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의 세계에서 건져 올린 묵향 '
김원숙 (문학박사, 미학전공)
작가주의를 선언하며 이번 자신의 첫 개인전을 가지는 지용선 교수는 수묵의 아날로그 이미지를 디지털화하여 구상과 비구상으로 표현함에 있어 그 매체적 특성을 강하게 지닌 디자인과 순수예술과의 경계선 위에 서 있는 그만이 구축한 독특한 미학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용선 교수는 현재 경운대학교 시각영상디자인학부에 재직 중이며 그동안 한국의 고유한 전통문양에 관심을 가지고 천마, 수막새, 승무, 민화, 비천무 등 전통적 요소들을 차용하여 현대적 감각으로 시각화한 디자인으로 주목받아 온 그래픽디자이너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의 일련의 작품들은 전통적 형태들의 외형의 모방으로부터 탈피하여 아날로그적인 수묵의 비구상적 형상에서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정신과 그 본질을 추구하려는 작가의 고민과 치열한 시도를 보여준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합당한 방법을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하는 ‘전통의 시각화’는 전통적인 상징적 요소들의 외피에 대한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새로운 표현방식을 통한 동양의 근원적인 정신의 세계에 관한 탐구에의 야심찬 시도이다.
구체적 형태를 넘어서 동양화의 수묵효과 그 자체에서 오는 이미지의 형상화에 근거한 그의 작품이 지향하는 미의식은 소박하면서도 화려하고, 유려하면서도 강하며, 비어있으면서도 꽉 찬 세계이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여백은 보는 이에 따라 때로는 어둠 속에서 강하게 쏟아져 나오는 날카로운 빛이 되고, 때로는 담담히 흘러가는 무심한 물결이 되고, 때로는 빨갛게 감이 익는 고향마을의 저녁놀이 되고, 때로는 갈대숲과 꽃향기를 스치며 지나는 흔들리는 바람이 되고, 고적하게 서있는 소나무의 배경인 하늘이 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정갈한 선비의 서재를 둘러싸고 있는 소담한 흙벽이 되기도 한다.
그의 작품들에는 그 흔한 무제라는 제목조차 달려 있지 않다. 관객은 그의 작품 앞에서 구체적인 형상을 찾아가다가 마주치게 되는 흐트러진 경계들 안에서 끊임없이 표류하는 기표들을 만나게 된다. 그것은 동시대의 우리들의 삶 속에서 늘상 마주치게 되는 불확정적인 해석의 지평과 마주칠 때와 유사한 초조한 혼돈으로 이끌어 간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들은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가운데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역동적인 대화의 가능성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 외양을 지닌 물질의 세계를 넘어서 동양적 정신의 본질에 닿으려는 시도는 구상의 한계를 벗어난 무한한 상상력의 힘을 허용하는 물리적, 공간적, 시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비구상의 세계로 불안하게 귀착되고 있다. 그러나 지극히 현대적인 매체를 빌어 동양의 정신성을 표현하고자하는 그의 작업방식은 서양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정신과 물질, 구상과 비구상,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 일상과 예술, 빛과 어둠이 하나의 세계로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동양적인 사고에 대한 새로운 조형적 언어를 대변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동양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자연스런 본성에의 탐구와 보편적인 인간적 감정에 호소하는 시각적 형상화이다. 그러한 주제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그는 시각디자이너답게 가능한 한 텍스트를 배제하고 인간의 정서를 환기시키는 순수 시각이미지 만으로 열려진 의미의 세계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색의 절제와 불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떨쳐버린 과감한 생략은 우리들의 시각을 형상 너머에 존재하는 사물의 본질과 정신성으로 인도하고, 여백으로 남겨진 열린 공간은 시각적 이미지와 인간의 감정이 서로 마주치는 울림의 장소가 된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들은 그의 작품들에서 구현된 조형적 완결성보다 그 너머의 깊은 정서적 움직임을 스스로 체험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표현형식인 매체의 특성과 표현하고자 하는 동양적 정신성의 조화로운 통합을 통해 전통과 동시대의 미의식을 시각화하고자 시도한 이번 전시회가 21세기에 그가 재발견하고 창조하고자 하는 ‘전통의 시각화’로의 여정에 있어 소박하지만 의미있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바로 이러한 점이 실용디자인과 순수예술의 경계선에서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디자이너 지용선 교수의 앞으로의 작품 활동이 기대되는 지점이기도 하며, 또한 어쩌면 그의 참신한 시도가 별다른 고민없이 손쉬운 디지털 매체만을 이용하여 수묵의 이미지와 동양의 정신성 간의 지나치게 가벼운 접합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통에 대한 무의미한 답습에서 벗어나 세계화를 겨냥한 전통의 창조적 수용의 전략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 정신성과 동시대의 미적 요구를 함께 반영한 새로운 미의 세계를 창조하려는 그동안의 내밀한 고통이 묻어나는 이번 지용선 교수의 첫 개인전이 지니는 의미가 적지 않다할 것이다. (2006년 7월)
