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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산술당 원문보기 글쓴이: 광동거사
안녕하셨습니까? 산술당동지 여러분...
아직 피로가 덜 풀려...하지만 제 기억이 남아 있을때 기록해야 될것 같아서...
같이간 덕보 강준영이 사진으로 기록한 일정과 맞추어 등반 내용및 여정을 쓰려고 합니다.
천산 1일차...(2008.06.19)
아침 7시 40분까지 인천공항에서 만나기로 하여서 6시 반에 집을 나서는데...큰녀석이 김포공항까지 태워다 준다기에 기다리다 조금 늦어버렸습니다. 8시에 인천공항에가니...다들 일찍나와 기다리다 나를 보자마자 한마디씩 합니다. 제일 가까운 놈이 제일 늦는다고...심지어 욕하는 녀석도 있습니다. 좋아 두고 보자...중국가면 누가 더 아쉬울까..?ㅋㅋ..제일 많이 화를 내는 녀석을 마음속에 기록하며...인천발 북경행 9시 45분 중국 국제항공에 몸을 실었습니다. 고산등반에 대비해 각자 가져온 짐이 장난이 아닙니다. 일행 5명의 짐이 배낭, 더플백, 여행용 대형가방, 대형 보스톤백, 라면상자...무려 13개입니다.
중국 북경...이제부터는 중국시간 (한국보다 한시간이 늦습니다) 입니다. 10시 40분경 북경 首都國際공항에 도착 하여 입국심사를 통과하여 국내선으로 갈아타기위해 3터미널로 이동합니다. 북경공항.. 장난이 아닙니다. 세계제일의 규모랍니다. 인천공항보다 확실히 크고 인간들이 장난이 아닙니다. 중간에 한국 (주)CJ에서 공항4층에 입점한 한식당 '사랑채'에서 CJ 현지 여직원의 안내로 한식으로 점심을 먹고...성훈아 잘 먹었다...
14시 우루무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북경 수도 국제공항이 인천공항보다 더 클럴지는 모르지만...아직 시스템이 모자라네요...1시간을 지체한 후 에야 이륙을 하는데...활주로에 이륙대기하는 비행기가 줄줄이 서 있습니다.
무려 4시간 반을 날아서야...우루무치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던 사막과 광야와 천산산맥을 어찌 필설로 표현 할 수가 있겠습니까...사진 참조하세요..천지가 사막과 광야인데...가운데로 천산산맥이 여러겹으로 달리고..그 산속과 산맥에 기대서 근처에만 푸른 초원과 농경지가 있는...
우루무치입니다. 위그르어로 아름다운 목장이란 뜻이랍니다. 지금은 목장은 아니고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잇는 멋진 교역도시로 새로 나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일반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시내 중심부에 새로 짓는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소위 신도시에 있습니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한적하고 시내 중심가와 달리 위그르족이나 소수 민족들 보다는 한족들 중심으로 되어있군요. 이동네는 밤 10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아직 날이 훤합니다.
천산을 내려온 후 이틀간의 시간을 현지 관광을 할 계획을 하며 현지 여행사와 미리 협의하고 계약 한 후, 저녁을 길거리 야시장에서 양고기 꼬치와 현지 빵 '난'과 맥주와 현지 고량주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몸은 아직 우루무치에 있지만 마음들은 이미 천산에 가있어서 들뜬 마음에 잠을 청해봅니다.
천산 2일차...(2008.06.20)
이른 아침을 호텔 뷔폐에서 먹고 현지 시장에서 필요한 몇가지를 더 산 후에...11시경 천산 천지로 출발합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덕보의 카메라가 바빠집니다. 천산산맥을 끼고 달리니 흰눈을 이고 장엄히 내려다보는 고산 준봉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멀어졌다 합니다...저중 어느 봉우리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목표한 '보거다' (博格達 5,445m)봉이 있습니다.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관광성수기에 대비해 도로 공사하느라 마지막 한시간을 비포장으로 달려서야...천산 천지 (天山 天池)에 도착합니다. 때맞추어 연락이 닿은 현지인 카자흐족 (하사크라고 발음합니다) 친구 아리허 (阿力哈)가 입구에 마중나와 있다가 우리를 반깁니다. 이먼 땅끝에도 아는 사람이 있다는게...얼마나 다행인지...모르겠습니다.
