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회계법인 홍윤기 선생님
부채가 금융부채인지 비금융부채인지 구분하는 것은 해당 부채의 측정 및 제거 관련 규정의 차이로 인해 회계적으로 중요한 차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예컨대, 기준서 제1037호 ‘충당부채, 우발부채 및 우발자산’에 따라 비금융부채를 측정할 때에는 부채의 거래상대방인 자산 보유자의 권리 미행사 가능성을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출에 대한 최선의 추정치에 반영한다. 그리고 더 이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출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인식된 비금융부채를 환입하여 손익을 인식할 수도 있다. 한편, 기준서 제1039호 ‘금융상품: 인식과 측정’에 따라 추정하는 금융부채의 경우에는 계약상 의무가 이행, 취소 또는 만료되어 소멸된 경우에만 제거할 수 있다. 또한 기준서 제1113호 ‘공정가치’에서는 요구불 특성을 가진 금융부채의 공정가치는 요구하면 지급하여야 하는 첫날부터 할인한 금액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부채의 측정에 있어서는 자산 보유자의 권리 미행사 가능성을 고려할 수 없다.
지난 2016년 3월 IFRS IC는 은행이 발행한 선불카드가 금융부채인지 비금융부채인지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후불카드인 일반적인 신용카드와 달리, 선불카드는 사용대금을 먼저 내고 해당 금액을 한도로 재화나 용역을 구매할 수 있는 카드이다. 이러한 선불카드는 공중전화카드, 지하철정액권, 백화점상품권 등과 유사한 기능을 갖지만 발행 주체가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는 당사자가 아닌 금융기관으로, 카드보유자가 가맹점에서 재화나 용역을 구입하면 금융기관이 가맹점에 해당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IFRS IC에서 논의된 선불카드의 구체적인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유효기간이 없고 사용되지 않은 잔액은 계속 유지된다
(2) 환불되거나 현금으로 상환 또는 교환될 수 없다
(3) 해당 금액에 상응하는 재화나 용역으로만 상환된다
(4) 해당 카드를 취급하는 제삼자 특정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카드보유자가 재화나 용역에 대한 대가로 카드를 사용하면 은행이 해당 가맹점에 사용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IFRS IC는 은행이 발행한 이러한 선불카드는 은행 입장에서 카드보유자의 사용을 조건으로 하여 가맹점에게 현금을 인도하기로 하는 계약상 의무에 해당하고 은행은 이러한 현금의 인도를 회피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권리를 보유하지 않으므로 금융부채의 정의를 충족하고 따라서 해당 부채의 인식과 측정 및 제거에 대해서는 기준서 제1039호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고객충성제도나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 기업이 발행하는 상품권 등의 유사제도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분류하고 측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결론에 대한 반론 중에는 금융기관의 거래상대방인 선불카드 보유자는 현금을 수취할 계약상 권리가 아닌 재화 또는 용역을 제공 받은 권리를 보유하여 금융자산을 인식하지 않으므로 금융기관도 금융부채를 인식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IFRS IC는 금융상품의 정의가 거래당사자 어느 한쪽에는 금융자산이 생기게 하고 거래상대방에게 금융부채나 지분상품이 생기게 하는 모든 계약으로 정의되어 있지만 금융부채를 인식하기 위해서 이에 대응되는 금융자산 보유자를 특정하여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논의결과에 따라, 금융기관이 발행한 선불카드가 위의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금융기관은 카드보유자의 미사용으로 인해 의무의 이행을 위해 필요한 지출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금융부채의 소멸 등으로 인한 제거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한 해당 금액을 금융부채로 계속 인식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