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23일, 몇년만에 평일 오후에 퇴근하게된 집사람과 함께 본 연극이다.
지난번 동성아트홀 소모임팀이 관람할때 같이 못가서 섭섭했는데 오히려 더 오붓하고 좋았다.
집사람이 또한 그 미숙한 미숙이라서 반값으로 보는 행운도 누렸다.
처음 찾아간 더 시티의 공연장은 아담하면서도 넓은 시야가 확보된 좋은 소극장이었다.
출연진 뿐 아니라 스텝들에게서도 밝고 건강한 아름다움이 퍼져나와 지하공연장이
매우 특별한 세상으로 느껴졌다.
진수의 공연안내로 시작되어 한시간 반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린 멋진 노래와 춤과
감동이 있는 이 작품. 정말 좋았다. 집에 남겨두고 온 두 딸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대충 배경지식(1. 대구에서만든 2.젊은 작곡가가 작곡한 3.뮤지컬이라는 것 등)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것을 지우고 보면 더욱 빛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인데도 전혀 뮤지컬이라는 느낌, 거부감같은게 없었다는 점, 여타의 연극처럼 매끄럽게 흘러갔다는점이 젊은 작곡가가 대단히 새로운 형태의 가사전달과 노래만들기에 공부를 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극본도 이만하면 잘 짜여졌고 배우들은 한사람 한사람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뮤지컬이나 오페라가 친한 이유는 그 노래들을 미리 들었기때문이고 몇번이고 보았기때문이 아닐까?
그것들이 초연되었을때는 역시 이 미숙이와 다를게 뭐가 있었을까? 악평을 듣기도하고 몇년간 잊혀지기도 했을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 오늘날 유명하게, 혹은 친근하게 다가오게 된것은 연기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유명한 노래들, 오페라의 아리아들이 그 부활과 영생의 근원적인 힘이 아닐까한다.
그런 의미에서 참 아름다운 노래와 연기가 어우러졌던 작년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다시 생각난다.
볼때는 정말 재미있고 연출도 좋았고 노래도 좋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떠올리려면 노래가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죽어버린 줄리엣을 안고 불렀던 그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다면..
그러니.
같은 내용이라서 한번만 보고 끝낸다면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부르고 다음에 일어날 일을 다 알고서
연기를 음미하는 그런 재미는 갖지 못할것같다.
매년 같은 작품이 상영되고 약간의 연출이 있더라도 주요한 곡과 연기의 틀이 있다면
그리고 그런 작품을 매년마다 다시 찾아주는 관객들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시대에 우리지역에서 생명을 갖는 한 예술작품의 탄생에 일조하게 되는게 아닐까?
나는 만화방 미숙이는 앞으로 일이년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성장했으면 한다.
노래나 대사나 행동들이 오직 한사람의 작곡가, 한사람의 연출가에서만 나온다면 오래가지 못할것이다.
한달, 두달이라는 장기 공연을 거치면서 관객과 호흡을 나누고 배우들이 몸에 익어서 수정되는 대사와 상황, 그리고 노래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뮤지컬로서 충분히 멋진 작품이지만 아쉬운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화방미숙이가 대구의 대표 뮤지컬로 자리잡으려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해본다(기분나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도 이중에 대부분은 내가 연극이나 뮤지컬에 대해 잘 모르기때문에 오해한 부분이 많을것 같다)
(가)
노래를 많이 알려야한다. 결국 뮤지컬은 노래가 핵심이다. 영화는 내용을 선전하면 스포일러가 되지만 뮤지컬의 주제곡은 알리면 알릴수록, 그 노래를 듣기위해 찾아올 사람이 많아진다.
(나)
노래를 가다듬어야한다. 왜 내 귀에는 가끔씩 더 올라갈 부분이 더 올라가지 않는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을까? 물론 외국의 뮤지컬과 다르게 작곡된 부분이 많다는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시원스럽게 뽑아올라가야할 지점에서 한 2~3음정도 낮은, 즉 정상을 두고서 그냥 그 아래 옆길로 지나가버리는듯한 못내 미진한 느낌이 자꾸 드는것은 왜일까? 작곡이 그렇게 된걸까..배우들을 위해 그렇게편곡된걸까..아니면 듣는 내가 너무 외국곡에 익숙해져있는걸까? 앞에서 어떤 분이 지적한 바와 같이 반주의 단촐함도..조금은 보완해야하지 않을까..
