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예쁘다
서산 사는 큰딸이 공주 친정에 가면 후렴처럼 반복하며 다 죽어가는 말투로 남들이 들으면 싸우는 줄 착각할 정도로 신경전을 부리는 노부부
입맛 없어 도통 못 먹겠다는 아버지의 투정 받아내며 밥솥에 물을 붓고 자로 재듯 손등까지 선 맞추는 어머니가 못 살겠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한다
어린아이 달래듯 좋아하는 곱창전골 일주일 분량을 포장해 간다 가스레인지 불을 당기고 냉이와 당면으로 구수한 반찬 한 냄비 끓여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입맛이 없으면 일부러 전화해 곱창 사다 아버지 끓여줬으면 좋겠다며 호출하는 어머니의 음성은 기운이 없으면서 단호하다, 서산 삽교곱창이 맛있다니 어쩌냐
틀니를 끼워 부드럽거나 말랑해야 소화가 되니 일반 식탁 위의 반찬들보다 푹신 고아야하니 나는 식감이 떨어져 별로지만 맛있으니 잡숴보라 장단 맞춰준다
아버지의 기운 없는 표정과 북어포 같은 손으로 밥상 차리는 어머니의 모습이 슬퍼 술 한잔 따르며 포도청 이야기로 목구멍을 뚫는다
도대체 밥을 안 먹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며 나는 밥맛이 있어서 먹는 줄 아느냐고 윽박질러보는데 저 양반 고집은 아무도 못 꺾으니 할 수 없지 뭐, 나는 먹으야여, 안 먹으면 죽는겨 하면서 밥술 뜨는 어머니가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