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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랑] 민효정
1#고시촌의 풍경 24시간 고시촌의 하루풍경. 츄리닝과 슬리퍼 차림의 꼬질한 모습의 남자들. 떼지어 식당으로, 다시 학원으로 모여들고 학원가, 독서실, 고시방에서 공부하는 모습, 복사집에서 복사하는 사람들. 커피 마시는 모습, 담배 피는 모습. 팩 차기 하는 모습. 점심 먹는 모습. 거리. 오락실, 술집. 이런저런 모습들. 1. 鷄肋(계륵)-그다지 가치는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사물 2#언덕-(늦은 오후) 츄리닝과 슬리퍼 차림의 꼬질꼬질한 영준이 언덕을 오르고 있다. 영준; 고시요?(글쎄요)뭐 돈, 명예 이런 것 보다두요. 이 사회를 위해 헌신 할 수 있다는 게 보람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일단 합격만 하면요, 국가 발전은 물론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서 헌신할 겁니다. (쑥스러운 듯)저 1차는 붙었거든요. 이제 2차만 붙으면 돼요. (푸하하하) 3#길-(늦은 오후) 영준 가는데 츄리닝 차림의 고시생과 세련된 차림의 여자 친구가 밥 잘 먹어라. 얼굴이 반쪽이 됐다. 니 얼굴이 보고 싶어서 그렇다. 어쩌고 하면서 다정한 얘기를 나누며 영준을 지나친다. 영준; (가다가 멈춰서 그들의 뒷모습을 다시 돌아본다) 4#사무실-(퇴근 무렵) 직원들 내일 뵙겠습니다. 수고했어. 퇴근 인사 희정도 인사하고 가방 들고 일어나는데 5#엘리베이터 앞-(퇴근 무렵) 희정 엘리베이터 기다리는데 핸드폰 울리자 전화 받는 희정; 여보세요(하다 작게)영준씨... 6#골목-(늦은 오후) 판자로 만들어진 벤치에 앉은 영준, 희정에게 전화하는 영준; 어...희정아.... 아니, 그냥 별일은 아니고....갑자기 보고 싶어서(하다)어디야? 퇴근했어? 7#엘리베이터 앞-(퇴근 무렵) 희정; 아니, 아직 회사야, 오늘 나 야근이거든.(눈치가 보이는지 전화 들고 나오는) 8#골목-(늦은 오후) 영준; 그래? 요즘 바쁘구나....(하다)그래도 그렇지 전엔 뻑 하면 보고 싶다고 찾아오고 그러더니...요즘은 통 전화도 안하대? 9#회사 복도 희정 전화 받는 희정; 전화하면, 또 공부하는 사람 방해될까봐 그랬지...어... 여자 동료 지나다가 본다. 희정; 어. 지금은 바빠서 길게 통화 못 할 거 같애. 그만 끊어야겠다(끊는데) 10#골목 영준; 그럼 나중에 좀 한가할 때...(하려는데 벌써 끓어진)여보세요? 여보세요? (말도 아직 안끝났는데...언짢다) 11#복도 동료; 애인이야?(하는데) 희정; (정색하고)어머 아니에요. 애인은 무슨..(하다)아, 애인이 있어야 전화를 하죠. 동료; 희정씨 아직 애인 없어? 남자들한테 인기 많을 거 같은데? 희정; 말만 그렇게 하지 마시구요, 어디 괜찮은 남자 있으면 소개 좀 시켜주세요.(웃는데) 12#희정 회사 화장실 희정 화장고치며 희정;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든 합격만 하면 좋겠지만... 이렇게 몇 년씩 기다리다 보니까 솔직히 좀 지치긴 하네요. 저도 나이가 있는데 영준씨만 바라보고 살순 없잖아요. 13#복도 희정 남자 직원들에게 유혹하듯 웃음 흘리며 인사하는 14#아이스크림 가게- 창 밖(늦은 오후) 안을 들여다보면 가게 안에 앉은 희정, 남자에게 선물 받은 듯 목걸이 만지작...