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의 기적
임 재 문
어느덧 칠순이다.
칠순은 나에게 있어서 기적이다.
갖 태어나서부터 병약해서 호적에 올리는 것조차도 꺼려서 생후 2년이나 지난 후에 겨우 호적에 올릴 수 있었다고 하니 칠순은 나에게 기적이 아니겠는가 ?
내 어머니께서는 20세에 나를 낳으시고, 내 나이 아홉 살 때 서른도 채우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셨다.
내 아버지께서는 회갑을 맞이하시고 그 이듬해에 하늘나라고 가셨다. 할아버지께서는 42세에 만주 용정에서 8.15 광복절을 이틀 남겨두고 홀연히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칠순이라니 갑자기 돌아가신 분들이 한 없이 그리워 몸부림친다.
그래서 칠순은 나에게 찾아온 기적이라고 해야 한다.
미남 미녀이셨던 어머니 아버지 기대에 어긋나게 태어난 내가 잔병치레까지 해서 생사의 갈림길을 왔다 갔다 했으니 내 부모님 마음을 많이도 아프게 한 불효자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
칠순이 되는 내 생일 전날 밤 나는 밤을 지새우고 자정을 기다렸다. 칠순의 기적을 맛보기 위해서다.
아 ! 드디어 칠순 ! 이 칠순을 누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그 얼마이던가 ?
그래서 칠순을 고희라고 했었나보다.
이제 살아온 날 보다 남은 날이 턱없이 부족한 나이가 되었다.
돌아보니 내 인생은 젖은 짚단 태우듯이 살아온 날들이 아니었던가 싶다.
어려서도 그렇게 잔병치레로 힘들었지만, 살아오면서도 수없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기적처럼 살아왔기 때문이다.
칠순 여행을 떠난다. 강릉 주문진으로 2박 3일 여행을 떠난다.
아내와 나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가 함께한 내 칠순여행 !
넓고도 넒은 바다 ! 그 바다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온 천하를 다 얻은 기분이 되었다.
아내도 한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멋있게 포즈를 취하며 사진에 추억을 담았다.
주문진에서 유명하다는 홍게를 맛있게 먹고 내가 좋아하는 회도 실컷 먹었다.
인기 연속극 '도깨비' 쵤영 명소도 돌아보고, 한없이 즐겁기만 한 칠순여행 !
그 칠순여행의 마지막 밤을 맞아 콘도에서 쉬는데 평소 좋지 않았던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
그 통증은 자정을 지나고 새벽이 오자 절정을 이루었다. 할 수 없이 강릉 아산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는 몸이 되고 말았다.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해도 통증은 멎으려고 하지 않는다. 부랴부랴 귀가하여 내 단골병원인 정형외과에 가서 연골주사를 맞고서야 간신히 기적처럼 통증이 가라앉았다.
또다시 칠순의 기적을 맛본 샘이 되었다.
하나님 ! 나에게 칠순의 기적을 주신 하나님 !
남은 인생 ! 그렇게 또 기적을 맛보며 열심히 살다가 가겠습니다.
하나님 ! 감사합니다.
1986년 봄호 한국수필 추천완료
한국수필작가회 11대 회장 역임
수필집 ((담너머 부는 바람)) 1993 ((사형수의 발을 씻기며)) 2000
sullb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