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학관 새단장에 2030 동문 기부… 한 달 새 11억
“이곳서 삶의 태도와 가치 배워” “기회 되면 모교에 도움 주려 했다” 2030 기부자마다 사연 제각각
김예랑 기자
입력 2023.08.31. 03:00
“제 어머니도 이곳 이화여대를 나오셨어요. 어머니와 함께 다녔던 학교에 언젠가 작게라도 보답하는 게 제 소원이었습니다.”
30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학관(學館) 앞에 졸업생 100여 명이 모였다. 이날은 1964년 준공됐던 학관이 신축·리모델링을 거쳐 새로 문을 여는 날이었다. 학관은 이화여대생이라면 인문학 등 교양 수업을 듣기 위해 한 번씩은 강의를 들었던 곳이라고 한다.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이대 학관 신축·리모델링 행사에 참여한 20~30대 기부자들. /김지호 기자
지난 2020년 과학교육과를 졸업한 김수윤(26)씨는 학관 건물 신축·리모델링을 위해 300만원을 기부했다. 300만원은 학관 벽의 기부자 현판에 이름을 새길 수 있는 최소 금액이라고 한다. 김씨는 현판에 동문인 어머니의 이름을 새겨달라고 했다. 지난 9월부터 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씨는 “돈을 벌기 시작하니 ‘학교에 보답하고 싶다’던 그간의 소원을 이룰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어머니가 학·석사과정 동안 학관에서 수업을 많이 들으셨다고 해 기부를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대학 건물 건축은 거액 기부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이화여대 학관 새 단장에는 300만원대 소액 기부를 한 20~30대 동문의 힘이 컸다고 한다. 이화여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모금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11억원이 모였고, 기부자 중 35세 이하 동문이 75%였다고 한다.
영어영문학과 졸업생 김명선(27)씨는 “학관은 구조가 복잡해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호그와트’로 불리기도 했다”며 “이곳에서 배운 가르침이 지금 나의 삶의 태도와 가치가 됐다”고 했다. 독어독문학과 졸업생 김하은(32)씨는 “방황을 많이 하던 대학 시절 학교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고, 마음의 고향인 모교에 기회가 되면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국어국문학과 졸업생 중국인 우 젠지에(28)씨는 “언어 장벽으로 학교 생활이 어려울 뻔했는데 조별 과제를 할 때 선배들과 교수님들이 도움을 많이 주어 좋은 기억이 많았던 공간”이라며 “현재 학교 앞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어 보답하는 마음으로 학관 기부에 동참했다”고 했다. 국문학과 12학번인 이은화(31)씨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현판을 바라보며 “따뜻한 학관만의 분위기가 있는데 이렇게 새로 바뀌어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컴퓨터공학과 졸업생인 김혜수(31)씨는 “필수 교양과목인 ‘기독교와 세계’를 듣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재학생이 거치는 공간이지만, 구조가 복잡해 강의실을 묻는 후배에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알쏭달쏭한 곳”이라며 “직장에 자리 잡기도 했고, 학교에 기부를 한 번쯤 하고 싶었다”고 했다.
개인이 아닌 동아리나 스터디 모임 단위로 기부한 경우도 있었다. 2009년도 창단한 사회과학대학 축구 동아리 ‘FC SOCIAL’의 창단 회원 6명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300만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김윤미(33)씨는 “축구 경기를 하며 같이 땀 흘리고 부대낀 추억을 기념하고 싶었다”고 했다. 취업 준비 스터디 모임 명의로 기부한 최유리(30)씨는 “2017년 하반기 진행한 스터디 모임이 대성공해 스터디원 모두 함께 취업한 뒤로 좋은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면서 “학관을 부분 신축한다는 소식에 6명이 십시일반 기부금을 모았다”고 했다.
김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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