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부산을 출발해 저녁에 돌아 오는 하루짜리 제주도 출장.
해질 무렵 성산일출봉이 바라 보이는 '오조해녀의집'에 도착했다.
소문대로 죽집 치고는 무지하게 큰 규모다. 100여평이 족히 되어 보이는 홀 안은 넓은 주방과 200여명은 충분히 수용할 정도의 탁자와 의자가 준비되어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네가 버린 불씨 화재 되어 돌아온다!"는 그 대단한 현수막은 보이지 않는다.
전복죽으로 소문이난 음식점 답게 자리에 앉기도 전에 주방에 계시는 할머니
압력솥이 한참 동안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큼직한 사발에 담긴 전복죽 한그릇을
내온다. 지척에 있는 청정해역에서 직접 딴 싱싱한 전복을 주문과 동시에 참기름에 볶아 쑤었으니 보는것 만으로도 그 맛이 충분히 짐작이 간다.
전복 내장인 '게웃'을 으께 넣어 만든 진한 연두색의 빛깔과 해산물을 참기름에
볶을 때 나는 고소하고 진한 향기가 식욕을 사정 없이 당긴다. 가끔은 전복향은 온데간데 없고 진한 참기름 냄새만 진동하는 '전복담갔던죽'을 만날 수 있는데 '오조해녀의집' 전복죽은 그런 사짜들과는 근본이 달랐다. 직접 딴 싱싱한 전복에 수십년의 노하우가 담긴 손맛. 일체의 조미료를 배제하고 최소한의 소금간 만으로 만든 진짜베기다. 때문에, 전복 고유의 향이 진하게 살아있고 맛은 담백하기 그지 없다.
맛도 맛이지만... '오조해녀의집' 전복죽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전복의
크기와
양이다. 콩알 만한 전복이 드문드문 들어있는 도시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큼직하게 썬 전복이 넉넉히 들어있다. 어지간한 크기의 전복 한마리는 족히 쓰였을것 같은데도 가격이 10500원이라니... 이 또한 감동이다. 살강살강 씹히는 식감과 씹을 수록 베어나는 단맛이 죽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잘익은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간간한 죽맛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젓갈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잘 숙성시킨 탓에 시원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언제고 제주도를 가시거든...
성산일출봉에서 해돋이를 보신 다음 '오조해녀의집'에서 전복죽 한그릇을 드신 후, 이국적인 풍광을 간직한 섬 '우도'를 돌아 보시는 여정을 한번 잡아 보시기
바랍니다.
눈이 즐겁고, 입이 즐거고, 마음 또한 풍성한 여행이 될 터이니... -취생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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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취생몽사 원문보기 글쓴이: 취생몽사
첫댓글 이 집앞을 두번이나 지나 다녔는데 왜 보지 못했는가 싶네요...다음에 가면 꼭 들어야 겠습니다...전복죽은 구례에서 도은님께서 해 주신 전복죽이 가장 맛이 있었는데..........비교가 될런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