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의 음주운전 동영상을 보고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어째서 저 영상이 저렇게 빨리 만천하에 공개되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되었을까였다. 잘 기억할 순 없지만 미국이나 영국등의 수많은 운동선수들의 음주운전이 심심치 않았을텐데 유독 추신수의 그것만이 매우 신속하게 까발려진 것이 인종주의 혐의로 먼저 다가오는 것은 나뿐일까?
댓글들의 주종이 망신입네, 꼴좋다, 심지어 군면제 취소 등등 비난조였지만 난 그가 애처로웠다. 음주운전을 두둔하거나 미화할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그가 현재의 성취를 일구어낼 때까지 겪어냈을,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고통들, 외로움등을 생각하면 술에 취한 그의 넓은 어깨가 왠지 애잔해 보이기 까지 했다. 게다가 경기 후에, 그것도 약팀 처지에 13연승씩이나 거두고 혈기방장한 젊은 선수들이 거나하게 한 잔 마신 것은 흉 될 것도 없는 일이지만 남의 나라에서, 그것도 인종차별이 현실로 존재하는 나라에서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의 선수가(황인종이…!) 음주운전까지 한 사실은 아마도 그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되고도 남을 일일 것이다.
동영상은 내가 주로 보는 음악관련 동영상에서도 보기 드문 길이의 18분여로 풀버전이었는데 그걸 보면서 내가 고통스러웠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의 젊은 아내와 아이들, 한국에 있을 그의 부모와 친지들, 그의 선전에 신나 하던 나를 비롯한 많은 ‘한국인들’이 겹쳐졌던 건 그 순간에 그를 스쳐갔을 수많은 상념들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필사적으로 음주테스트를 했고 잘 알아듣지도 못할 경찰의 웅얼거리듯 내뱉는 영어와 자신의 짧은 영어로 봐달라는 애원을 했던 것이겠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거야’ (그러니 좀 봐주라) 라는 표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거야’라는 표현으로 반복되는 부분에서 더 이상 볼 수가 없어서 그만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건 그의 영어가 브로큰되어서가 아니고 브로큰 잉글리쉬로라도 그 상황을 필사적으로 모면해 보려는 아직 채 서른도 안된 그의 앳된 모습이 처절해 보이기까지 해서였음이다.
진정 바라건대 우리 사회에 응축되어 있는 분노의 광기가 또 다른 마녀사냥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그리고 미국사회에서도 인종차별이라는 인간말종의 저열함이 도덕이나 준법으로 미화되어 한 전도유망한 어린 선수를 매장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추신수 자신이 이번의 실수를 거울삼아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공인의식으로 무장하여 더욱 훌륭한 선수로, 한 인간으로 성숙해갔으면 좋겠다.
괜찮아, 추신수…
첫댓글 심적으로는... 안으로 굽는 팔을 막을수는 없겠으나, 경찰이 차 세우라했을때 내리면 총맞을수도 있는 투철한 준법정신이 기본 바탕이 되는 나라에서 동양인 하나 단속에 걸린건 암것도 아니란 생각또한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