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생각만 해도 괜히 가슴 설레이고,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 여행은 육체와 정신을 맑고 건강하게 하며, 지친 삶의 재충전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견문을 넓히는 기회도 된다. '百聞耳 不如一見'이란 말처럼 제 아무리 많이 알고 있다한들 직접 가서 본 것과 어찌 같겠는가.
거대한 중국을 관광하러 간다는 마음에 잠을 설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김포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탑승하기까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 기대감 등이 교차하면서 긴장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여 기수를 중국으로 돌리고 가면서 긴장감이 조금 누그러졌다. 상해 공항에 도착해 눈앞에 펼쳐진 중국의 첫인상은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밝지 않고, 약간은 경직된 듯 굳어 있으며, 무질서 속에 질서가 살아 숨쉬는 듯 해 보였다. 신호등이 있으나 지키지 않고 무단횡단과 중앙선을 넘어 달리는 것은 다반사이고, 심지어 고속도로에서도 무단횡단을 서슴치 않고 한다.
낯선 땅에 와 있다고 생각하니 광활한 사막에 홀로 남겨진 느낌이 들었다. 상해에 날씨는 매우 습기가 많고 더운 날씨였다.대한민국임시정부가 있던 장소에 가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관리 상태 등 모든 것이 허술하게 보였다.
이곳이 일제시대 이 먼 나라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쓰던 곳이라 생각하니, 보존에 대한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정부에서도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간간히 내리는 비속에 안중근 의사가 도시락 폭탄을 던졌던 홍구공원에 들렸는데 우리의 공원과 별로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동화적으로 표현되어있는 동상들이 역사의 장소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고 황산으로 이동, 황산공항에 내린 소감은 마치 시골 버스 정류장처럼 허름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공중화장실, 문이 없는 화장실, 정말 낯선곳이구나 생각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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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 당대의 시인 이백(李白)은 '황산사천인삼이십이련봉(黃山四天漉三十二蓮峰)'이라 읊었고 명(明)대의 여행가 서하객(徐霞客)은 "오락에서 귀래하면 山을 보는 일이 없고, 황산에서 돌아오면 岳을 보는 일이 없다"고 했다. 황산을 찾으면 오악(泰山,華山,嵩山,恒山,衡山)도 시시하게 느껴진다고 한 셈이다. 황산의 '3기(奇)', 즉 기송(奇松), 기암(奇岩), 운해(雲海)에 온천(溫泉)을 더하여 "4절(四絶)"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천변만화의 운해(雲海)가 참으로 장관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8시에 호텔을 떠나 황산으로 출발했다. 호텔에서 황산까지는 2시간 정도 가야 한다. 중국의 12∼13억 인구 중 9억명이 농사를 짓고 산다고 한다. 황산까지 버스를 타고 가면서 농촌을 지나가는데 마치 집들이 모두 폐가처럼 보였다.
농부들은 대부분 산에 차나무를 심고 차 잎을 따서 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집들의 공통점은 벽은 하얀 색이고, 지붕은 검은 기와를 얹었다는 점이다. 드디어 황산 입구에 도착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으로 이동하면서 황산의 웅장함과 험악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산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옥병루에는 1,500년 된 소나무가 있는데, 옥병루의 거대한 바위에 황산제일봉(黃山第一峰)이란 글씨가 바위에 새겨져있다.
중국인들은 모든 일에 있어서 漫漫的가 몸에 배어 있어서인지 관광객이 지나 다니는 등산로에 중간에 털썩 앉아 관광객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정과 망치로 등산로의 바닥에 깔아 놓은 바위를 천천히 쪼고 있는 모습이 이채로 왔다.
산을 오르고 내려가기를 몇 번을 반복했을까. 계단을 1시간 정도 걸어서 정상인 연화봉에 도착하였다. 연화봉까지 오는 중에 등산로의 폭도 좁고 옆은 천길 낭떠러지.. 보기만 해도 아찔할 정도로 험난한 길을 올라가야 했다. 힘들고 무섭다고 하며 계단만 보고 꿋꿋하게 한발한발 정상을 향해 내딛는 현주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고 앞으로 우리 은행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다.
