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분수대 물놀이 늘지만 수질·안전관리 규정 없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도심 속 물이 있는 곳이면 아이들이 북적된다. 특히 분수대는 아이들이 뛰어 놀며 더위를 잊어버리기엔 최적의 장소다. 지난 1일 개장한 광화문 광장 분수대.
바닥에서 위로 솟아 오르는 물줄기를 맞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로 가득 찼다. 조경시설이었던 분수대가 최근에는 바닥에서 물을 뿜어 올리는 형태로 변해 물놀이에는 제격인 셈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분수대 물이 자칫 ‘수인성 감염’ 원인에 노출되거나 안전사고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분수대 물 자체가 위험하다기 보다 대장균 검출 여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분수대 물에 대장균이 있을 경우 아이들이 이를 마시게 되면 여러 가지 다른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의대 가정의학과 심경원 교수 역시 “면역체계가 완전하지 않은 아이들이 오염된 수질에 노출된다면 로타바이러스나 감기, 세균감염 등 다양한 감염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심 교수는 “어른과 아이의 세균 감염에 대한 반응은 100배 이상 차이가 나며 더운 날씨로 상승한 물의 온도에 세균 번식이 쉬워져 아이들이 수인성 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도심 속 분수대에 관한 구체적인 관리 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행법에 명시된 수질관리규정상 수영장이나 한강시민공원 등의 수질관리 기준은 있지만 공원 내 분수대나 광화문 광장 등의 분수대 수질에 관한 관리규정은 없는 상황.
만약 분수대 수질이 오염돼 있는 경우 중금속이나 세균·대기 먼지들이 축적된다. 이때 아이들이 혹시 물을 마시거나 피부에 접촉할 경우 배탈, 설사 등을 유발하며 알러지 반응까지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분수대 콘크리트 바닥이 물에 젖어 미끄러워지면서 자칫 어린이들이 다칠 수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준선 의원은 “아이들이 많이 뛰어노는 분수대의 수질 및 안전 관리규정이 없다는 것은 잘못”이라며 “분수대의 관리가 지자체건 아파트 관리사무소건 상관없이 동일한 수질관리 규정만 있다면 깨끗한 물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을 위해 분수대도 수영장 등과 마찬가지로 채수 관리를 통한 수질 점검이나 안전 관리도 중요하다”며 “분수대 바닥의 경우 미끄럼 방지 시설 등 안전관리 작업이 철저하게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수질을 관리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뛰어 노는 것을 대비, 분수대 필터 세척 약품도 인체에 무해한 종류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