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맘때즈음이 되면 단풍도 이제 거의 다 지고 산자락에는 바짝 마른 나뭇잎이 흙 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질 않을 정도로 무성하게 내려 앉아 있을 것이다.
언제 였던가...
산을 모르던 시절에 남들이 가니깐 나도 덩달아 지금 단풍을 안보면 안돼는
것 처럼 시즌이 되면 날을 맟추어 가곤 했다 ( 몇 번 안됀다.)
그런데 시즌이 되면 으레이 그런 것처럼 산입구부터 많은 차량에 막히고 주차공간은
더더욱 없고 식당에서 밥 한 끼 먹을려면 내 돈내고 먹는데도 눈치보면서 시켜야 하고
(중국집처럼 왠만하면 통일시켜야하고..)
소음에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어떤 맛인지도 모른체 먹어야했다.
그렇게 밥을 한끼 먹고 나서 산행을 하면 단풍잎보다 더 울굿 불굿한 등산복차림 사람들 틈에 끼어
오도가도 못하면서 엉덩이만 보면서 올라야 하고 내가 미는 건지 밀리는 건지 우여곡절 끝에 정상에 올라서서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한장 찍을려 하면 줄을 서야 하고 여기 저기 자리 깔고 앉은 곳에서는
음식냄새로 여기가 시장판인지 산인지 분간하기 힘들정도다.
정상에서 상쾌한 공기좀 마실려고 해도 음식냄새 때문에 코를 막아야 한다.
(제발 냄새 나는 족발에 새우젓이랑 홍어좀 가지고 오지 마라...가끔 보이는 외국인들 보기 민망하다)
도망치듯이 정상을 내려오면 하산길은 사람들 발길에 패인 등산로에서는 먼지가 풀풀 날린다.
코가 다 매울 정도다.
세파에 지친 마음을 조금 쉬게 해주려고 산을 가는 건데 이건 스트레스를
더 받고 오게 되는 것 같아서 산을 조금씩 배워가면서 부터는
단풍시즌에는 절대 산을 안간다.( 등반은 가지만..)
돈 많고 시간많은 사람들은 붐비는 주말을 피해 평일에 가면 되지만 나 같이 둘다 없는 사람들은
주말에 가야하기에 시즌을 피해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시즌이 끝나는 11월말경에서 눈내리기전 12초에 워킹을 가끔 간다.
그 때 즈음 산에가면 등산로에는 낙엽이 수북히 쌓여 먼지도 안날리고 인파도 안붐비니
등산로 인근 상가 사람들도 한결여유있게 손님을 맞이하니 밥을 먹는 나도 편안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
국립공원이름이 붙어 있는 산이라도 유명하지 않은 등산코스는 거의 등산객을 볼수 없는데
한 두시간을 홀로 걷다가 사람이라도 만나면 왜 그리 반가운지...
참 사람이 간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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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산에 가 보았는가..
헐 벗은 산에 잿빛하늘이라도 내려 앉아 있으면 둘 보다는 혼자 산에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그런 산에서는 나도 모르게 깊은 생각에 젖게 되니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정도로 깊은 생각에 빠져 들기도 한다.
들리는 거라고는 바삭 거리는 낙엽밟는 소리와 인기척에 놀라서 후드득 날아 오르는 새소리 정도다.
( 그 새소리에 나도 가끔 놀래기도 했다 )
그렇게 무념 무상하면서 능선에 올라서면 산 자락을 올라 불어오는 싸한 바람은
옷 자락을 여미게 하고 다리쉼이라도 하려고 앉은 바위턱은 냉한 기운이 더하니 마음 까지도 싸해진다.
이는 바람때문인지 아니면 세상에 색깔에 맞추어 살지 못하는 내 못난 탓을 해서 그런지
이런 저런 생각에 코끝이 찡해 질 때면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희뿌옇게 보이는 능선을 바라본다.
저기 재 넘어는 어디며 무엇이 있는지 ....
잿빛하늘에
탁한 산이 마치 앞날이 불투명했던 내 젊은 날의 한 면이였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