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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톨릭 소식 스크랩 [서울교구] 중곡동성당
안 엘리지오 추천 0 조회 193 05.10.16 21:5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상징과 장식 최소화...절제의 미학 전형

 

<==  1. 노출 콘크리트 공법으로 외벽을 단순하게 처리한 중곡동성당 전경. 왼쪽은 전례공간, 오른쪽은 사제관ㆍ수녀원ㆍ성체조배실이 있는 생활공간이다. 

2. 1층 만남의 방은 마당 바로 옆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3.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있는 신자들. 제대 뒷벽에는 감실 외에 아무런 상징과 장식물이 없다.

4. 성당 앞에 있는 본당 주보 성 요셉상.

 

 

 성당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만나려 모이는 곳이다. 성스러운 공간이다.

 그래서 종교건축가들은 하느님 신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는 중세시대에 꽃피운 고딕건축양식이 지금도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높은 건물과 첨탑, 장엄한 수직축, 좁고 긴 창문의 유리화는 모두 하느님 신성을 강조하는 기법이다.

 그러나 성당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나눔과 친교가 활발히 이뤄진다. 이 때문에 현대 종교건축가들은 인간을 위한 기능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추세다.

 서울 광진구 중곡1동에 있는 중곡동성당(주임 안광민 신부)은 종교공간의 실용성 측면에서 들여다볼 만한 건축물이다.

 건축가 승효상(53, 이로재건축사무소 대표)씨는 설계에 앞서 성당 주체가 하느님인가, 인간인가 하는 까다로운 문제와 씨름했다. 결국 인간에 초점을 맞췄다. 성당은 신을 만나려는 신자, 신을 만나려는 믿음, 신을 만나려는 자유가 결집된 공간이라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고 설계에 들어갔다.

 성당은 직사각형 터를 세로로 나눈 형태다. 종탑을 기준으로 남쪽에는 전례공간, 북쪽에는 생활공간(사제관 및 수녀원)을 배치했다. 기교 없이 간결하게 양분한 데다 외벽을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처리해 썰렁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진입로에 들어서면 사방이 둘러싸인 마당이 나오고 마당은 같은 넓이의 계단을 통해 2층 성전 정문으로 이어진다. 넓지 않지만 모든 동선이 마당으로 모여지고 그곳에서 흩어진다. 야외공연을 연다면 마당은 무대, 계단은 객석으로 안성맞춤이다. 신자들 편의를 고려해 진입로 바로 왼쪽에 사무실과 친교의 방을 이어 배치했다.

 성당은 지역사회에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마당에서 계단으로 이어지는 옥외공간은 주민들에게 언제든지 내어줄 수 있는 공간이다. 본당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민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열어도 반응이 좋을 것 같다. 또 마당은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신자들 마음을 준비시켜주기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그런데 외벽을 노출 콘크리트 공법으로 시공한 성당은 국내에 드물다. 밝은 회색의 라임스톤(석회석)을 입혀 단정해 보이기는 해도 차가운 분위기만큼은 어쩔 수 없다. 다양한 마감재를 사용해 화려함을 강조하는 현대건축 흐름과도 정반대다.

 또 여타 공법은 골조위에 마감과정이 있어 실수를 하더라도 덮을 수 있지만 노출 콘크리트 공법은 단 한번의 기회밖에 없어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승효상씨는 이에 대해 "노출 콘크리트는 가장 종교적 재료다. 시공의 완결성과 진지함이라는 부분에서 종교적 제의(祭儀)에 비견될 만큼 숙연하다. 상징과 장식을 걷어냈기 때문에 성당 주체인 사람을 오히려 잘 부각시켜준다"고 말한다.

 단순미가 극대화한 장소는 성전이다.

 직사각형 긴 성전은 텅 비어 있는 느낌이다. 거대한 제단 뒷벽에는 감실 외에 아무 것도 없어 생경스럽다. 십자가조차도 제단 왼편 앞부분에 세워놓았는데 성전 크기에 비해 너무 작아 보인다.  

 십자가의 길 14처도 벽에 걸지 않고 창문틀 형태로 홈을 내서 그 안에 설치했다. 제단 위 천장에 접한 유리창과 제단 동편 모서리 하단에 열린 창으로 자연광 조명이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다.

 상징과 장식을 최소화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장식적 디자인을 제거할 수 있을 만큼 제거한 미니멀리즘(minimalism, 최소한주의) 미학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장식과 외형적 표현에 치중하는 현대 교회건축에 대한 반동(反動)으로까지 비춰진다.

 승효상씨는 "경건한 상상이 더 종교적이다. 그래서 상상을 방해하는 기물을 최대한 걷어냈다. 신앙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해주는 큰 벽, 작아서 더 멀어져 보이는 제단…. 제단은 멀어진 만큼 근엄하고 엄숙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2001년 완공된 중곡동성당은 건축가의 새로운 실험정신이 깊게 투영된 건축물임에는 틀림없다. 이 때문에 평가는 극과 극을 오간다. 특히 고딕성당의 외형적 양식에 익숙한 사람들은 생경스런 조형성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나 정답은 없다. 시대가 변하고, 종교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면 교회건축도 변한다. 건축은 시대정신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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