입구에서 차타고 또 걸어서...천지(해발 2,000m)에 가니...천지가 우리를 반깁니다. 거기서 더 올라가서야.. 아리허 집 (몽고 파오)에 도착해 짐을 풀고 점심을 현지 하사크족식으로 양고기와 먹고...호수건너 西王母사당을 구경하고...천지에서 발원한 물길을 따라 계곡을 걷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어갑니다.
도착할때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발이 점점 굵어집니다. 등반 가이드 아리허의 표정도 점점 굳어가도...슬슬 추위를 느끼기 시작한 우리 동료들의 얼굴도 한기에 얼어갑니다. 천지에 비가오면 해발 3,000은 눈일테고...천지에 이렇게 비가 많이 온다는것은... 내일 갈 등반로에 눈이 많이 쌓이고 있다는 거고...그건 그렇고...왜 이리 추운거냐..? 산 위에 오르기 전에 이리 추우면 산 위에 올라가면...? 이제 슬~슬 실감이 납니다...모두 준비한 겨울용 옷들을 껴입고..침낭속으로 들어갑니다.
아리허의 말로는 천산 남쪽에서 부는 바람은 비가오는 바람이고 북쪽바람은 비가 그치는 바람이라는데...이미 바람 방향은 북쪽바람인데...비는 점점 더 오네요...파오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콩알 쏟아지는 소리가 납니다. 추워서 잠도 잘 안옵니다.
천산 3일차...(2008.06.21)
눈을뜨니...아직 안개가 천지를 덮고...산에는 운무가 골짜기마다 피어나고 있네요. 가끔씩 보이는 산너머 산에는 하얗게 눈을 이고 있는 고봉들이 흘낏흘낏 자태를 보여줍니다. 아...저기를 어찌갈꼬...아침을 현지식 칼국수 비스무리한걸로 때우고...9시에 출발하는데...햇볕이 슬며시 드는가 싶더니...햇빛이 '쨍' 하고 납니다.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며 파카를 벗어도 걸으니 땀이나네요.
천지를 끼고 걷는데...청명한 하늘에..흰 구름 몇쪽...파란, 아니 청록의 호숫물에...앞산에 신록이 어우러져...멀리 산너머 보이는 설산들의 자태와...한폭의 그림이 이보다 아름다울까요... 돈 들이고 온 보람이 드디어 눈 앞에....친구들아 이걸 못 보여줘서.. 정말 미안 하고나...
한 시간 걸으니...현지 하사크족 몇몇이 말을 가지고 대기 하다가 우리를 보고 히죽 웃는데...산속에서 만났으면 영락없는 비적떼인지라...말을 다섯마리 세내고 마부 셋, 가이드 하나,우리 다섯, 이렇게 천산 보거다 원정대 열 넷이 한팀이되어서...
어제 너무 추워서인지 만정이 속탈이 났습니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서...말을 타기로하고 일반짐은 말에 실고 우린 배낭 하나씩만 지고...가이드와 현원,덕보,진호형,광동 다섯이 한팀, 말 다섯과 마부 셋 그리고 만정이 한팀...이렇게 두팀이 되어 각각 출발하였습니다.
호수를 지나 산을 끼고 돌아보니 바로 산 사면이 나옵니다. 사면을 따라 온갖 풀이 자라는 초원이 나오고 말, 소, 양떼가 초원을 따라 자기들만의 세상에 돌아다니며 풀을 뜯는 목장입니다. 여름용 목장이지요. 출발한 천지가 해발 2,000m, 오늘 가야 할 야영 목적지가 해발 2,700~2,800m...해발 고도 7~800m가 올라가기가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계곡을 따라 산을 빙 끼고 도는데...처음 2,200까지 보이던 잎이 아카시아만 하던 나무는 어느새 아름드리 삼나무 숲으로 변하고...조금더 오르니 눈이 풀밭위로 보이더니...등산로가 아니고 말이 다니는 길은 진창으로 변해 오르기도 힘들지만 걷기도 장난이 아닙니다. 뒤에서 따라오던 말팀은 말을 타고도 잘도 갑니다. 우리를 휙 지나 앞서 가더니 어느새 보이지 않습니다.
