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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 용기 안의 유기용액에서 백금 나노결정이 성장하며 서로 결합하는 것을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원자 수준으로 관찰했다. 영상은 백금 결정들이 서로 결합해 처음에는 둥근 모양을 이루었다가 점차 정육면체(2차원 사진에선 육각형 모양) 구조로 변하는 것을 보여준다. 하얀 점들이 낱개 원자이다. 출처/ Science, 카이스트 연구팀
용액 안에서 원자들이 모여 결정 구조를 만드는 과정을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전자현미경 관측 기법이 한국과 미국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카이스트는 5일 보도자료에서 “이정용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에서 성장하는 결정을 원자 단위로 분석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6일치에 "그래핀 액체 셀을 이용한 콜로이드 나노결정 성장의 고해상도 전자현미경 영상"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연구에는 육종민 박사가 제1 공동저자로 참여했으며, 미국의 버클리 캐릴포니아대학과 국립로렌스버클리연구소 등 연구자들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2009년에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나노결정의 성장 메커니즘을 관찰하는 비슷한 연구성과를 낸 바 있으며, 이번 연구는 이를 바탕으로 하면서 현미경의 해상도를 원자 수준까지 크게 높인 후속 연구의 성과이다.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광학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는 극미세계에서 '나노결정'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 과정을 직접 관찰하려는 시도는 그동안 계속돼 왔다. 관찰 도구로는 주로 투과전자현미경(TEM)이 사용됐다. 투과전자현미경은 관찰하려는 대상에다 전자 빔을 쏜 뒤, 그 전자들이 대상을 투과하는 과정에서 일으키는 회절 신호를 모아 원자 또는 분자의 모습을 시각화하는 첨단 현미경이다.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광학현미경보다 파장이 훨씬 더 짧은 전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분해능(해상도)은 광학현미경에 견줘 매우 높다. 그런데 투과전자현미경에서 문제는 전자들이 대기 중의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하므로 관찰 대상을 진공 상태에서만 관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용액 안에서 이뤄지는 나노결정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려면, 용액이 진공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관찰 대상이 든 용액을 어떤 미시 그릇에 넣어 가둔 뒤에 관찰해야 하는 난제가 있다. 이런 난제를 극복하려는 여러 시도들이 진행돼 왔다.
근래에 이룬 성과로는, 2009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등 연구팀이 백금 원자가 든 유기용액을 실리콘 그릇(규소화합물 구조물)에 가두는 방식을 써서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백금의 나노결정이 성장하는 과정을 처음으로 직접 관찰했다(이처럼 백금 원자가 든 용액을 담은 그릇은 "액체 셀(liquid cell)"이라 불린다). 연구팀은 그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이런 연구성과를 보고했다. [ 관련 뉴스 / 논문 ]
'입자' 수준에서 나노결정이 성장하는 것을 관찰했다면, 해상도를 더 높여 '낱개 원자'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는 없을까? 투과전자현미경은 본래 원자 낱개까지도 관측할 수 있는 성능을 지니므로, 백금 원자가 든 용액을 투명도가 훨씬 더 높은 액체셀에 담을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 연구팀은 '지금까지 합성할 수 있는 물질 중에서 가장 얇은 물질'인 그래핀을 사용해 그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제1 공동저자인 육종민 박사는 “비유하자면 2009년 연구팀의 아이디어는 일종의 유리 어항에다가 용액과 백금 원자를 넣고 관찰한다는 것이었는데, 이 때에는 전자들이 어항을 투과해야 하기에 그 안의 대상이 '흐려 보이는'(해상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며 “이번 연구의 아이디어는 어항을 규소혼합물이 아니라 그래핀으로 만들어 투명도를 훨씬 더 높일 수 있다는 데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육 박사는 2009년 연구성과를 냈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에 파견돼, 공동연구를 통해 그래핀으로 훨씬 더 투명한 '어항'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그 덕분에 원자 낱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높은 수준의 해상도를 얻을 수 있었다.
