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자료

[청사초롱]

익산 성당포구로 1... (계룡시를 지나며)

장마가 끝나더니 연일 무더운 날씨가 지속된다. 7일이 입추, 8일이 말복이다.

초복은 하지가 지난 후 세 번 째 경(庚)일이고 네 번 째 庚일이 중복... 입추가 지난

후 첫 번 째 庚일이 말복이며 이때 중복과 말복사이가 20일 간격이면 월복(越伏)

이라 하는데 올해는 越伏이 아니다. 올해는 초복이 7월 19일, 중복이 7월 29일이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바캉스(vacance)를 떠난다.

산, 바다, 계곡의 휴양지나 보양지에서 피서를 떠나는 Vacance는 프랑스어다.

연중 문화유적지를 답사하는 나로서는 특별한 Vacance가 있을 수 없고 친구들이

‘어디를 가자.’고 할 때 일단 나는 떠나는 목적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참가 인원이

많든 적든 그에 따라 일정계획을 세운다.

8월 7일 더운 날씨지만 여행을 떠나자고 연락이 온다. 조수석만 비워놓은 나의

여행길... 아무리 아는 길이라도 수업을 준비하듯 예비지식을 습득하고 지도를

가지고 떠나야 실수(失手)가 줄어든다. 익산과 군산을 여러 번 다녔지만 아직도

못가 본 익산시 성당면 포구의 은행나무와 근처의 두동교회를 찾아 나섰다.

여행을 떠나면서 뒷좌석에서는 잡담 아니면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창밖의 산천구경을 바라보며 느끼는 것도 여행이고 그 자료로 일기를 쓸 수 있다.

특히 돌아올 때는 약주를 거나히 한 친구들을 보면 여행 목적이 먹을거리니 나의

문화답사와 상이(相異)하여 차라리 여행보다는 집 근처에서 식사를 하라고 권유한다.

대전을 떠나 익산으로 가는 길... 고속도로가 빠르지만 여행의 질(質)을 떨어트리니

이왕이면 국도로 가려고 노력한다. 대전을 떠난 여행길은 계룡시를 지나 논산시

연산면에 다다른다. 오른편에 향적산(香積山)... 일명 국사봉(國事峰)이라 한다.

험준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香積山은 향기로운 땀이 쌓여(香積) 있는 산으로 공부와

도를 깨우치기 위하여 용맹정진 하던 곳이라 불리었으며 주봉인 국사봉은 조선을

창건한 태조 이성계가 신도안을 도읍으로 정하기 위하여 이곳에서 국사(國事)를

논하였다는 데서 유래하였단다. 전국에 국사봉이 많은데 다 왕이 다녀갔던 곳인지...

계룡산의 꼬리처럼 천황봉에서 한 단계 낮아진 산줄기가 연산까지 이어져 제사상을

차린 느낌이며 10여 년 전 이곳에 오를 때 무속 신앙 기도터가 많았다.

논산으로 가는 국도 4번... 개태사 왼편에 산이 병풍처럼 이어져 연산(連山)이라

부른다. 또한 주변 산을 황산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역사적으로 5,000결사대를 이끈

계백장군과 김유신의 50,000 군사가 최후의 결전을 벌인 곳이고, 200여년이 지난 후

견훤이 왕건에게 최후의 항쟁을 벌여 지축(地軸)을 흔든 곳이다.

왕건이 승전을 기념하고 고려 개국을 축하하는 의미로 세운 사찰이 바로 개태사다.

익산 성당포구로 2... (연산을 지나며)

조계종 산하의 개태사... 고려 개국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웠지만 조선시대에는

퇴락(頹落)하여 폐사(廢寺)되었으니 권력의 비호(庇護)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후백제 신검의 항복을 받고 국찰로 세운 개태사... ‘태평한 시대를 연다.’라는 뜻이고

황산 역시 ‘하늘이 보호한다.‘라는 뜻으로 천호산(天護山)이라 부른다. 일제 강점기에

복원된 개태사는 지름 3m의 철확(鐵鑊), 즉 큰 가마솥이 승려들의 수를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이곳에서 출토되었다는 금동대탑은 현재 삼성리움에서 소유하고 있어

재판에 계류중이란다. 도굴 당했다고 주장하는 개태사와 이병철 회장에게서 기증

받았다는 삼성리움과의 법정다툼은 어떻게 끝날 것인지... 또한 이병철회장은 이

탑을 어디서 구했을까? 미궁(迷宮)에 빠질 확률이 많다.

迷宮... 일명 미로(迷路)라고 하는 이 말은 길이 구불거리거나 여러 갈래로 갈러진

샛길이 많아 밖으로 나가는 문을 찾을 수 없도록 만들어진 건물을 말한다.

