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일주일 피해 확산.. 완성차·부품업체 모여 TF 구성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12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스피돔 주차장에 항구로 옮겨지지 못한 기아 수출용 신차들이 임시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이용상 입력 2022. 06. 14. 04:10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주일을 넘으면서 자동차 산업에 피가 돌지 않고 있다. 이미 자동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여기에 ‘물류 파업’이라는 새로운 악재가 덮치면서 벼랑끝에 몰렸다. 자동차 업계는 상황 해결을 기다리다 피가 마를 지경이다. 일부 부품업체는 일당 50만원을 주고 화물기사를 구하고 있다. 수출용 차량을 항구로 운송하지 못하는 완성차 업체는 주차장을 빌려 보관할 정도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물량은 화물연대 파업 이후 하루 3000대까지 떨어졌다. 기존 생산능력은 6000대 수준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의 영향으로 하루 1500대 정도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화물연대 파업으로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장 가동률이 더 추락했다.
현대차 판매 승용차의 평균가격이 4700만원인 걸 감안하면 파업에 따른 하루 피해액은 약 700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에 들어가는 부품이 3만개 정도 된다. 이 중 1개라도 없으면 정상가동이 안 되기 때문에 지금 생산량이 들쑥날쑥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계약해도 고객 인도까지 6개월,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파업이 장기화하면 신차 출고 지연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어떻게든 피해를 줄이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아 광주공장에 내장재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는 최근 화물기사 모집 사이트에 ‘5t 트럭기사’를 구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일당으로 50만원 이상을 제안했다. 웃돈을 주고라도 ‘숨구멍’을 뚫어야 해서다.
기아는 항구로 운송하지 못한 수출용 차량을 둘 곳이 없어 오토랜드 광명에서 5㎞ 떨어진 경륜장 주차장을 빌려 보관하고 있다. 오토랜드 광명·화성공장과 계약한 카 캐리어(차량 운반차) 200대 중 98%는 화물연대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사무직 직원을 차량 운송에 동원했다. 전국 국내사업본부 소속 직원 일부를 울산공장으로 보내 영남·칠곡센터 등 인근 적치장으로 차량을 옮겼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정상 생산이 가능하다고 기대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상황이 빨리 마무리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더 지켜볼 수 없는 자동차 업계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본격적 대응에 나섰다. 현대차그룹,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코리아 등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가 모두 참여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현대기아협력회, 한국GM협신회, 쌍용협동회, 르노코리아협신회 등 부품업계도 빠지지 않았다. TF 측은 “화물연대 파업과 물류 방해 행위로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겼고, 이 때문에 완성차 생산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다시 부품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TF는 피해 상황을 매일 파악하고 업계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