원자 수준으로 백금 원자들이 나노결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연구팀은 새로운 사실도 확인했다. 육 박사는 “백금 원자가 나노결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금까지는 직접 관찰할 수 없었으므로 그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여러 가설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관찰해보니 백금 입자들은 ‘서로 방향이 맞는 위치’에서만 만나며, 이 때에만 충돌해 결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한 백금 입자들이 결합한 직후에는 둥근 구조를 이루고 있다가 점차 표면에 각진 면을 만들어가면서 정육면체(2차원 사진에선 육각형으로 보인다) 결정으로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도 이번에 관찰됐다.
연구팀은 "앞으로 액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원자 규모로 관찰해 그 현상을 규명하는 여러 연구 분야에서 원천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수준의 관찰 도구가 개발되면 이를 활용하는 새로운 연구 주제와 분야들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원자 수준으로 나노결정의 성장 과장을 관찰할 수 있는 이번 원천기술이 앞으로 어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해질 용액 안의 백금 촉매 작용, 물 분자의 산소와 수소 전기분해, 혈액 속 바이러스 등의 움직임을 원자 수준으로 관찰하려는 다양한 분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투과전자현미경(TEM)]
인간은 미시세계의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 전자현미경은 빛 대신에 전자를 통해 물체를 인식한다. 물체가 가시광선의 파장보다도 더 작은 분자·원자 크기라면 가시광선으론 볼 수 없기 때문에, 파장이 훨씬 짧은 전자를 대신 쏘아 물체를 식별하는 것이다. 광학렌즈로 빛을 모아 형상을 보듯이 전자들은 전자석을 이용한 ‘전자렌즈’를 통해 한곳에 모여 형상을 만들어낸다. 특히 전자의 속도가 빠를수록 파장이 짧아져 해상도가 높아지므로, 전자현미경의 성능은 초고전압을 걸어 전자의 속도를 높이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 2004년 가동을 시작한 대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초고전압 투과전자현미경(HVEM)은 매우 큰 성능을 지닌 1.3메가전자볼트(MeV)급이다(위 그림). 투과전자현미경은 차세대 반도체 소자 개발, 고온초전도체·고강도 등 신물질 개발, 뇌세포 연구, 단백질 구조 분석 등 나노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참조: , <한겨레> 기사(2003년) "전자현미경 원자까지 본다").
[논문 초록]
"우리 연구진은 ‘원상태 관찰 투과전자현미경(in situ TEM)’에 쓸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액체 셀(cell)을 도입하였다. 그것은 그래핀 층들 사이에 액체 막(film)을 형성함으로써 가능했다. 이 그래핀 액체 셀은 낱개 원자를 볼 수 있는 수준의 해상도를 갖춘 영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며, 동시에 전자 빔 방사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실제적인 액체 상태를 유지해 준다. 우리는 이런 셀을 이용해 콜로이드 백금 나노결정이 성장하는 메커니즘을 탐사했다. 직접 관찰한 원자 해상도의 영상 덕분에 우리는 방향이 맞는 위치에 따른 선택적 결합(site-selective coalescence), 결합 이후의 구조 재형성, 그리고 각진 표면 형성(surface faceting)을 비롯해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결정적인 단계들을 시각화할 수 있었다."[논문 제목: 그래핀 액체 셀을 이용한 콜로이드 나노결정 성장의 고해상도 전자현미경 영상, High-Resolution EM of Colloidal Nanocrystal Growth Using Graphene Liquid Cells]
[백금 나노결정 성장과정 동영상]
* 먼저 이 취재 후기는 이번 연구성과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연구성과의 홍보 또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로 인해, 연구자들한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씁니다.
이번 연구성과 의 소식은 카이스트 기획처 홍보실이 5일 엠바고(보도시점 제한) 때문에 언론사 과학담당 기자들한테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전문, 아래)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논문을 직접 봐야 했으므로, 등록된 언론인들한테 엠바고가 걸린 논문을 미리 공개하는 ‘유레카얼러트(EurekAlert!)’라는 웹사이트에 들어가 <사이언스>가 제공하는 논문을 내려받아서 보았다. 물론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논문이었지만 대략 논문을 요약한 머릿글 정도는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보도자료가 얘기하는 분위기와는 크게 다른 점이 있었다.
