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이맘때, 불타는 일림철쭉의 황홀함에 다시 한번 빠져 들어보려는 제암~사자~일림~보성차밭의 앵콜공연에
요동치며 썰레이는 가슴을 진정 시키느라고 며칠전부터 이 오륙도가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아시는가요?
직장동료 5명과 함께 한 호암의 버스 2대는 이른 시간인 06:10경에 힘^찬 출발을 한다.
출발한지 3시간 35분만에 휴양림 주차장에 다다른다.
A조만이 하차하여 가볍게 몸을 풀고 기념촬영후 출발한다.
28명이다.
작년에는 21명 이었다는 말에 옆에 가던 우리네 어회장님 왈
"참 기억력도 좋으시다. 우리는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데....."
에이, 제 기억력은 사실 시원챦아요!
산행수첩에 메모한걸 한번 보고서 기억하는척 하는거죠 뭐....ㅎㅎㅎㅎ
오늘은 입구의 일림산 시비도 보이고, 전망대도 보이고, 뭐든 다 보인다....
작년엔 영천없이 산대장님 따라 롱다리 가랭이 찢어져가며, 배도 곯아 가며, 허벅지 쥐도 나 가며....
하다보니까 사진찍는것 외에는 눈에 뵈는게 없었거든요.
근데 올해는 앵콜종주 인지라 눈에 뵈는게 참 많데요!
길을 알고 가죠, 밥도 먹고 싶을때 알아서 먹죠, 여유가 있다는 얘기죠!
출발후 45분 정도 가파른 산행길을 땀 꽤나 흘리며 헉헉 거리면서도 어느새 주능선에 다다른다.
바로위에 커다란 임금바위와 신하바위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임금님! 저희 호암님들이 당신을 보기위해 이렇게 작년에 이어 먼길을 또다시 찿아 왔노라고 말씀 드리고 나서....
바로 앞서던 일부 호암님들, 제암산 정상석으로 바로 가버린다.
그냥 가면 안되지요! 불러서 임금바위로 올라 가도록 안내를 한다.
제암-임금바위에 올라서서 천하를 호령하고 가야죠!
작년에 임금바위에서 내려올때 중년의 여성분 엉뎅이가 좁은 바위 틈새에 끼어서 손을 잡아 당기면서
빼 내어준 기억에 웃음 한번 머금고.....ㅎㅎㅎㅎ
되돌아 나오니까 정상석에 우리 고생 많으신 후미 조대장님과 이경심 부회장님하고 동장님이 사진 한컷을
간절히 원하신다. 한컷하고 출발!
뒤돌아 보며 이젠 능선길이니 속도를 많이 내어서 시간을 벌며 좋은곳에서 한컷합시다 하며 뒤돌아보니
아뿔사! 우리네 큰형님 서형께서 역시나 보이질 않는다.
선두그룹에 먼저 따라 간다면서 바람처럼 사라졌다나....
앵콜도 역시 좋다! 색깔은 좀 바랬지만 붉은 철쭉과 검은 바위와 푸르런 나무가 어우러진 제암산의 풍광은
철쭉의 끝자락 이라도 좋기만 하다.
사람과 산이 혼적되어 하나가 되는 느낌의 많은 등산객들로 붐빈다.
휴양림의 등산로와 합류하는 곰재를 지나서 철쭉평원에 이르자 사람 반, 철쭉 반이다.
일림산에 가면 너무도 많이 찍을수 있는 좋은곳이 있으니까 몇컷만 찍고 보따리 풀어서 시원한 막걸리나
한잔 하자고 하며 간식을 좀 먹고서 출발을 한다.
등산객들은 서서히 많아지고 가다보니 어느덧 작년의 배곯았던 추억이 생생한 그곳!
사자산 미봉에 이른다.
시간은 좀 이르니 식사는 뒤로하고 조금전에 먹었는데 또 무조건 뭐라도 먹자!
배고픈 추억을 지우자며.....ㅎㅎㅎㅎ
사자산 미봉을 떠나자 마자 잠시후 정말로 골치 아픈 골치가 나온다.
좁고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에 가느다란 줄을 잡고 내려 가자니 많은 인파가 밀려서 10여분 이상 지체된다.