비래석에 손을 얹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운이 좋았다. 날씨가 덥지도 비도 내리지 않아 산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날씨였다.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해 논 체인에는 수많은 자물쇠가 달려 있는데, 이는 사랑하는 연인이 이곳에 자물쇠를 채우고 하나씩 열쇠를 황산의 절벽 아래로 던지는 풍습에 의해서 나타난 것이데, 던져던 열쇠를 주어와서 자물쇠를 풀기 전까지는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하다는 아주 아름다운 사연이 담겨있다. 아마도 부도직전의 열쇠 장사가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아닐까?
황산에는 여기저기에 호텔이 많다. 호텔에 에어컨과 냉장고가 없는데도 산 속이라 필요가 없어 보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직원들끼리 모여 이야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게임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비 오는 밤에 산 속에 있는 호텔은 귀곡 산장 그 자체였다.
호텔 방문이 열릴 때마다 내는 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으스스 했다. 이 소리에 겁먹고 있는 김은정씨를 우리는 얄밉게도 놀리며 즐거워했다. 황산에서의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김은정씨 그때 만난 귀신 잘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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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비가 많이 내려 아침은 계곡 물 내려가는 소리로 시끄러웠지만 날씨는 화창하게 개어 있었다. 계곡 저 아래서 서서히 피어 올라오던 안개가 산 주변을 감싸고도는 모습이 장관이다. 하산 길에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산의 웅장함을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호반의 도시 杭州로 발길을 옮겼다. 杭州까지는 250㎞, 버스로 5시간 30분에서 7시간 가량 가야 한다. 중국의 시골길은 아직도 비포장 도로가 많아 이 곳을 지날 때는 흔들거림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꼬불꼬불한 산길과 비포장 도로, 고속도로를 거쳐 드디어 항주에 도착. 여장을 풀고 야시장에서 양고기 꼬치구이와 맥주를 마셨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중국에서도 길거리 노점상들은 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하지만 단속 요원들 눈을 피해서 장사를 한다고 한다. 야시장 구경을 마친 후 호텔까지 인력거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것이라 매우 흥분되고 즐거움을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택시를 타면 10분거리인데, 인력거를 타고는 40분정도가 소요되었다. 7대의 인력거로 나누어 타고 신호무시, 차선무시, 서로 경주를 하듯 도로를 달리는 모습은 정말 잊을수가 없다. 모두들 동심의 세계로 들어간 듯 만약 즐거운 표정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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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사(靈隱寺)는 동진 때 인도승려 혜리(慧理)가 창건한 절로 대웅전의 높이가 33.6m에 이른다. 이는 수나라 강륭 황제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쓴 친필(雲林禪寺)이 지금도 걸려있다. 육화탑은 송대 건립되었으며, 외관상으로 13층처럼 보이나 안에 들어가면 7층 8각탑이다.
중국에서 제일 유명한 龍井차는 말린 차 잎을 그냥 먹어도 고소한데 황제만 마신다고 하니 차의 맛과 향이 어떠한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연 호수인 西湖는 그 옛날 서태후가 유람차 왔다가 너무 아름다워서 북경에 西湖와 똑같은 "이화원"을 만들 정도로 굉장히 운치 있고 멋있는 곳으로 서호 때문에 항주가 유명하다.
이 곳에는 2개의 제방이 있는데, 그 하나는 백거이가 만든 백제, 또 다른 하나는 소동파가 만든 소제로 이 두 시인은 제방을 만들고, 거닐면서 시도 짓고 술도 마시고 그야말로 풍류를 즐기는 모습이 눈앞에 보인는 것 같다. 서호 주변에는 서호를 오염시킬까봐 음식점과 화장실이 없고, 건물들도 모두다 저층 건물로 문화재를 보존하려는 의지가 우리와는 사뭇 달랐다.
관광을 마치고 버스에 몸을 싣고 여행의 마지막 코스 소주(蘇州)로 달려갔다. 오늘도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치고 시내 관광을 한 후 시내에 있는 나이트클럽을 가기로 했는데, 영업을 마치고 청소를 하다가 다시 손님을 받는 모습이 우리와 비슷해 보였다.
나이트 클럽 음악은 대부분 팝송이지만, 우리의 노래가 흘러나올 줄 정말 몰랐다. 간간히 들여오는 한국의 음악에 감회가 새로웠다. 중국에서는 "클론"의 인기가 매우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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蘇州에 대하여...
소주는 예로부터 上有天堂 下有蘇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며, 정원과 비단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寒山寺는 육조시대에 세워진 고찰로 당나라 시인 張繼가 과거 시험을 3번 낙방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종소리에 매혹되어 "풍교야박(風橋夜泊)이라는 시를 지어 유명해진 높이 2m, 직경 1.4m의 종이 유명한 절이다.