카이스트 쪽은 보도자료에서 “지난 80년 간 과학계의 오랜 숙원으로 꼽히던 액체를 원자 단위까지 관찰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KAIST(총장 서남표)는 신소재공학과 이정용 교수 연구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 내에서 성장하는 결정을 원자 단위로 분석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연구팀이 세계 과학계의 80년 숙원을 풀었다"는 흥분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논문 저자 정보를 보니, 저자는 모두 9명이었고, 그 중에서 현재 시점에 카이스트 소속인 연구자는 모두 2명이었다. 제1 공동저자(2명)에 속한 육종민 박사와 공동 교신저자(3명)에 속한 김정용 교수였다. 나머지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이나 국립로렌스버클리연구소 등에 속한 연구자들이었다. 이번 연구를 카이스트 연구팀이 이룬 성과라고 국제 학계에서 발표한다면, 이는 매우 논란이 될 만하지 않을까. 게다가 2009년 미국 연구팀의 연구논문을 기초로 삼고 있으며, 국내 연구자는 미국에 파견되어 연구에 참여했으므로 연구논문의 기여도와 관련해 미국 연구팀은 당연히 주요하게 다뤄져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공동연구에 관한 언급은 보도자료의 맨 끝에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신소재공학과 이정용 교수의 지도 아래 육종민 박사(제1저자)가 박사학위 논문으로 미국 UC버클리대 알리비사토스 교수, 제틀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했다"고 소개했으나, 보도자료의 전체 분위기로 볼 때에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이었다.
또한 카이스트 쪽은 “80년 간 과학계의 오랜 숙원으로 꼽히던"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성취됐다고 발표했다. 한국 대학의 보도자료는 "과학계의 80년 숙원을 푼" 연구성과라고 흥분했지만, 정작 그 성과를 평가하고 인정해주는 세계 과학계와 전문저널들이 "과학계의 80년 숙원을 푼 성과"를 '대서특필' 할지는 의문스럽다(몇몇 해외 과학전문 매체들이 이번 연구성과를 전하는 뉴스 보도를 내보내고 있으나 80년 숙원 정도의 흥분은 없다). 이런 표현에는 선행 연구들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으며 어떤 연구의 맥락에서 이번 연구가 어떤 점을 발전시켰는지 제대로 얘기해주지 않으면서 '극적인 성취'만을 과장해 강조하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읽혔다.
이번 연구는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보도자료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지만 2009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을 중심으로 한 연구팀이 비슷하게 ’백금의 나노결정 성장 메커니즘’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성과를 내어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물론 당시에는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관찰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이 이룬 2009년 연구를 바탕으로 삼아 이뤄졌으며 공동저자의 비중도 미국 쪽에 더 쏠려 있다. 제1 공동저자인 육 박사도 “이번 연구결과는 2009년 연구성과를 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에 들어가 연구해 얻어진 것”이라며 “당시에 썼던 기본 기술을 사용했으며 유기용액과 백금을 넣는 액체셀을 규소화합물이 아니라 그래핀으로 만들어 원자 수준의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의 의미와 관련해 카이스트 쪽은 보도자료에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제시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액체가 고체로 결정화되는 메카니즘을 확인할 수 있어 △나노 크기의 재료 제조 △전지 내에서 전해질과 전극 사이의 반응 △액체 내에서의 각종 촉매 반응 △혈액 속 바이러스 분석 △몸속 결석의 형성 과정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학계는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런 말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냉동인간의 해동과정에서 얼음이 재결정화면서 세포가 파괴되는데 이때 진행되는 현상을 분석해 결빙현상을 막아주는 해동기술에 적용하면 앞으로 냉동인간의 부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작 그 연구를 했던 연구자는 이런 의미의 확장을 부담스러워했다. 육 박사는 냉동인간 부활에도 이 기술이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느냐는 물음에 대해 홍보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냥 들어간 말 같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 보도자료를 작성한 홍보실은 정말 이번 연구성과가 그런 냉동인간 해동의 길을 열었다고 믿는 걸까, 아니면 여론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해본 얘기일까? 그것은 홍보실의 의견일까, 전문가의 의견일까? (아침에 확인해보니, 어처구니 없게도 이렇게 들어간 문구가 기사로 둔갑해서 국내 언론매체들에는 "액체분석 기술...냉동인간 시대 연다!" 또는 "냉동인간 시대 한 걸음 다가서" 같은 기사들이 많이 보도되었다)
물론 이번 연구는 그 자체로 해당 분야 과학계에서 성과와 의미를 인정받고 있다. 권위 있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난해한 연구결과를 좀 더 쉽게 풀어서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나 우리 연구진의 활약을 더 부각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연구성과의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생략하거나 과장해 표현한다면,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빛날 이번 연구성과의 빛을 바래게 하지는 않을까 우려가 생긴다. '광고자료'가 아니라 '보도자료'이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가 믿는 '카이스트' 아닌가. 씁쓸하다.