‘고마워’하며 웃어주고 남자에게 아이스크림을 떠먹여준다. 15#희정 회사 화장실 희정; 요즘은 양다리도 다 능력이라잖아요(실수다. 수습)아니 그렇다고 뭐 제가 양다리란 건 아니구요...(하다)솔직히 요즘 세상에 저처럼 잘 하는 애도 보기 힘들어요. 16#영준 고시방-초저녁 벽에 붙어있는 글씨. 나는 된다. 精神一到 何士不成 영준 공부 잘 안된다. 고무 교정기를 끼운 연필을 툭 던지는데. 문 열리고 상식 들여다본다. 한 눈에도 벌써 늙은 고시생인 상식이다. 영준; 어디서 전화를 그렇게 끊어? 이 기집애 너 진짜 많이 컸다.(하는데) 상식; 왜? 어떤 기집애가. 영준; 네? 아니에요...(하고) 왜요? 상식; 어, 상법 4회 답안지 좀 빌려줄래? 영준; 잠깐만요. (하고 책상 뒤지는데) 상식; 고시하고 여자는 상극이야. 자꾸 징징대면서 피곤하게 하면 남자가 공부를 어떻게 해. 뭐 우리 혜숙이처럼 내조 잘 하는 여자라면 모르지만...또 그런 여자가 흔치가 않아요. 영준; 얘도 나한테 잘해요. 철 바뀌면 옷 사주지, 이제 돈 번다고 용돈도 주지. (스탠드 가리키며)이것도 걔가 사준 거에요. 3파장 자연광 자동스탠드. 상식; 자동 스탠드? 영준; 이게 손만 쓱 닿으면 자동으로 켜졌다 꺼졌다 그런 거거든요(시범 보이고)이게 또 3파장이라 아무리 오래 책을 봐도 눈에 피로도 없구요. 상식; 얼만데? 영준; 저야 선물 받아서 모르죠...(하다)한 몇 만원 할거 같은데. 상식; 이거 요 앞 문방구에 파나? 영준; 안팔껄요. 상식; ....(부럽다) 영준; 여기요(답안지 찾아주고) 참, 저녁에 진호가 합격 턱 낸다고 하는데 형 갈거에요? 상식; 내가 거길 왜 가? 그 자식은 기본적으로 싸가지가 없는 놈이야. 스터디 할 때도 잘 된 답안지는 빼돌려서 혼자 보고 말이야. 그런 놈이 앞으로 법복 입을 생각을 하니까(아오...) 진짜 우리 사법계의 앞날이 깝깝하다.(하고) 간다.(나가고) 17#복도 상식; (영존 방에서 나오는데)전 고시생 아닌데요.(카메라 떠나지 않자)전 아니라니까요. 원래 법에 좀 관심이 있어가지구요. 그냥 공부하는 거에요.(하다 발끈) 네? 남의 나이는 왜 물어봐요?(하고) 쟤랑 동갑이에요(계단 내려가면) 보면 한눈에도 상식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범수가 목에 수건 걸고 걸어온다. 18#욕실 범수 세수하고 수건으로 닦으며 범수; 그형 고시생 맞긴 맞는데요, 근데 여기선 나이가 얼마냐? 고시 몇 년째냐? 그런 건 물어보면 안돼요. 그게 그 사람이 얼마나 무능력하고 한심한가를 말해주는 거거든요. 19#범수방 범수 얼굴에 로션 찍어 바르며 얘기하는 범수; 제가 딴 건 몰라도 공부 하나는 자신 있죠.(하다)저 수능도 경기도 전체 수석했잖아요.(자랑스런)현수막두 걸리구. 난리 났었어요. 아, 참 저 학습지 광고에도 나왔는데 보실래요? (쑥스러운 듯 변명)그냥 기념으로 한 장 갖고 있던 건데요 보면 회원번호 10392번. 양범수 회원 ‘서울대 법대 합격’ 학습지 들고 웃고 있는 광고사진의 범수다. 범수; 남들 다 부러워하는 법대도 들어갔는데 이번엔 당연히 사법고시죠. 저희 엄만요. 일단 법대만 들어가면 사법고신 자동합격인 걸로 아시거든요...(한숨쉬다)저 이제 공부해야 되거든요.(가주세요)죄송합니다. (문닫고) 20#고기집-술집-(밤) 합격과 상훈, 친구들 모여 잡담하는데, 영준 앉아서 고기 주워먹고 있다. 