걱정이 되어 유심히 보았던 만정이...아 글쎄...현지 하사크족 만큼이나 말을 잘 탑니다. 정말 폼나게 말을 타고 저만큼 가더니 우리를 보고 히죽웃으며...손을 흔들며 갑니다.
중간에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오르고 또 오르고...멀리 보이던 설산이 우리 옆으로 다가와 앉습니다. 가까이 다가왔지만...봉우리는 까마득히 높기만 합니다. 계곡 양쪽으로 십여개의 바위산과 설산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우리는 끝없이 오르고 또 오르고...
그러다가 계곡을 넘어 어느정도 오르니 다시 경사진 초원이 나옵니다. 이제 몇몇 바위산과 봉우리는 우리 발 밑에도 있고 등뒤에는 처음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설산 능산도 보이고...저~앞으로 몇몇 설산 봉우리가 새로이 보이고...그래도 아직 우리가 가야할 보거다봉은 보이지 않네요...
오후 5시 조금 넘어 도착한 해발 2,750m고지는 계곡 우편의 아커부라커봉의 허리쯤되는 눈이 여기 저기 쌓여있는 초원 평지입니다. 여기까지가 삼나무가 자라는 마지막 고도입니다. 건너보이는 산등성이는 전부 초지인데 경사가 45도가 넘는 산중 목장입니다. 양떼가 유유히 풀을 뜯으며 저희들끼리 부르고 찾고 난리가 아닙니다.
야영 준비를 하고...저녁을 해먹고...해가 지는 9시까지는 그럭저럭...지낼만 했는데...그래서 고량주도 한잔 하고...여유를 부리며 경치보고 어쩌고 하는 사이 해가 지더니...설산 봉우리 계곡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데...기온이 갑자기 영하로 내려가고...가져간 겨울등반용 옷을 다 껴입어도...아이고...추워라...하늘의 달은 마치 은쟁반같이 희고 빛나는데...자다 깨다 자다 깨다...
천산 4일차...(2008.06.22)
아침 7시가되니... 완연히 날은 밝았지만...바람 불고..춥고...꼼짝을 못하고 있는데...같이 자는 현원은 침낭을 머리위까지 덮고 웅크리고 있고...
건너보이는 산봉우리에 햇볕이 들기 시작해 점점 내려오더니...바람도 조금씩 잦아들고....대원들도 하나씩 텐트밖으로 나오고...그제서야...물떠오고 밥하고...버너를 키고 밥을 하는데...다들 불가로 모여서는 어젯밤에 추워서 얼어 죽을뻔 했다는둥... 수다를 떨고 있는데.. 건너편 텐트에서 나오는 만정이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이 불가로 오더니...첫마디가 "광동아...나 좀 살려주라..." 밤새 한숨도 못자고 복통에 시달리다 날 밝기만 기다린 만정을 어떻하면 좋을까...?
혼자 내려보내야하나..? 아니면 다 같이 내려가야하나..? 고민하다가...현지 하사크 가이드에게 물었더니...추워서 생긴 복통이니 해가나고 기온이 오르면 좀 괜찮아 질거라고...정말 해가나고 기온이 오르니 만정이 다시 힘을 내고...
8시 반쯤되니 다시 해가 비추고 거짓말 같이 기온이 오르고...그래서 만정은 어제같이 말팀과 함께 말로 오르고...나머지는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해발 3,000m에 다다르니...가만있으면 숨이 차지 않는데...스무발자욱만 오르면 다리에 힘이 빠지는데...걷다 서다 오르다 서다...이건 무슨 닭병도 아니고...몸에 힘은 빠지고 갈길은 멀고...아직 보거다봉은 보이지도 않고...
