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처가 있을지어다! 작열하는 태양으로부터
비장된 붉은 불꽃을 차겁게 숨기고 있는
부싯돌에서 불을 붙이게 되기 전,
인간은 차거운 겨울의 삭풍으로 멸망하여 갔다.
비록 잡초도 자라기는 하였으나,
파종(播種)으로 자기의 생명을 유지하기 전까지는
인간은 이리와 같이 탐식하였다.
입설로 이야기 하며, 참을성 있는 손으로
문자화된 소리를 만들어 내기 전까지
몸짓해야 했으며, 더듬거려야 했다.
형제여 얼마나 훌륭한 선물이냐, 그러나 이것은
탐구와 노력과 희생의 감수에서 왔던 것은 아닌가?
- 에드윈 아놀드
진리가
세상의 넓은 휴경지에
헛되게 배분되지는 않는다.
손으로 씨를 뿌린 뒤에는,
그때 언덕과 초원에서
푸른 곡식이 거두어지리.
- 휘티어
원저자 서문
[1880년 제4판, ‘진보와빈곤’ 김윤상 번역, 비봉출판사에서 인용]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견해의 핵심 내용은 187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행한 팸플릿 “우리의 토지와 토지정책(Our Land and Land Policy)”에서 간략하게 설명한 바 있다. 당시에는 내 견해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상세하게 발표하려고 하였으나 오랫동안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그간 내 견해가 진리임을 더욱 굳게 확신하게 되었고, 그 관계를 더욱 완전하고 분명하게 파악하게 되었다. 또 이런 견해를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는 잘못된 관념과 그릇된 사고 습관이 많아서 전체를 새롭게 다룰 필요가 있음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시도한 것은 이 작업이며, 지면이 허락하는 한 충실하게 하려고 하였다. 나의 견해를 제시하기에 앞서 정지 작업을 깨끗하게 해야 했고, 이런 주제에 대한 사전 준비가 없는 사람이나 경제학 논리에 익숙한 사람을 다 같이 대상으로 해서 설명을 하여야 했다. 주제의 범위가 너무 넓어서 여러 의문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없었다. 내가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일반원리의 정립이며 나머지는 독자가 필요에 따라 응용하도록 맡겼다.
이 책에는 경제학 문헌에 다소간 지식이 있는 사람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장을 이해하거나 결론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데 사전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내가 설명하는 사실은 도서관에 가서 찾아야 나오는 종류가 아니다. 모든 독자가 스스로 검증할 수 있고 일상적으로 겪고 일상적으로 아는 사실이며, 이런 사실로부터의 추론이 옳은지 그른지도 독자가 판단할 수 있다.
먼저, 탐구의 배경을 이루는 사실을 간략히 살펴보는 데서 시작하여, 생산력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겨우 생존을 이어나갈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는 이유에 대해 현재 정치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되는 설명을 검토한다.
그 결과 현 임금학설은 잘못된 개념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과, 노동의 대가인 임금은 노동에 의해 생산되고,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노동자의 수의 증가에 따라 임금도 같이 증가한다는 점을 입증한다.
다음에는, 가장 중요한 경제이론의 기초이자 중심적인 학설인 동시에 모든 분야의 사상에 영향을 미치는 맬서스 학설을 -인구가 생존물자보다 더 빨리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 학설- 다룬다. 맬서스 학설은 사실에 있어서나 비유적으로나 진정한 증거가 없음을 보인 후, 결정적인 검증 방법을 통해 확실하게 부정한다.
여기까지의 탐구 결과는,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무언가를 부정하는 데 그친다. 현재의 이론이 물질적 진보에 빈곤이 연결되는 현상을 만족스럽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과 부의 분배를 지배하는 법칙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정도를 보여줄 뿐, 문제 그 자체에 빛을 비추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이제 이 작업을 할 차례가 된다.
세 가지 분배 법칙은 상호 연관성이 있어야 하는 데 현 정치경제학에서는 그런 연관성이 없음을 예비적인 검토를 통하여 확인한 후, 본격적인 검토를 통해서 현재의 용어 사용에 사고의 혼란이 반영되어 있고 그로 인해 이런 괴리가 간과되고 있음을 보인다.
