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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강정리에 위치한 켄싱턴 리조트에서 이른 아침 바라본 한라산의 모습이 선명하다. 산 정상에는 잔설이 남아 가까이 보이는 야자수와 대조를 이룬다. 강정마을에서 바라본 한라산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이는데 마침 날이 너무 맑아 한라산의 모습이 더욱 선명해 보였다.
강정마을에 있는 서귀포 켄싱턴리조트(옛 풍림리조트)는 최고급 수준의 리조트는 아니지만 리조트 주변으로 잘 정비돼 있는 산책길이 좋다. 리조트가 바로 제주도 남쪽 바다와 닿아 있어서 4-5분내로 바다가 보이는 지점까지 다다를 수 있고 주변의 섬과도 연결돼 있어 아침 저녁 산책하기가 좋다. 그리고 리조트 역사 만큼 정원수도 커고 아열대 지역에 사는 나무들이 많아서 이국적인 정취도 풍긴다. 리조트 오른쪽에는 강정천이 흘러서 곧장 바다로 들어가는데 물도 맑고 풍광도 좋다. 국방부가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만들려고 하는 바람에 지난 정권에서 적잖은 충돌이 빚어졌는데 아직 그 여파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나무와 함석 등으로 둘러쳐진 해군기지 예정부징 담벼락에는 기지반대 낙서가 어지럽게 씌어져 있다. 강정해군기지 조성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아직도 그곳에서 정례집회를 하고 있었다.
제주도를 주말을 이용해 1박2일로 갔기 때문에 둘째날은 그다지 여유가 많지 않았다. 심리적으로 그렇고 실제 시간도 그렇고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오전에 서귀포항에서 잠수함을 타기로 예약이 돼 있어서 그곳으로 가기전 리조트 산책길에서 산책을 했다.
켄싱턴 리조트의 전면. 이랜드그룹에서 리조트를 인수한 뒤에도 전면적인 리모델리은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리조트 내부는 과거의 인테리어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복도와 리조트의 얼굴인 1층 로비는 새롭게 리모델링한 거 같았다. 리조트에는 편의점과 사우나, 식당이 있고 뒷뜰에는 수영장이 있다. 또 하절기에는 뒷뜰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기 때문에 여름날 즐기기에 딱이다.
켄싱턴 리조트 야외 풀
풀서귀포 켄싱턴 리조트 뒷뜰에 살고 있는 거대한 용설란 몇년 됐는 지 알수 없으나 높이가 어른 키만하니 꾀 오래 묵은 선인장이다. 리조트의 수영장 부근에 살고 있다. 아마도 제주도 하고도 최남단인 서귀포의 기후가 아열대 식물인 선인장이 자라기에 알맞아서 이만큼 크게 자라난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선인장 서쪽으로는 강정천이 흐르고 강정천 너머 수백미터 거리에 강정마을 해군기지 조성 부지가 자리잡고 있다. 켄싱턴리조트에서 바라본 제주 강정천 청정수면과 하천 바닥의 바위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강정천 바닥으로 내려가 강정천과 제주 앞바다가 합류하는 지점에서 바다를 등지고 내륙쪽을 향해 강정천을 사진에 담았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햇살이 등뒤로 쏟아져 내려 강정천 바닥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준석이가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들어설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서귀포 생활권인 강정마을은 서귀포와 중문 사이에 위치한 서귀포의 자연해안과 주변의 아름다운 용암해안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고 관광지로서도 인기가 높아 우리는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기존의 서귀포항에다 부두를 한개 만들어 해군기지로 쓰면 안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무조건적인 기지반대도 문제지만 제주도의 자연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생각도 존중되야 하는 것 아닐지 모르겠다.
강정천에서 햇살을 바라보며 포즈를 취했는데 햇살이 너무 강해 눈을 감았다. 우리는 아침 리조트 산책을 마치고 곧바로 서귀포 항으로 가서 잠수잠을 탈 예정이었다. 난 잠수함 승선에 반대했지만 워낙 가족들이 타고 싶어해서 어쩔 수 없이 갔었다. 그리고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제주도를 방문했기 때문에 둘째날 아침은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해서인지 아침부터 마음이 조금 바빴던 것 같다.
강정천과 제주바다의 합수지점이다. 강바닥의 용암이 오랜 세월 물살에 닳아서 매끌매끌한 질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강바닥이 합수지점에서 뚝 끊겨서 자그마한 폭포를 이루지만 수량이 부족해 폭포를 볼수는 없다. 바다 저너머로 보이는 시꺼먼 섬은 리조트에서 입장이 가능한 곳이다. 우리는 시간이 부족해 섬으로 까지 산책을 가지는 못했다. 리조트의 수준도 나쁘지 않았지만 주변에 볼거리가 많고 이 볼거리들이 산책길로 이어져 있어서 가족단위나 연인끼리 묵기에 좋은 것 같다.
강정천에서 멀리 바다를 찍었다. 가족여행을 떠난 3월 7일, 8일은 마침 날씨가 너무 좋았다. 서울의 기온은 여전히 영하에 머물러 있었지만 제주도는 완연한 봄이었다. 봄기운이 거득히 차오르기 시작해 외투를 벗어야 했고 춘풍에 각종 꽃에 춘정이 발동해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의 마음도 절로 풀리는 듯 했다.
강정천 솔밭 너머로 바라본 제주 바다. 강렬한 아침 햇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강한 빛을 비추고 있어 소나무는 색상도 디테일도 잃어버린 채 멋진 실루엣을 보여주고 있다.
리조트 뒷 마당에는 야자수들이 많아 남국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바닷가 쪽으로는 해풍을 막아주는 소나무들이 서 있고 한쪽은 강정천 다른 한쪽은 악근천이 제주 바다로 흘러 가고 있어 풍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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