영준 눈에 벽에 걸린 자동차와 수영복 여자 달력이 꽂힌다. 합격; 연수원 동기들 중에 노인네들이 좀 있는데 그래 가지고 힘들어. 이게 붙는다고 다 되는 거 같지 니들? (하면서 영준이 찜해 놓은 고기 집는다) 영준; (언짢다) 합격; 붙어도 또 거기서 경쟁해야 되는데..힘들어. 안 될 거 같으면 일찌감치 포기를 해야지. 내가 볼 때는 딱 서른 다섯 까지가 손익분기점이야(하다)영준이 너 벌써 2차만 두 번째지? 영준; 어?... 합격; 학교 때는 과 수석도 하고 잘 나가던 놈이....내가 먼저 돼서 미안한다. 야. 영준; 어?...뭐...(웃어줄려고 하는데 안된다) 합격; 참, 상훈이 넌 뭐 노동센터에서 일 한다다더니 어떻게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 상훈; 어, 거기 일을 하다보니까 내가 얼마나 무식한지 알겠더라고. 소송을 하나 준비할려고 해도 뭘 알아야 말이지. 합격; 맞어, 우리 각성해야 돼. (하고)세상을 움직이는 건 겨우 1퍼센트의 사람들인 거 알지? 이 사람들이 잘 이끌어야 나라가 잘 되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좀더 책임의식을 가져야 돼. 영준; (고기 우겨 넣는데) 합격; 많이 먹어라. 영준; ... 합격; 참, 영준이 너한테 줄 게 있는데(지갑에서 뭘 꺼내고) 영준; 어? 뭔데?(받고) 합격; 상아식당 식권이야. 이제 난 뭐 여기서 밥 먹을 일 없으니까.... 영준; 어, 식권(떨떠름)...고맙다. 잘 먹으께 친구; (합격에게)진호야, 너도 한 잔 해라.(권하는데) 합격; 나 차 가지고 와서 안돼. 영준; 너 차 뽑았어? 합격; 어, (하다) 참, 나 다음 달에 결혼한다.(하하) 21#술집 화장실-(밤) 합격 소변보고 나서 손 씻는데 합격; 이제 시작인데요 뭐,(하고) 이 쪽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닦기면 나와서 정치를 해야죠. 국회의원, 민선시장, 최종적으론 대선 출마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땐 한 표 꼭 부탁드리겠습니다.(대선 포스터의 미소) 22#골목-(밤) 영준과 상훈 걸어가며 얘기하는 영준; 근데 진호 그 자식 사귀던 여자 있었잖아? 상훈; 합격했으니까 정리했겠지......그 차도 지네 처가에서 사준 거라잖아. 영준; 어우, 속물 같은 놈. 그런 놈들이 있으니까 우리 나라 법조계가 꾸정물이고. 정의가 죽었다는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야. 이 썩어 빠진 세상....내가 이 식권을 그 자식 얼굴에 확 집어던지고 왔어야 되는 건데...에이(하다) 상훈; (픽) 영준; 근데 너 이제 공부 시작할려니까 힘들겠다. 상훈; 그러게 말이야, 학교 다닐 때도 데모하느라고 수업은 맨날 땡땡이 쳤잖아. 기본도 없고...아주 미치겠다, 야. 영준; 뭐 어려운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 내가 도와줄테니까. 상훈; 됐어, 지 공부 할 시간도 없는 놈이...말이라도 고맙다 야. (하는데) 영준; 자식아,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하다)내 친구 중에 운동권은 너 밖에 없었잖아. 넌 나의 친구인 동시에 나의 양심이야. 자식아, 힘내! 너랑 나랑은 꼭 합격해야 돼. 상훈; (픽) 영준; (문득 서)너 나하고 약속하자. 