역시나 골치는 골치다!!!!
골치를 내려서고 보니 일행은 콧배기도 볼수 없을 정도로 멀어져 있다.
곧이어 B조의 용추폭포 쪽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등산객과 행락객들로 많이도 붐비기 시작한다.
부지런히 긴줄을 제치며 제치며 헉헉거리며 가니까 왼쪽 공터에 산대장님과 서형, 어회장님하고 조대장님,
몇몇분께서 식사를 하시고 계신다.
우리는 그옆에 식당을 차려서 식사를 하고, 서형만 남고 선두 일행은 출발을 한다.
bye-bye 외치며 즐거운 식사를 마칠 무렵, 동료들 옷에 벌레가 한 두마리씩 붙어있다.
송충이보다 아주 가느다란 한 2cm정도 되는 벌레가 머리를 빳빳이 곤두 세우고 옷에 붙어있다.
"자벌레" 라는 벌레이다.
혹시 부족한 사람들 한테만 붙는것 아닌가? 왜 나한테는 안 붙지???
한바탕 히히덕 거리게 만드는 농담을 마치고 다시 출발한다.
천천히 천천히 가면서 저 앞을 보니 붉은 일림산의 철쭉이 불탄다.
불끄러 가야지!!!
참으로 이소리, 작년에 이곳에서 너무도 많이 들은 소리이다.
물론 올해 불은 화력이 좀 약하지만 처음 와본 호암님들은 엄청 붉은 불에 정신이 혼미 해지지만....
아! 맞다! 어회장님께선 올해 제대로 불끄러 오셨죠?
산인지 섬인지 바다인지 얼른 봐서는 잘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선 저 장흥만의 조망을
일림산 철쭉와 동시에 감상하면서 다시 좌측의 한치재 방향으로 간다.
한치재 방향이라면, 작년에 서형과 한형이 하산하면서 우측의 회령다원 방향이 아닌 그대로 직진한 그 방향!
작년 이곳으로의 하산 인파는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웬걸 올해는 엄청난 인파가 호암의 단골 앵콜로드로
그대로 가고 있다.
아주머니 한분의 다리 절골로 인하여 더더욱 밀려든다.
그래도 한시간 정도 지난후 이정표가 나오는 곳에서 회령다원 방면의 우측으로 하산한다.
일행는 보이지 않네.
앞선 20여명의 다른 일행의 양해를 구하고 옆으로 옆으로 질러 가다보니 일행이 보인다. 휴~~
20여분후, 햇살에 반짝이는 새파란 새순의 차잎이 보석처럼 빛나는 보성 제2다원에 도착을 한다.
수많은 아주머니들께서 차잎을 타는 광경 또한 하나의 볼거리를 만들어 준다.
차밭을 지나며 마을입구에 다가서자 새파란 풀밭에 새까만 염소 한마리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제일 등 따시고 배부른 놈이 저 염소구먼....
동료들, 염소를 쳐다보며 군침을 흘리는것 같다. 후후후
주차장에는 엄청 많은 관광버스가 가득 채워져 있다.
정말 많이도 바뀌었다.
그래도 우리 호암의 하산주 자리는 넓게 펼쳐져서 먼저 오신 회원님들과 벌써 흥이 돋우워져 있다.
동료들과 한자리를 만들며 황부회장님의 인심 후한 고동을 팍팍 무친 안주에 쐬주를 곁들이니 하루의 피로가
확 가셔진다며 호암님들 희희낙낙 거리신다.
작년에 한치재 방면으로 멀리가서 인근의 교장선생님 덕분에 승용차 얻어 타고서 이곳으로 회귀한 일하며
옆의 주막에서 녹차전과 녹차 동동주에 하산주 얼큰하게 먹다가 버스가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뒤늦게
허겁지겁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며 버스로 달려 가던일등의 작년 에피소드를 또 한번 되뇌이며 동료들과
한바탕 시원한 마무리 웃음을 짓고서 제암~일림~보성차밭의 종주를 끝낸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시적인 표현이 있지만, 오늘 일림산은 사람보다 꽃이 더 아름다운 하루이다.
첫댓글 좋은 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