[▶ 보도자료는 사전에 일부 배포된 3일치의 것과 정식 배포된 5일치의 것이 상당히 다르다. 예컨대 "1930년대 초에 투과전자현미경이 개발된 이후로 약 80년 동안 학계에서 난제로 여겨져 왔던 액체 내 결정의 원자 단위 분석 기술 개발이 세계 최초로 성공됐다"(3일치)는 표현은 "지난 80년 간 과학계의 오랜 숙원으로 꼽히던 액체를 원자단위까지 관찰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5일치)로 바뀌었다. ▶ 또 3일치에 있던 ""KAIST(총장 서남표) 신소재공학과 이정용 교수 연구팀은 미국 UC버클리대 알리비사토스 교수, 제틀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그래핀으로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용기를 제작하여 액체 내에서 성장하는 결정의 원자 단위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는 도입 문장에서 '공동 연구' 부분은 5일치 보도자료에서 빠졌다. ▶ 냉동인간 해동 기술 이야기는 3일치에 없었는데 5일치 보도자료에 새로 추가되었다.]
- KAIST 이정용 교수 연구팀, 세계 최초로 액체를 원자단위로 분석하는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 -
- 사이언스(Science)지 4월호에 실려 -
지난 80년 간 과학계의 오랜 숙원으로 꼽히던 액체를 원자단위까지 관찰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KAIST(총장 서남표)는 신소재공학과 이정용 교수 연구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 내에서 성장하는 결정을 원자단위로 분석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4월호(6일자)에 실렸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액체가 고체로 결정화되는 메카니즘을 확인할 수 있어 △나노 크기의 재료 제조 △전지 내에서 전해질과 전극 사이의 반응 △액체 내에서의 각종 촉매 반응 △혈액 속 바이러스 분석 △몸속 결석의 형성과정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냉동인간의 해동과정에서 얼음이 재결정화면서 세포가 파괴되는데 이때 진행되는 현상을 분석해 결빙현상을 막아주는 해동기술에 적용하면 앞으로 냉동인간의 부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과전자현미경은 0.004nm(나노미터) 정도로 아주 짧은 파장의 전자빔을 이용하기 때문에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광학현미경 보다 약 1000배 높은 분해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계면의 결정구조와 격자결함 등 원자단위까지 분석이 가능해 최근 다양한 종류의 차세대 신소재 연구에 필수적인 장비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투과전자현미경은 10-2~10-4기압(atm)의 고진공상태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액체는 고정이 되지 않고 즉시 공중으로 분해돼 관찰할 수 없었다. 게다가 투과전자현미경의 원리상 전자빔이 수백 나노미터(nm) 이하의 시편을 투과해야 되는데 액체를 그만큼 얇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이 교수 연구팀은 꿈의 신소재인 그래핀을 이용, 수백 나노미터 두께로 액체를 가두는 데 성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했다. 탄소원자들이 육각 벌집모양의 한 층으로 이루어진 그래핀은 두께가 0.34nm로 지금까지 합성할 수 있는 물질 들 중 가장 얇은 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래핀으로 나노미터 크기의 결정이 담긴 액체를 감싸면 투과전자현미경 안에서 그래핀이 투명하게 보인다. 또한 액체를 감싸고 있는 그래핀은 강도가 매우 뛰어나 고진공 환경에서도 액체를 고정시킬 수 있다. 즉, 투명한 유리 어항에 담긴 물속의 물고기들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투명한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를 담아 그 속에 있는 결정들을 원자단위에서 관찰 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액체 안에서 원자단위로 백금 결정들이 초기 형성되는 것과 성장과정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정용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액체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과학현상들을 원자단위로 규명할 수 있는 원천기술로 평가받고 있다”며 “사람의 혈액 속에서 일어나는 유기물이나 무기물의 반응들까지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신소재공학과 이정용 교수의 지도아래 육종민 박사(제1저자)가 박사학위 논문으로 미국 UC버클리대 알리비사토스 교수, 제틀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했다.(끝)