이곳에서 책으로만 보아왔던 서유기의 주인공인 손오공의 사부 삼장법사를 뵙게 되니 나도 모르게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虎口塔은 춘추시대 吳 나라 왕 '합려'의 묘지였는데, 장례를 지낸 3일째 되던 날 白虎 한 마리가 나타나 능을 지켰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능을 짓고 나서 비밀을 지키기 위해 1,000여명의 인부 목을 모두 잘라 죽였다고 하니 비밀을 간직하기 위한 고대인들의 생각은 어느 나라나 똑같은 것 같다. 호구는 지금까지 발굴이 되지 않은 채 1,000년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높이 40m의 언덕인 호구의 정상에 雲巖寺塔 일명, 호구탑(북송시대 959년 건립)이 있으며, 높이 47.5m, 8층의 동양의 피사의 사탑으로 불리며, 북서쪽으로 약15°정도 기울어져있다.
이들은 문화 유적을 천년만년 보존하려하는데 우리는 어떠한가. 고대 유물의 가치를 보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훼손하지 않는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며,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 줄 것인가. 소주하면 미인이 연상되는데 모두 실크공장에서 근무한다고 하여 견학하기로 하였다. 패션쇼를 하는 모델들이 미인인데, 이들은 모두 동양적인 성격이 강해 보였다.
그리고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것을 처음 보았는데 신기하기만 했다. 견학을 마치고 中國銀行을 방문하니, 우리가 생각하고 보아왔던 은행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출장소 크기보다 훨씬 작아 보였으며, 객장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고, 창구를 지키는 직원도 없었다.
중국에는 강도들이 많아서 은행 카운터에 마치 환전소나 전당포처럼 칸막이를 해 놓았으며, 손님이 들어와도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외화 환전도 지정된 은행(中國銀行)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拙政園은 1509년 명나라 때 건축된 암행어사 王獻臣의 개인 별장이었다고 한다. 졸정원 공사기간은 16년 걸렸으며, 왕헌신은 2년밖에 살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졸정원은 중국 4대 名園(북경의 이화원, 승덕의 피서산장, 소주의 유원, 졸정원)으로 꼽히는 곳으로, 면적은 5만㎡이며, 이중 5분의 3이 호수이다.
호수에는 각종 물고기가 한가로이 놀고 있으며, 정원은 햇빛이 강하게 비춰도, 비나 눈이 내려도 정원을 모두 구경할 수 있도록 지었다. 지금의 크기는 예전의 1/4로 축소해 놓았다 하니, 개인 정원 치고 이렇게 넓은 정원을 가진 사람의 신분 및 지위가 상당했던 것 같다.
상해로 다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서커스 구경 및 외탄강으로 야경을 갔다. 외탄강 주변의 야경은 화려했으나, 홍콩의 야경만 못해 보이는 것 같았다. 홍콩은 자유스럽고 화려한 반면, 중국은 소박하면서도 정감이 물씬 풍긴다고 할까. 중국인들의 소망은 소주에서 태어나서, 항주에서 살고, 광주에서 먹으며, 유주에서 죽는 것이라 한다.
중국에도 가장 많은 것이 3가지 있는데, 사람, 자전거, 가짜라고 한다. 중국은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천국이다. 여자들도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니는데, 긴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면 치마가 바퀴나 체인에 걸려 타기 힘들어 치마를 핸들에 올리고 타는데 이를 "바람통"이라고 한다. 여기에서는 미니 스커트를 입고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이를 이상하게 보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밖에 없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여자건 남자건 웃거나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는 사람들을 보질 못했다. 이들은 서비스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이는 아무리 친절 봉사를 해도 자기들의 봉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외국 자본이 밀려들어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앞으로 세계 제일의 경제 강국이 되면 서비스가 좋아 지려나?
해외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특히 중국에서 시간과 기회가 주어졌을 때 우리의 귀와 입을 뚫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외국인들만 마주쳐도 금방 마네킹이 되고 만다. 어느 정도 영어 회화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해외 여행을 한층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삼천리 금수강산인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고, 조국과 나의 직장과 가족을 좀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히 들었다.
첫댓글 상세한 산행기 감사드립니다..님의 정보와 산행기가 황산을 꿈꾸시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것 입니다..건강하시고 담 산행기 기대 합니다..
감사 합니다..--;;...수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