상훈; ? 영준; 우린 합격해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거야, 그래서 강진호 같은 놈이 판치는 이 암흑 같은 세상에 한줄기 정의로운 빛이 되어, 이 땅의 불쌍한 민초들에게 희망이 되도록 하자. 백설이 만건곤할 제 우리는 독야청청하리라. 상훈; (기막힌) 23#영준방- (밤) 영준 공부하다가 문득 주먹으로 책상 탕 치고 영준; 아, 주먹을 한 대 날렸어야 되는 건데...열 받아서 공부가 안되네 (하는데 전화 오는) 영준 희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들짝 받는다. 영준; 여보세요?(그러나 실망) 어, 니가 웬 일이냐? 뭐하긴? 공부하는 중이지...넌 회사 잘 다니냐?(하다) 어? 희정인 왜?.....우리가 헤어져?.... 야, 되기는 뭐가?...야! 뭐야? 친구소리; 아니,(망설이다)사실은 우리 누나가 같은 회사 직원 중에 괜찮은 애 있다고 소개팅 해준다고 그러대. 영준; 근데? 친구소리; 근데 알고 보니까 희정이더라고. 영준; 뭐? 24#언덕- 체력 단련장-(낮) 운동하는, 혹은 삼삼오오 모여 담배 피는 츄리닝들 영준과 범수 커피 마시는데, 상식 한약봉지에 빨대 꽂아 빨고 있다. 범수; 형은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요. 여자들 내숭 떤다고 난 남자 친구 없다, 뭐 그럴 수 있잖아요. 영준; (답답한)글쎄 나한테 하는 태도도 싹 바꼈다니까. 전엔 뻑 하면 먹을 거 사가지고 와서 청소, 빨래 지가 다 하고 그러더니...요즘엔 내가 먼저 전화해도 짜증내고 그런다니까. 범수; 그렇다고 딴 남자 만난다는 물증도 없잖아요. 상식; 그래, 니 진술에도 일리가 있지만 아직 아무런 물증도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 내리면 안되지. 영준; 그래도 정황증거나 심증이란 게 있잖아요. 상식; 그러니까 평소에 관리를 좀 잘 했어야지. 겨우 지 여자 하나도 관리 못해 가지고 나중에 나라 일은 어떻게 할려고 그래? 영준; 그거랑은 틀리죠.(한숨인데) 상식; (보다가 문득) 니들 같이 안잤지? 영준; (놀라)네? 상식; 안잤구나, 그러니까 그렇지. 나봐. 우리 혜숙씨, 지방에 있지만, 내가 언제 그런 걱정하는 거 봤어? 영준; .... 상식; 내 판결을 내리마. 원고와 피고, 둘이 같이 자시오.(땅땅땅) 영준; (앗) 25#판사 당구장- (낮) 이 곳을 거쳐간 대법원 판사와 검사, 정치인들의 사진(졸업앨범이나 신문에서 오린 것 같은)과 약력이 걸려 있다. 1차 합격자는 50 퍼센트 할인 상식; 이 큣대가 너고 당구공이 여자다 이거야. 니가 공을 움직이고 싶으면 니가 먼저 한 큐를 날려줘야지.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고 그런 거지. 범수; (시계보고)벌써 30분이나 지났는데요? 안가요? 상식; 즉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다, 이 말이야. 니가 치면 공은 움직이게 돼 있어. 영준이 차례지만 집중이 안돼 삑사리가 난다. 당구대가 찢어졌다. 영준; 어.... 26#판사 당구장 영준 미안한 표정인데, 주인 속상한 듯 찢어진 곳을 손으로 문질러 본다 영준; 어떡하죠 아저씨? 주인; 괜찮습니다. 쪼끔 그렇게 된 건데요, 뭐. 영준; 죄송합니다. 주인; 괜찮습니다. 저기 저쪽 다이에서 치세요(떨떠름) 27#당구장 카운터 주인; 어렵죠. 