- 세계 최초로 액체 내에서 결정이 형성되는 과정을 원자 단위로 규명하여 사이언스(Science) 지에 논문 게재 -
- 그래핀을 이용해 수백 나노미터 두께의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용기(容器) 제작 성공 -
1930년대 초에 투과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이 개발된 이후로 약 80년 동안 학계에서 난제로 여겨져 왔던 액체 내 결정의 원자 단위 분석 기술 개발이 세계 최초로 성공됐다. KAIST(총장 서남표) 신소재공학과 이정용 교수 연구팀은 미국 UC버클리대 알리비사토스 교수, 제틀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그래핀으로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용기를 제작하여 액체 내에서 성장하는 결정의 원자 단위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투과전자현미경은 파장이 아주 짧은 전자 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광학현미경 보다 약 1000배 정도 높은 분해능을 가지고 원자 단위에서 분석이 가능한 장비이다. 그러나 투과전자현미경은 10-2~10-4 기압의 고진공에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투과전자현미경의 원리상 전자 선이 시편을 투과해야 되기 때문에 시편이 수백 나노미터(nm) (nm= 10-9m) 이하로 아주 얇아야 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어 그 동안 액체를 투과전자현미경 안에서 관찰하는 것은 풀어야 할 과제로 여겨져 왔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화규소(SiO2)나 질화규소(SiN) 기판을 광식각 패턴 기술을 통하여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용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용기 안에 결정들이 포함된 액체를 담아 결정들의 성장이나 거동을 관찰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규소화합물 기판들은 상대적으로 중원소일 뿐만 아니라 그 두께가 두꺼워 투과 전자 현미경 안에서 전자 선과 기판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액체 속 결정들의 원자 단위 분석이 어려웠다.
KAIST 신소재공학과에서 박사학위과정 연구로 이 연구를 주도한 육종민 박사는 꿈의 신소재인 그래핀을 이용하여 수백 나노미터 두께의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용기를 제작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였다. 경원소인 탄소 원자들이 육각 벌집 모양의 한 층으로 이루어진 그래핀은 그 두께가 0.34 나노미터로 지금까지 합성할 수 있는 물질 들 중 가장 얇은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그래핀 용기 안에 나노미터 크기의 결정들이 담긴 액체를 담게 되면 투과 전자 현미경 안에서 그래핀이 투명하게 보이게 된다. 즉, 우리가 투명한 유리 어항에 담긴 물 속의 물고기들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투명한 그래핀을 이용하여 액체를 담아 그 속에 있는 결정들을 원자 단위에서 관찰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이용하여, 이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액체 안에서 백금 결정들의 초기 형성과 성장 과정을 관찰하였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그동안 의문시 되어져 왔던 액체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과학 현상들을 해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액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원자규모로 관찰하여 그 현상을 규명하는 다양한 연구에 원천기술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육 박사는 “사람의 혈액 속에서 일어나는 유기물이나 무기물의 반응들까지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 전문지인 ‘사이언스(Science)'지 6일자에 실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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