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문화단지=1


대웅전(금당)
사찰에서 불상을 모시던 공간으로 외부는 중층이고, 내부는 통층이며,
예불공간으로 이곳에 백제 불상 삼존불을 모시고 있다.



조선 중엽, 지방 관속들의 민폐는 바야흐로 극에 달하였다. 또한 그들의 학정에 반발한 백성들을 전국 도처에서 의적이라는 미명 아래 노략질을 일삼고 있었다. 이에 병조 참의로 있던 유언서가 관찰사로 임명되어 평정길을 떠난다. 행차 도중에 그는 의적들을 만난다. 그 의적의 두목은 바로 그의 아들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 등과하기 이전의 그에게는 사랑하는 시골 처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무쇠라는 아들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관직.. |
♬벽오동 심은 뜻은 /이미자♬
1.♬
님계신 서울길이 왜 이다지 멀고먼가
어린것을 등에 업고 눈물로 헤메이네
정없는 이 세월에 인심마저 박절한데
벽오동 심은 뜻은 벽오동 심은 뜻은
님은 진정 모르리다
2.♬
님찾어 사랑찾어 천리길을 왜 왔드냐
매정해진 님의 손길 눈물이 앞을서네
미천한 몸이라고 사랑마저 없을소냐
벽오동 빈가지에 벽오동 빈가지에
조각달만 서러워라

벽오동나무는 예전부터 출세수(出世樹)로 알려진 나무입니다
조선후기 노래집에 화원악보에도 보면 작자를 알수없는 노래가 있습니다
봉황을 그린 노래인데 아마도 봉황은 출세를 비유한듯 합니다

벽오동 우듬지에 둥지를 틀고
대나무 숲이 우거진 기와집으로 이사 가던 날, 쥐들이 이리저리 내달렸다.
“애비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자거라” 머리맡에 앉으신 아버지는 제삿날처럼 촛불을
환히 밝혀 놓으셨다. 천정의 사방연속무늬가 오르내리고 어지럽게 돌아가는 날에도
애비 손이 약손이라 하시던 아버지가 곁에 계셨다. 시제를 마치고 돌아오시는 아버지
두루마기 주머니에는 노르스름한 은행이 가득 들어 있었다. 알알이 꿰어진 은행
알처럼 주름이 늘어가는 아버지의 손에 들려 있던 보따리가 길게 줄을 선다. 병약한
자식을 위해 새벽같이 잉어를 구해오시다 다리를
다치시기도 먼 길 가시어 냄비에 전복죽을 사오시기도 하셨다.
마을 앞으로 넓게 펼쳐진 논배미에 이따금 학이 날아오곤 했는데 꼭 한 발로 서 있는
모습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날아갈까 설레는 마음으로 멀리서 바라보았다. 예부터
학이 많았는지 우리 동네는 학림이라 불리었다.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황새울
솔밭에 학이 하얗게 날아 다녔지만 냇둑 아래 홀로 서성이는 학이 더 아름다워
마음을 빼앗기곤 했다. 지금도 내 그리움의 끝엔 개울물에 그림자 드리우고 기다리는
한 마리의 학이 있다. 아버지께서는 딸 일곱을 학에 비유하여
말씀하셨다. ‘학의 무리 중에 봉황이 있기 마련이라’시며 ...
벽오동나무에만 머물고 예천의 물을 마시며 천년에 한번 열리는 대나무의 열매를 먹고
산다니 과연 봉황은 어떤 새일까? 오색이 빛나는 몸에 다섯 가지의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낸다는 상상속의 새일 뿐이라고 흘려버리기엔 아버지께서 들려주시던
말씀이 지워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엔 사랑방 벽에 걸려 있던 신비스런 깃털의
커다란 부채를 볼 때마다 봉황새를 그려보곤 하였는데 철이 나서야 오빠가
인도여행에서 사온 공작부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나는 문득문득
내 영혼에 각인이 되어버린 봉황을 찾아 환상의 나래를 끝없이 펼친다. 문헌자료에
따르면 봉황은 세상을 평안하게 해줄 성천자가 출현하거나 성군이 덕치를 펼쳐
천하가 태평할 때만 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봉황은 모든 새들의 군주이므로
이 때 뭇 새들이 따라 모인다고 하니 모든 군왕은 자신의 치세 때에 봉황이 나타나기를
고대하였다. 신라의 화랑이나 고구려의 선비들이 쓰던 절풍(折風)의 새 꼬리
깃털은 봉황의 깃털을 의미한 것이요 화려한 금빛 왕관은 벽오동 가지에 신비한
봉황이 날아 앉은 상징이란다. 하늘의 아들인 천자, 곧 왕의 권위를 나타낼 뿐
아니라 고상하고 품위 있는 모습을 지니고 있어 왕비를 비유하기도 한다. 대통령
문장과 국새에도 봉황이 새겨져 있듯 봉황새의 찬란한 날개 짓이 온
누리를 화평한 기운으로 덮어주길 오늘도 정성스레 마음을 모은다.
지난 늦겨울, 고향 가는 길에 국립공주박물관과 한옥마을을 지나 부여의 백제문화단지를
둘러보았다. 무령왕릉실 유물의 하나인 왕비의 베개(국보 164호)에는 두 마리의 목각
봉황이 마주보고 있었다. 삼국시대 백제왕궁을 재현한 사비궁 입구엔 웅장한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가 마중하고, 회랑으로 둘러싸인 천정전의 어좌 붉은
장막에는 봉황문이 자리하였다. 해질녘, 마지막 저녁노을이 금빛향로에 아낌없이
쏟아지고 새들과 더불어 춤을 추던 봉황은 여의주를 품고 찬연한 날개를 펼쳤다. 간혹
사극의 드라마에서나 문양 또는 창경궁 명정전 천장에 그려진 봉황을 보았을 뿐 실제의
모습을 알지 못한다. 봉황이 날아오르길 염원하시던 아버지의 벽오동 심은 뜻을
헤아리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고결하고 상서로운 봉황새처럼 세상의 오욕에 물들지
않고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길 바라시던 것은 아닐까. 그저 한평생 선비로
살아오신 아버지의 마음을 짐작할 뿐이다. 아버지의 가없는 사랑은 무엇과도 비할 길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 수시로 꺼내어 들여다보는 근심걱정 없던 어린 날은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이다. 길 잃지 않도록 앞서가며 발길을 비춰주는 자애의 등불이요
생명을 이어주는 일용할 양식이다. 그 사랑은 창호에 어리던
포근한 불빛처럼 지금도 고향으로 가는 길을 알려 준다.
어둠은 점점 짙어가고 사방은 고요하다. 수선스러움이 물러가고 찾아오는 고독과
외로움은 축복이요 반가운 손님이다. 글을 짓는다고 깨어있는 시간은 작가가 되라
하신 아버지가 촛불 밝히어 지켜 주시는 현존이다. 내 마음의 뜰에 아버지 심어
놓으신 청동 한 그루, 작은 새가 되어 벽오동 우듬지에 둥지를 틀고 젖은 날개를
말리며 자유로운 비상을 꿈꾸는 밤이다. 긴 기다림의 끝인 어느 날, 사색의 나무에
앉아 내가 부를 영가를 준비하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달빛 한 자락이 방안 깊숙이 들어온다. 마치 아버지의 숨결인 냥 보이지 않는
바람결에 촛불이 흔들린다. 한 마리 작은 새로 행복한 나는 아직 학의 모습조차
갖추지 못하였지만 아버지껜 언제까지나 사랑스런
새끼 봉황인 봉추(鳳雛)로 남아 있으리라.
- 한국수필 -




2012-12-21-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