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목판화의 이해
(1)'인화'는 찍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그래서 '찍혀 진''찍는'이가 주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옛부터 '먹판화'를 찍을 때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심인'(마음으로 찍다.)인데,
단순히 정성을 다하라는 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새긴 자는 하나인데 찍힌 것은 각각이 오리지널이구나.'
한편
'판화'라는 말에는 '판'이 주체가 되어 '찍히는 것'은 당연히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인'
대부분의 유성목판화가 그렇습죠.
'새긴 자는 달라도 찍혀 진 것은 하나로구나.'
(2)수묵목판화에서 쓰는 화선지나 한지에 찍히는 안료는 '스며들며'(Based Corlor) 찍힙니다.
하지만 유성목판화에 쓰이는 유성안료는 한지든 펄프지든간에 '종이 위에 얹히듯이'(On the Corlor) 찍힙니다.
(3)찍힌 색감의 느낌은 당연히 다르겠지요.
그 다름이 문화의 다양성인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호불호는 각자의 취향이겠지만...
*덧붙이기*
'수묵목판화'를 우리 전통음악에 비유해서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알려진 주류 전통목판이 바르고 정확하게 새기고 찍는 '정악'에 가깝다면, 제가 하는 '수묵목판'은 민속악/무악등으로 불리는 '시나위'음악 특성에 가깝다.
전체틀은 있으나, 즉흥성이
가미되며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연주가 특징인 것처럼...
내가 해인사에서 전통 '먹판인'을 배울 때에 '한치의 빈틈도 없이 찍어야 한다.'던 고 이중호선생이 번져서 망쳤다고 버린 그림에서 지금의 '수묵목판'이 시작되었고, 후에 조선 말기 제작되었던 수 많은 부적판/시전지판에서도
그 형식은 쉽게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양식들은 당시 민간에서 유행했던 것으로 비주류 민간목판화였던 것이지요.
조형적 특징으로 보면 우리의 전통목판의 주류는 '선중심'의 판화로 곁가지를 용납하지 않은 '정악'에 가까웠다면, 서전지판/부적판에서는 '선과 면'이 함께 어우러진 것이 많고, 정확하게 찍은 진한 먹색인출보다는 다양한 농담과 다른 색으로 찍힌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대중성/상업성도 뛰어납니다.
바로 '시나위'음악의 자율성/역동성과 괘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