이젠 주변에 나무는 아예없고...돌산아니면 초원인데...양쪽에 설산들과 허물어지다만 돌산만...하늘 높이 솟아있고...
해발 3,200쯤 언저리 풀밭에 도착해 점심을 해먹고...눈은 점점 많이 쌓여 발목까지 빠지는데...기온이 오르니 쌓인 눈이 속에서부터 녹아 미끄럽고...젖어오고...결국 후락다라봉 어깨쯤 풀밭에 짐을 풀고...
모두 말을 타고 다시 출발해서...한,두시간 똥꼬에 힘을 주다보니...해발 4,000m... 보거다봉 코 밑에 왔다.
그림으로만 보던 보거다봉은...명불허전....만년설로 덮인 해발 5,445m의 설산은 구름 한점 없는 파란 창공을 배경으로 우리에게 전신을 보여주고 있는데...옆에 안나푸르나를 다녀오신 진호 형님께서..."야~이거 안나푸르나 보다 낫구만..."
현원의 도력 덕분에 다른 팀은 보거다를 보는 기회가 반도 안된다는데...우리는 구름 한점없이 이렇게 눈위에서...(사진 참조) 보거다봉을 마주보며 피운 담배 한대가...그렇게 좋을 수가...
아쉽게 보거다를 뒤로하고 다시 말로 하산하는데...
늦게 저녁을 해먹고...짐 풀은 후락다라봉 어깨쯤에 텐트를 치며...아이고 어제 이보다 해발 500m 낮은곳에서 자다 얼어 죽을 뻔 했는데 오늘 저녁은 어쩔꼬...? 저녁에 현지인 하사크족들과 뜻이 통해 남은 술 있는거 없는거 다 나눠 먹고 마시고...노래 부르고 춤도 추고...어깨동무하고 사진도 찍고...(사진 참조) 취해서 침낭에드니...술기운인지 피로덕인지...
천산 5일차...(2008.06.23)
눈뜨니 새벽 다섯시..아직 날은 밝지 않아...어제 그 달이 똑같은 그자리에...거울같이 밝고...텐트밖으로 나오니...대자연 속에...나 홀로 서있다는 느낌에...무섭기도하고...너무 밝은 밤은 그렇게 지나가고...
일찍 아침을 해먹고...하산이다...
하루 반을 오른 길을 하루만에 하산한다. 만정은 이제 회복되어 걸어간다. 우리 일행 다섯과 가이드 이렇게 여섯은 걷고, 말다섯과 마부 셋은 따로 하산하기로하고...중간에 물이 많이 불은 개울은 말타고 건너며...너무너무 좋은 공기며...경치며...오를때 힘들어 보지 못한 경치를 속속드리 구경하며 내려오는데...그래도 물을 보고 그냥 갈 수 없어서 알탕을 시도하느는데...물이 얼음이라 겨우 발이나 씻고 머리나 감는데...제일 연장자인 진호형님은 훌훌 벗고 바로 물속으로...형님 존경스럽습니다.
그렇게 각자 생각 속에서 걷고 있는데...갑자기 현원이 소리를 지른다. 우측 산 능선에...한무리 바위덩어리 옆에...홀로 서있는 바위하나가...마치나...돌 하르방 같기도 하고...현원이 그렇게 찾던 "천산에 들어 돌이 되었다는 우리 조상 황궁씨"를 찾았단다...(사진 참조)
오후 다섯시에야 처음 출발했던 몽고 파오로 돌아온 우리는 양을 한마리 잡고...술을 내어서...우리가 무사히 보거다봉을 다녀 올 수 있게 도와준 현지 하사크가이드와 마부들에게 감사의 표시를하고...같이 어울려 먹고 마시다가...저녁 8시 넘어서 천지를 출발해 우루무치 호텔로 돌아오니...밤 11시...며칠만에 더운물로 씻고 따뜻한 잠자리에 드니...아이고...황송해라....(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