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락(侑樂)일식집 주인 이호지(62)씨는 일식 조리경력이 무려 46년을 헤아린다. 그의 오랜 경력이 더욱 빛나는 것은 그가 거쳐온 업소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10대 후반의 나이에 첫발을 디딘 곳이 서울 일식집의 효시격인 북창동의 ‘남강’이었고, 서울에서 한국인이 연 첫 일식전문점인 ‘미조리’의 주방장으로 발탁돼 훗날 남강의 주방장까지 거쳤다.
당시 서울의 최고 명소였던 남강과 미조리를 거쳐간 정·재계와 문화예술계 인사들치고 그가 빚어낸 초밥맛을 즐기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성을 쌓았다. 현재 강남의 유명 일식집의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40∼50대 일식집 주인들도 대부분 그에게서 배운 후배들이다.
자신의 가게를 차린 지 16년째를 맞는 이씨는 “모든 음식은 깨끗하고 원칙에 충실해야 제맛이 난다. 모든 음식은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4∼5명의 젊은 조리사들이 있지만 자신이 걸어온 도제 방식대로 조리과정에 일일이 직접 간섭해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고객의 대부분이 10∼20년 단골들이다. 모든 생선은 100% 자연산 활어를 중심으로 참치와 일부 덤안주용 원해산이 곁들여진다. 그래서 예약시 시가를 확인해야 한다. 다양한 정식류와 초밥, 탕류가 큰 부담이 없으면서도 내용이 충실해 고객이 늘 줄을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