종류동(鍾乳洞)과 같은 천연의 미로도 있고, 두더지와 같이 미로 모양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동물도 있다. 이 말은 그리스의 전설에서 왕이 우두인신(牛頭人身)의 괴물같은

왕자를 낳아 이를 가둔 ‘라비린토스’를 만든데서 유래하였다. 유럽에서 왕궁을 지을때는

미로를 많이 응용하였다 한다. 또한 진시황이 지은 아방궁도 迷宮처럼 지었을까?

한편 장물(臟物)은 절도, 강도, 사기, 횡령 따위의 재산 범죄에 의하여 불법으로 가진

타인 소유의 재물을 말하는데 원소유주에게 돌려주어야 하며 빼앗긴 문화재를 돌려

주지 않는 일본이나 프랑스도 얄미운 나라임에 틀림없다.

얄밉다하니 가수 김지애의 ‘얄미운 사람’노래처럼 얄미운 여자도 있다.

10대에는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 여자, 20대에는 쌍꺼플 수술을 하였는데

수술이 잘되어 자기 것처럼 보이는 여자, 30대에는 학교 다닐 때는 공부도 못하고

아무것도 아녔는데 결혼을 잘 해 외제차 타고 다니는 여자, 40대에는 골프도 치고

카바레를 다니면서 할 짓은 다하는데 그 애들은 서울대에 꼬박꼬박 들어가 주는 여자,

50대에는 밥을 아무리 먹어도 살 안찌는 여자, 60대에는 남편이 돈만 많이 벌어 놓고

일찍 죽은 여자, 70대에는 평생 오만가지 재미있는 일은 다 즐기고 죽어서 천당에

가려고 세례를 받는 여자라고 네티즌은 전한다.

연산리를 지나면서 오른 편에 관동리... 성주도씨 집성촌인 이곳은 ‘종중 문서’가

보물로 지정되어 있고 계백장군이 신라의 16세 소년 관창을 사로잡아 그 의기를

가상히 여겨 살려 보냈는데 다시 침입하여 잡아 죽인 곳이다. 그래서 관창골이라

부르던 것이 관동으로 불리었다고 전해진다. 더 지나면 사계 김장생을 주벽(主壁)으로,

아들 신독재 김집, 송준길, 송시열등 4분의 위폐가 모셔있는 돈암서원이 있다.

익산 성당포구로 3... (강경을 지나며)

돈암서원을 지나면 감곡리... ‘감사라는 절이 있는 계곡’이라는 뜻인데 4km이상을

들어가면 충곡서원, 백제군사박물관, 계백장군 묘가 연이어 있다. 계백장군은 신립

장군과 더불어 패배 장수이며 이런 장수를 서원에 모신 경우는 세계사에 드물다.

논산시 외곽도로를 지나 강경에 다다른다. 은진군에 소속되었던 강경은 서해와

통하는 포구가 있어 한 때의 영화를 누렸던 곳으로 1평양, 2강경, 3대구라는 전국

3대 시장의 하나였다. 이곳에 있는 명문 강경상업고등학교... 강경 포구 남쪽에

학교가 있다하여 마을 이름도 남교(南校)리라 한다. 강경과 익산군 망성면의 경계

판이 있는 왼쪽 건물... 반(半)은 전라북도, 반은 충청남도 땅이다.

옛 강경의 영화(榮華)... 철도 등 육상운송의 발달과 금강하구둑의 건설이 직접적인

쇠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 여야 간에 갈등이 있었던 세종시는 원안대로 추진한다면

2-30년 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조선말 ‘철도 개설이 맥(脈)을 끊는다.’하여 일부

유림들이 반대한 결과 쇠락의 길을 걸은 반면 철도가 놓인 지역은 번성하였다.

강제로 개항된 부산과 마산은 동래나 창원보다 급격한 발전을 가져 왔고, 1960년대

개발 붐으로 급성장한 울산, 구미를 생각해 보자... 단기간의 안목보다는 먼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가 되어 후손들에게 후회가 없는 도시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여행길은 익산군 망성면이다. 몇 해 전에 죽은 신작리 곰솔... 어떻게 변했을까?

벼락에 맞아 죽었다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찾아갔다. 여름인데도 잎은 하나 없이

가지만 남았으니 처량하다... 옆에 피뢰침이 세워져 있다. 죽은 다음에 약지러 가는

격이다. 이는 양 잃고 우리 고치는 망양보뢰(亡羊補牢)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즉 평소에 대비가 없었다가 실패한 다음에 뒤늦게 깨달아 대비하는 亡羊補牢...

이는 국사(國事)에 게을리 한 초나라 양왕(襄王)은 전념할 것을 충언(忠言)하는

장신(莊辛)의 말을 멀리하였다. 이에 진나라가 초나라를 침공하여 망명하게 되었다.