(다)
사소하지만...룸살롱과 음식점이 왜 같은 배경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브라인더를 두겹으로 설치하고 필요에 따라 술병이 그려진 앞의 것이나 음식점 보습이 그려진 뒤의 것을 내리면 안될까?
(라)
또..사소한것 같지만 80년대만화방이라고 해도 간판글씨가 그렇게 되어있지는 않았다. 거의 70년대 중반같다. 그 글씨가 이십년을 버티지는 못한다. 아마 고딕채로 다시 한번쯤 ?㎱뼜姆?..80년대 만화만 꼽혀있다면 거기 누가 만화보러 오는지 모르겠다. 달봉이처럼 한 만화만 계속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몇달안되서 다 봐버리겠다.
(마)
극본에서는 미숙이와 진수의 사랑이 상사와 조여사의 사랑과 어떻게 갈등하는가가 너무 미흡하다.
주요갈등과 위기는 좀 수상하게 마무리된다.
1. 왜 장상사는 그 시점에서 만화방을 물려주려하는가?
2. 사채업자의 똘마니는 왜 영수증을 들고 다니며 그것만 똥딱아버리면 일이 끝나는건가?
3. 누구든 먼저 결혼하면 만화방을 물려받는다고? 그시점에서 가장 빨랐던것은 상사자신이 아닌가.
그러고보니 연극을 비평하려고 본것 같이 되어버렸지만 사실 볼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부부는 내내 즐거웠고 충분히 즐겼으며 감동했고 배우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애정과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몇 건의 후기들을 읽어보니 다들 그런 좋은 말씀만 올린 것 같아서 그냥 개인적인 트집을 잡아본것인데 당사자들이 읽으면 매우 속상할 지도 모르겠다. 미리 사죄의 말씀을 덧붙여 두면서 끝내야겠다.
참, 마치기 전에
출연진.을 소개하고 가야지...
전체를 감싸는 ..바보면서 영악하여 마당을 정리해주는 마당놀이의 말뚝이역할을 다하는 달봉이..강풀의 바보에 마당놀이의 말뚝이를 합쳐놓은 멋진 캐릭터지만 너무 중심에 서있다.
미원 큰아들이면서 피라밋다단계로 빚을 진, 그러나 요리에 꿈을 갖고 요리사로 자부심을 가진 , 돌만이...대단한 가창력과 연기력, 연기를 위한 헌신이 돋보이는 젊은 친구, 게그맨과 너무 닮아서 약간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미숙이..처음에는 선이 가늘었지만 사랑의 노래에서 실력을 발휘한다. 안경을 쓰면 그림자가 생겨...만화가 진수..더 말안해도 될만큼 잘하고 있으며 쭉쭉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장상사..저음으로 노래하는 멋진 가수에 연륜이 배여나오는 연기 좋았다. 신간배달하는 분은 매회마다 초청되나보다. 이번에는 서구시의원 류약사님. 실력이 팍팍느껴지는 조여사, 구수한 사투리와 처연덕스러운 대사처리는 극중의 나이와 실제나이의 거리를 없애준다. 미소..정말 아름다워, 자기일에 적극적이고 자신감을 가진, 그러면서 젊은이답고 몸매도 착하잖아? 바우..한눈에 사랑에 빠져 조직을 배신한 이상한 사채업자의 넘버3, 처음부터 악역답지 않은 악역이었어..분식집 언니, 노래나 연기 모두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갖고 있는 ...다들 자기 역을 잘 살려내서 자기것으로 보여주었지요
첫댓글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ㅎㅎ 저두요~~ 근데 만화방엔 찾아보시면 최근건 아니지만 신간도 꽂혀있어요~~ 하하 나도 하나 지적!ㅎ 공연을 정말 집중하고 보신거같아요~ 한번 보고는 저렇게 분석해주신분이 없었는데~~ 넘 감사해요~ ^0^//
아유~ 넘넘 감사합니다! 저희공연이 대구관객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너무 잘 성장할거 같아요~ ^^ 감솨~ 행복하세요~!!
다시 찾아주셔서 감사하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시고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