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14 송고)
# 한치앞도 분간할 수 없는 해무로 새벽에 닿아버린 암흑의 바다가 있다.
검푸른 물빛은 고요까지 삼켜버릴 듯 침묵의 끝을 잡고, 지친 파도만을 보듬어
준다. 밤을 달려 찾은 바다가 허락하는건, 여기까지라고 빗장을 걸 듯 결코 쉬이
보이지 않는 우리 시선 넘어 그 무엇이다. 태고적 고향에 대한 원초적 그리움때문
인가 비릿한 내음마저도 설레이는 열린 바다가 있다. 작렬하는 태양앞에 결국
등을 보이고 그림자를 밟을지언정, 삶의 무게만큼 패인 발자국을 틈틈이
채워주는 모래알이 있기에 희망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포용해
버리는 어머니의 마음같은 바다가 있는 반면, 성난파도는 죄를 심판하듯 한치도
용서없이 모든 것들을 집어 삼켜 버린다. 풍성한 먹거리와 해산물이 잉여되는
자연의 보고이기도 하지만, 탄생과 소멸의 억겹속에 진화한 DNA만 생존할 수
있는 적자생존의 혹독한 환경이 바다의 숨은 모습이기도 하다. 이처럼 바다는
양면성을 지녔다. 어디에 서서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다른곳이 바다이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바다가 무엇이냐?’ 고 묻는다면, 인생의 수많은 너울중에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용해할 수 있었던 소금같이 짜지만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바다에 있는 동안은 물결의 일렁임속에서도 자리를 잃지 않는 작은
찌가 될수 있었고, 다른것들은 생각조차 할수 없이 마음을 비울수 있는 아메바
같은 단세포동물도 될 수 있었다. 이런 알고리즘으로 바다를 찾게 되었고, 낚시를
좋아하게된 계기가 되었나 보다.
# 삼면이 바다이고 긴 해안선을 가진 우리나라는 어느때, 어느장소에서도 낚시가
가능하기에 무려 700만이란 인구가 즐기는 대중적인 취미활동이 된지 오래다.
담수호에서 찌를 내리는 민물낚시부터, 가두리에서 단체로 즐기는 좌대낚시,
루어로 고급어종을 노리는 갯바위낚시와 유선이나 레져보트를 타고 근해에서 즐기는
배낚시까지 날로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예측하고 있던 어종의 입질을 받은후
히팅시 느끼는 쾌감은 낚시를 해본 사람만이 아는 고유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누가 뭐라해도 바다낚시의 백미는 역시 혀끝에서 녹아나는 싱싱한 활어회를 선상에서
맛볼때라는데 토를 달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것이다. 심한 울렁거림에 배멀미로
고생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조심할 것은 올 여름에도 해운대에서 이안류에
휩쓸려 여러 사망자가 났듯이 기상변화가 심하고 예측도 어려운 바다에서의
레져활동은 많은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와 안전
수칙을 지킨다면 더할나위없이 재미있고 즐거운 해양스포츠이기도 하다. 아직
독일.일본.포르투칼처럼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날로 늘어나는 레져보트낚시는
낚시인들의 꿈이기도 하다. 보팅을 하면서 바다를 느끼고 사랑하는 낚시인들과
레져보트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해 본다.
<보트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어떻게 구입할까?>
보트는 크게 고무보트, FRP보트, 콤비보트로 구분되어지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고무
보트가 대중화되어 있다. 고무보트는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들고, 유지관리가 용이하다.
보통 1~10인 정도가 승선하며, 선외기(엔진)는 2~40마력 내외가 주로 사용된다.
가까운 연안레져용 보트지만 대부분 낚시용도로 많이 사용되며 국내제품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수출까지 하고 있다. FRP보트는 하우스보트, 크루즈보트로
도 일컫어지며 좀 더 나쁜 해상조건에서도 레져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우스
보트는 우천시 대피공간이 확보된 보트이며, 크루즈급은 침실, 주방, 화장실까지 갖춰진
럭셔리보트를 말한다. 고가에다가 유지관리의 부담이 커서 대중화되지는 못했지만,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콤비보트는 고무보트와 FRP보트의 장점만을 취합하여
제작한 보트로 헐(용골)이라는 배의 밑부분은 FRP로 제작하고 나머지는 고무보트와
동일하게 제작한 보트를 말한다. 고무보트보다 크게 제작할 수 있어 좀 더 먼거리까지
해상레져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3미터부터 6,7미터정도까지 제작된다. 크기에
따라 100마력이 넘는 엔진도 장착할 수 있다. 처음 보팅 입문시에는 접으면 승용차
트렁크에도 들어가는 고무보트와 4마력부터 30마력 정도의 선외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바다라는 혹독한 환경에서의 경험을 하게되면 안락성과 경제성을 겸비한 콤비보트로 전향
하게 되는데 콤비보트부터는 접을수 없기 때문에 추레라를 사용해야 된다는 단점이 있다.
자신의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적합한 보트를 구입하는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비수기때는 매물사이트와 제작사 홈페이지에 각종 중고매물이 나오기 때문에 구입이
용이하며, 새제품은 제작사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전화주문하면 된다.
<바다에 나가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일반적으로 5마력이상의 선외기를 운용하려면 해양경찰청에서 발급하는 ‘동력수상
레저기구조종면허증‘ 이 필요하다. 운전면허시험처럼 필기시험을 본 후, 호수나 바다에서
실기시험을 치른다. 난이도는 예전의 바뀌기전 운전면허 실기시험을 물위에서 치루는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보트를 구입하면 부대되는 안전장비(구명동의, 예비노, 호각, GPS 등
위치확인장치 등)을 반드시 구비하고 되도록 2대이상의 보트가 동반출조하여 사고에
대비하는게 안전하다. 갑자기 해무가 끼어서 방향감각을 잃거나, 기상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하여 충분한 연료와 기관정비 역시 필수이다. 또한, 간조때 돌출여나 예상치 못한
조류와 파도, 그물등이 스크류에 감겨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항상 주의를 요한다.
쿨러를 가득 채운 개체수에 대한 만족감이나 대어를 낚았을 때 느끼는 희열도 좋지만,
바다에서의 안전은 생명과 직결되는것인 만큼 항상 염두해 두어야 비로서 바다에 나갈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바다에서 무엇을 얻는가?>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지자 요즘 원산도 앞바다에서는 쭈꾸미낚시가 한창이라고
한다. 특히 주말이면 유선을 가득 메운 조사들과 일주일을 기다려왔던 보팅인들의
레져보트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어선들이 사용하는 슬러프를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간혹 지역어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에게 고가의 보트로 레져를 즐기는 외지인들이 그다지
달갑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무분별한 주차나 해상 쓰레기투기, 심지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어업도구 훼손이나 불법 어로행위는 근절되어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새벽녘부터 물때에 맞춰 보트를 이안하고, 하루 종일 파도와 씨름하다보면 사실 이만저만
피곤한게 아니다. 오전의 어획물과 준비해온 식사를 하는 늦은 오후는 뭍에 잠시 정박
하여 재충전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바다에서는 서로 즐거운
고생을 하고 있다는 동질감에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길들여지지 않은
바다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순응해가야 하는 자연이기도 하다. 보팅이 아니었다면
다가설 엄두조차 나지 않던 검푸른 해수면을 가로지르다 보면 세상 어떤 근심과 걱정도 잊게
된다. 오직 바다와 나만 있을뿐이다. 모든것을 잊기에 나를 찾을수 있는 모순된 진리가
통하는곳이 바다이기에 찾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바다에서 사람을 낚는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