그다음에는 분배의 법칙을 다루며, 먼저 지대법칙을 대상으로 삼는다. 현 정치경제학도 지대법칙은 옳게 정립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한다. 그러나 지대법칙의 완전한 의미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있다는 점과 그 파생법칙으로서 –생산물 중에서 토지소유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정해지면 그 나머지가 노동과 자본에 돌아가기 때문에- 임금과 이자의 법칙이 나온다는 점을 밝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자법칙과 임금법칙을 독자적으로 도출한다.
여기에서 잠시 중단하여, 이자의 진정한 원인과 이자의 정당성을 밝히고 많은 오해를 낳는 한 원천을 –독점에 의한 이윤과 진정한 자본소득과의 혼동을- 지적한다.
다음에는 본 줄기로 돌아가서 이자는 반드시 임금과 더불어 상승. 하락하며 궁극적으로 지대와 같은 원인에 의해 –즉 경작의 한계 또는 지대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생산점에 의해- 결정됨을 밝힌다.
이와 유사한 그러나 독자적인 고찰을 통해 임금법칙을 연구하여 역시 조화로운 결과를 도출한다. 그리하여 상호 조화를 이루는 분배의 세 법칙을 정립하고, 어디에서나 물질적 진보와 더불어 지대가 상승하기 때문에 임금과 이자가 상승하지 못한다는 점을 밝힌다.
그다음으로 지대는 왜 상승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기는데, 이를 위해서는 물질적 진보가 부의 분배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할 필요성이 생긴다.
물질적 진보의 요소를 인구증가와 기술 개선으로 구분하고, 먼저 인구증가는 경작의 한계를 낮출 뿐 아니라 인구증가와 병행하여 나타나는 경제성과 힘이 토지와 결부되어 총생산물 중에서 지대로 돌아가는 부분을 크게 하고 임금과 이자로 돌아가는 부분을 작게 한다는 점을 보인다.
다음으로 인구증가를 배제하더라도 생산방법과 생산력이 개선되면 같은 결과가 생기며 토지가 사유재산인 경우에는 인구가 정지해 있더라도 맬서스 학설에서 인구 압박에 원인이 있다고 하는 모든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보인다.
그런 후에, 물질적 진보로 인한 토지가치의 지속적 증가의 효과는 투기적 상승으로 나타나고, 토지사유제에서는 토지가치의 투기적 상승이 –이 원인은 파생적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강력한 원인이 되어 지대를 증가시키고 임금을 하락시킴을 논증한다. 이 원인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주기적 산업불황이 발생한다는 점이 연역적으로 도출되며, 귀납적으로 보더라도 이 결론이 증명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하여 토지사유제에서 물질적 진보는, 인구증가가 어느 정도이건 간에, 필연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이 생존을 경우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하락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빈곤이 진보와 병행하게 되는 원인이 이렇게 밝혀졌으므로 그 해결책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 해결책은 너무 근본적이기 때문에 다른 해결책은 없는가를 한 번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완전히 다른 출발점에서부터 시작하여, 노동 대중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주창되고 있거나 지지를 받고 있는 조치 내지 움직임을 검토한다. 그 결과 토지 공유화 이외의 어떤 방법도 영구적으로 빈곤을 제거하지 못하며 임금이 기아점(starvation point)으로 내려가는 경향을 막지 못한다는 앞서의 결론이 입증된다.
이제 정의에 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되면서 윤리 측면에 대한 탐구로 들어간다. 재산권의 성격과 근거에 대한 검토에서, 노동생산물에 대한 재산권과 토지에 대한 재산권 사이에는 근본적이고 타협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연적인 근거와 정당성이 앞의 재산권에는 있으나 뒤의 재산권에는 없다는 사실, 토지에 대한 배타적 재산권을 인정하면 필연적으로 노동의 생산물에 대한 재산권을 부정하고 만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또 토지사유제는 언제나,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노동 계층의 노예화를 초래했고, 또 반드시 초래하고 만다는 사실도 설명한다. 또 사회가 토지 재산권을 환수하더라도 토지소유자는 보상을 요구할 정당한 근거가 없다는 사실도 설명한다.
