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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페스트’만큼의 강렬한 역동성 ‘브란트호어스트 미술관’ |
김지은 MBC 아나운서·‘예술가의 방’ 저자 artattack1@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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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까지 왔으니 이번엔 비즌에 꼭 가야지!” 20년 만에 만난 친구가 제 안부를 묻고 난 직후 한 말입니다. ‘비즌’이 독일어로 잔디밭을 뜻하는 ‘비제’와 비슷해 “무슨 잔디밭이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테레지엔비제(테레지엔 잔디밭)”라며 “1810년부터 시작된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9월21일부터 10월6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 맥주축제에서 1ℓ도 더 들어가는 맥주잔을 거뜬히 들기 위해 팔근육을 만들어놓자는 헬스클럽 광고가 독일 전역에 넘쳤을 정도니, 그 열기가 짐작이 갑니다.
평소 조용하던 독일인들은 물론 해외에서 원정 온 관광객까지 대형 천막 안의 탁자에 올라가 “건배!”를 외치는 광경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펼쳐졌습니다. 특히 독일 민속의상인 18세기풍 던들드레스와 레더호젠(가죽바지)을 입은 사람들이 옥토버페스트에 참여하려고 전철역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과연 지금이 몇 세기인지 궁금해지는 것은 물론 초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하죠.
하지만 옥토버페스트에 오기 전, 즉 맥주에 취하기 전 사람들이 꼭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미술관이 밀집한 쿤스트레알 지역인데요.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인 알테 피나코테크, 근대미술관인 노이에 피나코테크, 현대미술관인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가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옥토버페스트만큼 사람을 많이 끌어모으는 미술관은 지난 5월 문 연 브란트호어스트 미술관입니다. 세계 제1의 접착제 메이커 회사 헨켈의 상속자인 우도 아네트 브란트호어스트의 개인소장품으로 꾸며진 미술관인데요. 1970년 미로의 작품으로 출발한 컬렉션이 무려 700여 점인데, 1999년 아네트가 사망하면서 브란트호어스트재단은 컬렉션을 뮌헨에 기증했습니다.
“이 미술관 건물을 마치 ‘보석상자’처럼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지도록 만들겠다”고 한 건축가 자우어브루흐 후튼의 ‘겸손한’ 말과는 달리 23가지 색, 3만6000개의 세라믹 막대를 연결해 만든 미술관 외관은 그 자체로 보석 같습니다.
주변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매력적인 빛을 발산하는 이 건물은 안으로 들어가면 전체적으로 공간이 많은 빛을 품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에너지 절약형 건물로 자연광을 이용하는데, 이는 위험스러운 요소를 안고 있죠. 태양광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일관적인 감상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하나의 작품에서 다양한 해석을 끌어내는 역동성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모노톤의 덴마크산 떡갈나무로 제작된 계단은 여느 미술관의 그것과 달리 매우 넓고, 계단 사이의 공간을 통해 위아래 층 분위기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모두 3개 층으로 이뤄진 미술관 꼭대기 층은 단 한 사람의 작가를 위해 특별히 건축된 공간입니다. 관람객들로 하여금 칸트처럼 걸으며 잠시 철학자가 되어 보게 하는 이 아름다운 공간을 홀로 차지한 행운의 작가는 누구일까요? 그 주인공은 다음 주에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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