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외국인 아이를 치료한 경우(조세신보 치험례 27)
6세의 A 어린이는, 비행기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였다. 필자가 싱가폴로 여행을 가는 일정 중에 탑승했던 비행기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아이가 갑자기 울면서 아픔을 호소하는데, 원인을 알 수 없어 기내방송으로 의사를 찾는 상황이었다.
아직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인데다, 언어까지 통하지 않으니, 정확한 정보 소통이 어려운 상태였다. 그렇기에 복진과 맥진을 위주로 진찰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아이의 엄마는 영어가 조금 가능하였기에, 문진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A 어린이는 비행기 탑승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체가 경직된 상황에서 급하게 음식을 먹고 급체가 일어난 상황이었다. 감기 기운까지 겹쳐서 고열이 일어나니, 엄마나 일반 승무원의 입장에서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진단과 치료>
보통 응급치료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의례히 양방병원 응급실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것도 응급실이 확보되어 있는 종합병원이 가까이에 있는 경우에나 가능한 경우이지, 정말 응급상황 일 때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더 많다.
A 어린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싱가폴로 가는 비행기 안이어서, 마땅한 응급처치가 불가능한 경우의 상황이었다. 이럴 때는 오히려 한의학적인 치료가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대학생 때도 느꼈었는데, 제도권 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는 한의학적인 진단과 치료가 매우 유용하게 이용되었었다.
흔히들 알고 있듯이, 급체의 경우에는 손가락 발가락 끝을 따서 출혈을 일으키거나, 손발을 주물러주면, 양호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침을 이용할 경우에는 중완이나 상완 하완 등의 배에 있는 혈자리 또는 손과 발에 있는 합곡(合谷)과 태충(太衝)의 사관혈(四關穴)을 응용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냉증으로 인한 경우에는 뜸을 떠주면 더욱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A 어린이의 경우에는 엄마가 외국인 이라는 점이 걸림돌이 되었다. 어린이가 자꾸 몸을 뒤척이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침을 꽂아놓고 유침을 시키는 것이 불가능하였기에, 손끝 발끝을 이용한 자락관법을 시술하려고 하였지만, 아이 엄마가 도무지 허락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손과 발에 있는 경락과 경혈에 지압치료를 해주고, 복부모혈과 배부수혈을 따라 추법과 나법을 실시하였다. 어느 정도 경직된 몸이 풀리면서 아이가 안정되기 시작하자, 엄마의 눈에서 걱정하는 빛이 사라졌다. 그래서 다시 자락요법을 시도해볼까도 생각 했지만, 결국 어린 아이라는 점과 문화가 다른 점을 감안해서 침습적인 시술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