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검진
2년을 주기로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예약한 날입니다. 이른 시간 집을 나서며 경당에 모셔진 주님께 인사와 잘 부탁드린다는 간단한 기도를 올립니다. 제 발로 건강하게(?) 들어갔다가 영영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 또는 바로 환자로 급변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많이 보게 되겠지요. 언젠가는 나의 경우도 될 것이구요. 그러니 기도祈禱(빌기 빌도) 필수 선택이고, 자신의 힘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수 없는 유한한 인간을 위해 참으로 좋은 장치입니다.
그러면서도 병에 대해 두 가지 고전적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너무 알아도 병이요 너무 몰라도 병’이라는. 이 한계에 얼마나 건강한 조화와 균형을 맞출런지 저 자신도 과제입니다.
병원에 가면 바로 순명 정신으로 발휘해야 합니다. 뱀의 허물같은 나를 감싸고 있던 겉옷과 정신들을 재빨리 내려놓아야라고, 검사때마다 특정한 자세를 요구하는 의료진의 지시에 군말없이 따라야 합니다. 또한 수선스럽지 않은 정도의 감사 표현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내 돈 낸다고 당당하고 당연할 것도 없습니다. 살다보니 돈을 억수로 내고도 당연하지 않은 불행한 결과들도 수없이 많더군요. 그러니 고마운 마음이 더 당연합니다. 이 참에 수도회와 협약한 ‘한림병원 건강 검진’ 시스템은 외적 환경과 검진 과정이 수도권 일급 병원 부럽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것도 고맙고 또 만족입니다. (솔직히 일류병원에는 가보지 못했지만요) 인천 계양구에 사시는 분들께는 강추합니다.
귀원 후 간호사 수녀님과 전화로 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런 건의도 해보았습니다. 수도회에 차원에서 시나브로 노화와 질병과 죽음과 거리상 가까워지는 회원들을 생각하며, 위급상황에 각자의 마무리를 위한 구체적 복음적인 장치들을 마련해 놓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