정방(蘇定方)이 백제를 정벌하기 위해 함대를 이끌고 이 섬에 정박한 일이 있어 소야도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전체적으로 구릉의 기복이 심하고, 남동부와 남서부 해안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넓은 간석지로 둘러싸여 있다. 북동부 해안의 간석지 끝에는 암초열(岩礁列)이 형성되어 자연적인 방조제 구실을 하며, 전체적으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섬 주위에 천연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 바다낚시터와 피서지로도 이용되며, 떼뿌루해수욕장과 전설이 깃들여 있는 장군바위가 유명하다.
필자 일행은 사전에 예약한 민박집에서 마중나온 트럭을 타고 섬의 중심부인 큰마을(선촌)로 향했다. 차에서 내려 골목길로 민박집을 찾아간다. 좁은 골목길, 온통 담쟁이덩굴로 덮은 돌담, 그리고 담너머로 보이는 낡은 양철지붕과 집벽, 간혹 보이는 폐가와 버려진 채전밭 등.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어릴 적 뛰어놀던 내 고향도 이랬었지.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소꼽놀이도 하고 우물가에 있는 빨간 앵두도 따먹었지. 도시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자연스러움. 한적하다기 보다는 삶의 여유가 그대로 풍겨나는 목가적인 풍경이다.
우리 일행이 예약한 민박집은 '우리집민박'(032-831-3076, 010-3456-0692). 골목길을 한참 돌아가니 마을 언덕, 바다가 훤히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은 아담한 집 한 채 보인다. 간판도 문패도 보이지않는 그저 평범한 가정집이다.
'우리집민박'의 주인은 최승철 씨.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문학모임 회원인 김희경 시인 이종사촌오빠이다. 김희경 시인은 덕적도 출신 시인이다. 섬 사람답게 얼굴이 거므스름하게 그을린 최승철 씨는 동생의 소개로 온 방문객들이어서인지 매우 친절하게 우리 일행을 맞아준다.
사모님이 정성스럽게 채려준 점심식사를 맛있게 먹고 오후 산행에 나선다.
덕적도 등산안내도를 꺼내본다. 소야도 등산안내도 중 대표적인 것은 옹진군청에서 만든 소야도숲길안내도이다. 나루개들머리 등산로 안내판에는 큰마을 뒷산 국사봉이 소야도 정상으로 143m, 소야반도 왕재산 정상은 142.8m로 표기되어 있다.
소야도 등산은 (1)큰말등산로 입구-국사봉-죽노골해변-떼뿌루해변-큰말 코스, (2)텃골등산로 입구-국사봉-떼뿌루해변-죽노골해변-해안임도-임도 입구 코스, (3)텃골등산로 입구-국사봉-죽노골해변-떼뿌리해변-왕재산-막끝 종주 왕복코스 등이 대표적이다. (1)-(2)코스의 경우에는 4-4.6km, 약 1시간 반-2시간 정도의 짧은 코스인 반면, 섬 종주 왕복 코스인 (3)코스의 경우에는 10-12km, 약 5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또, 선착장 등산로 입구에서 마배부리(마배뿌리,매바위)로 가는 왕복 2.35km의 가벼운 트레킹코스도 있다.
이중 (1)코스를 예로 들면, 민박집 뒤 텃밭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좌측으로 성당건물이 보이고 정면으로 큰말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등산로 입구에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좌측은 떼뿌루해수욕장 방향, 우측은 큰말 방향이고 직진하면 국사봉으로 간다. 이곳에서 국사봉까지는 불과 610m, 숲길을 350m 정도 가면 다시 이정표가 나타난다. 직진하면 나루개 방향, 국사봉은 우측으로 260m남았다.
등산로 입구에서 불과 20분 만에 국사봉 정상에 오른다. 국사봉은 도저히 정상이라는 느낌이 들지않을 정도로 평평한 언덕이다. 표지판도 없고 헬기장 표시가 유일한 표지이다. 조금 실망스러운 느낌을 뒤로 한 채 다시 초입 이정표 방향으로 되돌아간다. 초입 갈림길에서 나루개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안개 낀 소나무숲길을 따라간다. 소나무숲이 울창하다.
삼거리에서 100m쯤 가면 이정표가 나오고 계속 나루개 방향으로 200m 직진하면 두번째 삼거리에 이르면서 숲이 깊어지기 시작한다. 좌측은 중노골, 직진하면 나루개 방향이다. 숲의 나무줄기들은 온통 담쟁이덩굴로 덮혀있고 바닥은 애기똥풀 꽃밭과 이름모를 풀밭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듯 숲길 자체가 원시림같은 모습이다.
국사봉 올랐을 때의 실망스러웠던 느낌은 이미 잊어버리고 탄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숲이 깊어지면서 점점 밀림형태로 바뀌고 능선길은 온통 애기똥풀 등 꽃 세상이다. 비록 나지막한 산이지만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않은 밀림 속 꽃밭은 한마디로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워질 만 하다.
애기똥풀꽃밭을 지나면 다시 중노골과 나루개 갈림길이정표가 나온다. 나루개 방향으로 20분 정도 계속 직진하면 시멘트도로길에 이르고 우측으로 마을과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도로 좌측은 나루개 방향, 즉 선착장 쪽으로 가는 길이다. 계단을 따라 도로로 내려가면 등산로 입구 표시가 보이고 등산안내도도 세워져 있다. 이곳이 나루개 방향 산행 들머리이다. 우측 도로로 계속 가면 덧골마을과 큰마을(선촌)에 이른다.