The Smell of Indian Ink extracted from the Digital World
Kim, Wonsug
Professor Yong-Sun, Jee's artworks at this the first solo exhibition depart from the imitation of traditional forms and express his intense thoughts and attempts to pursue the essence of Eastern and Korean spirits through analog and unconceptualized movements of Indian ink painting.
The theme of this exhibition is the observation of natural traits based on Eastern world view and the visual representation that appeals to universal human emotions. As a visual designer, Professor Jee eliminated texts as much as possible and attempted to communicate with the world of meaning that is only accessible through pure visual images on human emotions. Moderate colors and bold omission of unnecessary elements lead to the essence and mentality of objects that exist beyond the visual world and marginal negative spaces become the space of echo in which visual images meet human emotions. This is probably why we spontaneously experience deep emotional movements that exist beyond the compositional perfection of his pieces.
Marginal negative spaces can be perceived as a sharp beam of light coming out of darkness, a calm flow of water, a sunset behind riping persimmons in hometown, wind passing through a reed forest and wild flowers, solitary sky behind a lonely pine tree, or a naive earthen wall surrounding a noble scholar's library. The aesthetic consciousness of his pieces is humble yet splendid, smooth yet strong, and vacant yet full.
His pieces are not even named "No Title." Appreciator finds the wandering bizarre within the scattered boundaries which they encounter in search of specific shapes. The wandering bizarre leads them to the intense chaos similar to what contemporary people often find when they encounter the horizon of uncertain interpretations. However, they find the possibility of dynamic conversation that is free to pass any boundaries from his pieces. His attempt to surpass the world of materials to reach the essence of Eastern aesthetic consciousness leads the appreciator to depart the restrictive boundaries of visual shapes and arrive in the free world of non-shapes. His pieces use modern media to express Eastern mentality. By doing so, he departs from the Western dualistic thinking and presents a new artistic and plastic language of Eastern thoughts to realize that spirits and materials, past and present, nature and human being, and daily life and fine art, and lightness and darkness eventually lead to one world. (*)
첫댓글 늘 행복하세요...나무아미타불
현욱부처님.. 이 겨울, 잘 지내고 계시지요?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창조하는 봄 감사합니다...시방삼세일체제불..._()_
바위가춤춘다 부처님... 순천 송광사에서 뵈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모든 것에 새로운 기운이 도는 봄..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빛나는 그 울림...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
내면에서 울리는 빛나는 그 떨림을 전해 주시는 수형부처님을 통해 늘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보살님은 자기(본인) 얘기 안해서 좋아욧! 불교공부 하면서 자기 얘기 많이 하면 실증납니다...다 그 스토리가 그 스토리 아닙니껴! 요즘 봄기운을 느끼며 신나죠? 하하하하~~~보살님 기운이 좋아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닷! 반갑습니다. 나무아미타불_()_
매 년, 새로운 봄기운에 살아있음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꾸준한 수행을 하며 걸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