莊辛은 ‘다시 양이 달아난 뒤에도 우리를 고치는 것은 늦지 않는다.’고 충언하였다.

즉 亡羊補牢는 ‘실패를 해도 빨리 뉘우치고 수습하면 늦지 않다.’는 말로 긍정적인

뜻이 강한 반면 죽은 다음에 약지러 가는 것은 100% 부정적인 뜻이 담겨 있다.

신작리 곰솔에서 나온 여행길은 화산(華山)천주교회를 지난다. 김대건신부가

1837년 마카오에 유학, 최초로 사제가 되어 도착한 것을 기념하여 1907년 세운

교회로 근대건축물로 지정받고 있다. 그는 1845년 귀국, 1846년 순교하였으니

그의 나이 25세였다. 산이 아름답다하여 우암 송시열선생이 붙여준 이름인 華山...

화산 끝자락에 넓은 바위가 있어 나바위... 이곳에서 바라 본 금강은 갈대숲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곳이다. 여행길은 성당포구로...

익산 성당포구로 4... (두동교회에서) 

나바위성지에서 나와 용안면 충렬사로... 3대에 걸쳐 나라에 목숨을 바친 오충신

(忠臣)의 무덤과 사당이 있는 곳이다. 조금 지나 오른쪽으로 성당면으로... 성당면

사거리에 북쪽으로 가면 포구가 있다. 조선시대 전국 9대 조창(漕倉)중 하나인

성당포구... 생태 습지 조성 및 강촌의 녹색 자연 관광 자원을 개발할 예정이다.

마을 정자와 양옆으로 느티나무... 그리고 안쪽으로 천연기념물인 은행나무가 옛

정취를 말해준다. 이곳에서 조곡(租穀)을 싣고 한양으로 떠나는 조운선(漕運船)들의

무사안일과 풍어제를 지냈던 곳이란다. 그리고 포구 입구의 100여m의 벽화와

더불어 손님을 기다리는 나룻배... 지난 세월의 흔적이다.

‘네 영혼이 고독하거든 산으로 가라’했는데 일상생활에서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하여 이곳에 온다면 탁 터진 금강과 환상적인 포구... 이집트 나일강에 갔던

기억이 생각난다. 하지만 나는 이 근처에 사는 제자가 뇌리를 스친다. 70년대 초

군산에 교직에 근무하였을 때의 제자... 20대 중반 총각선생이었기에 여학생에게는

인기가 절정인지는 몰라도 졸업 후에도 연말에 오는 연하장... 어느 해... 금년에는

내가 먼저 연하장을 보내야지 하고서 보낸 편지... 답장은 부모에게서 연탄가스로

지난여름에 죽었다는 전갈이 왔으니 청천벽력(靑天霹靂)의 소식이 아닌가?

입학과 졸업... 만남도 헤어짐도 교직의 애환(哀歡)이련만 40년이 가까이 지났어도

그 아픔이 아직도 뇌리(腦裏)를 스치니 이것이 사제의 정(情)이 아닌지...

‘맑은 하늘에 벼락’이라는 靑天霹靂... 갑자기 일어난 큰 사건이나 이변을 뜻하는

말인데 이는 남송 때 육유가 자신의 필세(筆勢)가 약동(躍動)함을 비유한 말이다.

사랑스런 제자의 슬픔을 안고 있는 성당면을 떠나 함라방면으로... 두동교회가 있다.

1929년에 건축된 이 건물은 ‘ㄱ'자형 예배당이다. 남녀유별이 심하던 시절...

기독교의 전도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모서리에 강단을 세우고 양 옆으로 남녀석을

구분하여 그 사이에 휘장을 쳐서 서로 볼 수 없게 하였으니 독창성이 돋보인다.

‘일곱 살이 되면 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다.’는 남녀7세 부동석... 하지만 요즈음

사회가 개방되었는지 ‘남녀칠세 동반석’으로 변하여 풍기가 문란하여졌다.

두동교회의 구 본관 옆에 있는 다복송(松)과 종탑이 세월의 흐름을 말해준다.

그리스도교에서 ‘신에게 예배를 드린다.’는 예배당(禮拜堂)... 오늘의 교회다.

라틴어의 cappa(cope영, 겉옷)이란 뜻으로 원래는 프랑스의 마르티누스주교(主敎)의

사제복을 성유물(聖遺物)로 보관하고 있는 파리 왕궁의 한 방에서 유래하였단다.

80년 된 두동교회 함석지붕 옆에 신축한 교회 건물과 대조를 이룬다. 두동교회에

서 나와 계속 함라방면으로... 익산 여행길은 1부로 끝내고 왕궁리 5층탑으로...

 신작리곰솔, 나바위, 성당포구와 은행나무, 두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