나루개 방향 들머리에서 다시 애기똥풀 꽃밭 등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두번째 삼거리까지 가면 우측으로 목제벤취 두개가 보인다. 벤취에서 잠시 쉰 후 우측고개를 넘어 죽노골로 내려간다. 죽노골 내려가는 숲길 역시 울창하기 그지없다. 이정표에는 분명 방향표시가 되어 있는 데도 길이 보이지않을 정도이다. 허리까지 덮는 덤불숲을 헤치면서 내려간다. 그동안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않았다는 증거이다.
벤취쉼터에서 20분 정도 숲길을 내려가면 죽노골 해변에 이른다. 가는 모래사장 옆에는 갈퀴나물이 여기전기 보라색 꽃을 피우고 있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멀리 '북망뿌리(홍외뿌리)'라고 불리우는 섬 돌출언덕이 보인다. 산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낮은 언덕 모양이지만 자료에 따라서는 '북망산'이라고 표시된 곳도 있다.
죽노골은 영화 '연애소설'의 촬영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해변이다. 바다건너 조그만 돌섬이 보인다. '딴섬 또는 뒷목'이라고 부르는 이 섬은 썰물 때는 물이 빠져 소위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소야도에서 썰물 때 바다물이 갈라지는 곳은 이곳 이외에도 마배부리(마배뿌리, 매바위)와 텃골방파제 중간에서 건너갈 수 있는 창부섬 장군바위, 큰말선착장 옆 갓섬(가섬), 간뎃섬, 송곳여, 물푸레섬 등을 연결하는 바닷길 등이 유명하다. 일정에 여유가 있을 경우 가능하면 물때를 맞춰 이들 ‘모세의 기적’을 꼭 찾아 물빠진 바닷길을 걸어보기를 권한다.
해변을 거닐면서 잠시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본다. 처얼썩, 처얼썩, 파도소리가 요란하다. 눈보라처럼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하얀 포말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파도가 내 가슴 속까지 밀려오는 듯 하다.
죽노골 해변을 산책한 후 다시 약 1km 거리의 떼뿌루해수욕장으로 넘어간다. 죽노골에서 떼뿌루까지는 썰물 때는 해안가로 갈 수도 있는데 필자 일행이 죽노골에 도착했을 때는 물때가 지나 부득이 숲길로 넘어간다. 숲길이 매우 아늑하고 아름답다. 이곳 숲길 역시 여기 저기 꽃들이 지천이다. 노오란 괴불주머니꽃이 우리일행을 반겨준다.
떼뿌루 해변에 안개가 자욱하다. 이곳 떼뿌루해수욕장은 물이 빠지면 들어나는 모래뻘의 길이와 넓이가 1km가 넘는다고 한다. 모래가 가늘고 부드러워 모래뻘을 거니는 기분이 마치 비단을 밟고 지나가는 느낌이다. 이곳은 야영 및 텐트를 칠 수 있는 넓은 잔디 운동장도 있어 야영하기에도 좋다. 해당화 및 결명자밭을 병풍으로 품고 있어 아름다움을 더한다.
해수욕하기에는 조금 이른 계절인데도 몇몇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벌써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떼뿌루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귀엽고 천진스럽다. 나이어린 형제가 밀려오는 파도에 놀라 서로 손을 잡고 뛰어나오는 모습,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자체가 때묻지않은 자연이다.
소야도 바다는 맑기가 투명한 유리거울 같다. 바다 밑바닥의 자갈이랑, 잔고기들이 손에 잡힐 듯 들여다 보인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바다. 쪽빛 하늘을 닮은 맑은 물빛을 보노라면 세상시름 모두 까마득하게 잊혀진다.
소야도에서는 굳이 여기가 해수욕장이고 저기가 맑은 바다라고 고집할 필요가 없다. 아무데서나 맘에 드는 곳을 찾아 짐을 풀고, 텐트를 치면 그곳이 우리 가족의 해수욕장이고 해변이다.
떼뿌루해변 뒷쪽에는 조그만 늪지대도 있다. 싱싱한 자연산 들미나리를 뜯는 방문객들의 모습 역시 한폭의 그림이다.산행 들머리에서 떼뿌루해수욕장까지 소요시간은 약 2시간 정도. 그러나 시간은 그리 중요하지않다. 원시림 같은 밀림 속을 걷고 해변에서 바다와 파도에 취하다보면 시간 따위는 모두 잊어버리고 만다. 떼뿌루해수욕장에서 큰마을까지는 걸어서 불과 10분 거리. 민박집으로 돌아와 준비해온 돼지고기 바베큐로 소야도의 밤을 익힌다.
소야도는 아직까지 외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후한 인심과 넉넉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청정섬이다. 도시의 답답함과 소란스러움을 피하고 싶다면 소야도를 찾아보자. 하늘이 내린 무공해 청정섬 소야도가 자연과 벗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해 줄 것이다.
*소야도 가는 방법은...
소야도는 덕적도 행 여객선으로 인천연안여객터미널과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출항한다. 인천 출항 여객선은 고려고속훼리(1577-2891)의 코리아나호, 코리아익스프레스호(차도선), 대부고속훼리(032-887-6669)의 덕적아일랜드호(차도선) 등이 있으며 08:30부터 하루 4회 정도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쾌속선 1시간 10분, 차도선 1시간 50분이다. 대부도 출항여객선은 대부고속훼리3호(차도선) 08:50이다. 대부도에서의 소요시간은 1시간 40분.
소야도와 덕적도 간에는 전에는 배로 5분 정도 건너가야 했으나 2018년 5월 28일 덕적소야교가 개통되어 이제는 걸어서 건널 수도 있고 두섬간 공영버스도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