또 토지사유제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인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미국에서도 이런 잘못된 파괴적 원리를 채택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이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도 설명한다.
이어서 구체적인 실천 분야를 탐구한다. 토지사유제는 토지의 개량과 사용을 위해 필요하지 않고 오히려 장애가 되며 생산력의 엄청난 낭비를 야기함을 보인다.
또 충격을 주지도 않고 소유를 박탈하지도 않는 가운데 토지에 대한 공동의 권리를 회복할 수 있으며, 토지가치에 대한 조세를 제외한 모든 조세를 철폐하는 단순하고도 쉬운 방법으로 이를 달성할 수 있음도 보인다. 그리고 조세의 원칙에 비추어 토지가치에 대한 조세가 모든 면에서 가장 훌륭한 조세임도 입증한다.
이러한 개혁은, 생산을 엄청나게 증가시키고 분배의 정의를 보장하고 모든 계층에 이익이 되고 더 높고 고상한 문명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줌을 밝힌다.
이제 탐구는 더 넓은 분야로 확대되어 또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한다. 그 이유는 탐구를 통해 갖게 된 희망은 사회의 진보가 종(種)이 서서히 개선됨으로써만 가능하다고 하는 통념과 서로 충돌되기 때문이며, 또 우리가 도달한 결론에서 도출되는 법칙은 –그것이 진정한 법칙이라면- 반드시 보편적인 역사와 일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 진보의 법칙을 도출하여 최종적인 검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주제를 다루는 첫 단계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여러 중요한 사실과 현재의 통설이 전혀 맞지 않음을 알게 된다. 탐구 결과, 문명의 차이는 개인의 차이에서가 아니라 사회조직의 차이에서 생긴다는 점, 진보는 언제나 어울림(association,[연합]-1961년)에 의해 촉발되었다가 언제나 불평등이 커짐으로써 퇴보로 바뀐다는 점, 지금도 현대문명 속에 과거의 모든 문명을 파괴했던 원인이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점, 정치적 민주주의만으로는 무정부 상태와 전제정치로 빠지게 된다는 점이 나타난다.
그러나 사회생할의 법칙은 동시에 정의의 법칙이자 위대한 도덕법칙임을 밝히고, 앞에서의 결론을 증명한 후 어떻게 하면 퇴보를 막고 장엄한 전진을 시작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로써 탐구는 끝이 난다. 마지막 장은 자명한 내용으로서 언급하지 않겠다.
이 탐구가 갖는 커다란 의의가 앞으로 명백히 드러날 것이다. 이 내용을 주의 깊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추구한다면 그 결론은 정치경제학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어 진정한 과학으로서의 일관성과 확실성을 부여하며, 지금까지 유리되었던 대중의 열망과 완벽한 공감을 이룩하게 된다.
이 책에서 대상으로 삼은 큰 문제를 옳게 해명하였다고 하면, 이 책에서 편 나의 견해는 스미스-리카도 학파가 인식한 진리를 프루동-라쌀레 학파가 인식한 진리와 통합시켜 주며, 진정한 의미의 자유방임이 사회주의의 숭고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며, 사회법칙이 도덕법칙과 일치함을 보여 주며,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위대하고 고차원적인 인식을 흐리게 하는 여러 관념이 틀린 것임을 증명해 준다.
1877년 8월부터 1879년 3월 사이에 집필하였고 같은 해 9월에 인쇄가 완료되었다. 그 후 이 책에서 전개한 견해가 옳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사례가 여럿 있었으며 내가 해명하려고 한 문제가 절박하다는 점이 여러 사건을 –특히 영국의 아일랜드 토지 소요에서 시작된 커다란 운동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내 견해를 바꾸거나 수정해야 할 만한 비판은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으며, 사실 이 책에 이미 답변이 나와 있는 반대 이외의 반대는 나오지 않았다. 그 밖에 일부 오자를 교정하고 서문을 추가한 것 이외에는 이 판도 이전의 판과 동일하다.
헨리 조지
1880년 11월 뉴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