나중에 다 국가의 동량이 되고 다음세대의 지도자가 될 분들인데.... 말 한마디를 해도 조심스럽게 하게 되구요... 그 사람들 나름대로 프라이드가 있을 텐데... 그 수준을 못 맞춰주니까,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할 따름입니다. . 28#미장원 앞 골목-(낮) 영준, 상식, 범수 걸어가면서 얘기하는데 영준; 그래도 그렇지, 아무 대책 없이 무조건 자면 어떻게 해요? 나중에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데... 상식; 나중 일은 뭐 하러 생각해. 지금 현재, 나우가 중요하지.(하다 범수가 따라오지 않자) 야, 거기서 뭐해? 범수; (창문 들여다 보다가)여기 새로 온 아가씨가 핑클 닮았대요. 영준/상식;(쫑끗 유리창을 들여다보는데 아가씨들 보인다) 범수; 저, 머리 좀(잘라야 겠는데) 영준/상식; (말 끝나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어, 그래, 그래. 29#미장원- (낮) 목에 보자기 감고, 침 질질 흘리는 수재들 여자; 어떻게 해 드릴까요? 영준; 그냥 저 사람 같이 해주세요. 여자; 네. 범수; 저기....몇 시에 끝나세요? 여자; 네? 영준; 늦게까지 일하시면 안되는데? 저희가 원래 노동법에 관심이 많거든요. 자기들끼리 입 모양으로 몸매 죽인다. 신호 주고받으며 킬킬 여자; (유치한) 30#미장원-(낮) 미용사; (남자들 나가면 정리)여기 생리구조는 요, 예쁜 여자가 있으면 무조건 장사가 잘 돼요. 혈기 왕성한 젊은 남자들은 많이 모여 있는데 여자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가 봐요. 유리창 보면 영준, 범수, 상식 아직도 유리창에 매달려 있다. 미용사; 저러는 거 보면 유치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그런데요...뭐 그렇게 기분 나쁘진 않아요. 그래도 다 수재들이니까 뭐....머리 자르는 것도 보람있어요.(하고). 31#길-(낮) 영준, 범수, 상식 가는데 신난 분위기다. 범수; 그 머리 노랗고 가슴 빵빵한 애, 핑클의 유리 닮지 않았어요? 영준; 어 서지영씨. 내가 이름표 딱 봤잖아. 서지영.... 범수; 이름도 예쁘다. 상식; 그래.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 합격만 해봐. 그런 예쁜 아가씨들이 줄줄 따를테니까. 범수; 언젠간 꼭... 범수, 영준, 주먹 불끈 범수; 강남 분식 앞에 새로 약국 개업했잖아요. 거기 약사가 김희선이래요. 영준; 그래? 소화제 사러 가야지. 범수; 네. 32#고시방-(늦은 오후) 연필을 돌리는 손. 영준이다. 영준 공부가 안되는지 머리를 마구 긁다가 책을 덮고 일어난다 33#자판기 앞-(늦은 오후) 영준 커피 뽑아 마시며 인터뷰하는 영준 인터뷰 ; 자꾸 잡생각이 나고 공부가 잘 안되네요. 희정이 걔가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하다)솔직히 말해서요, 저 합격만 했다 그러면 희정이 보다 훨씬 괜찮은 애 얼마든지 만날 수 있어요. 나 같은 놈 놓치면 지가 손해죠.(해놓고도 속 상해 머리 쥐어뜯는다)에이... 34#커피숖-(늦은 오후) 영준 테이블 위에 손장난 해가며 초조하게 희정 기다리고 있는데 희정 들어온다. 영준; (희정 발견하고 반갑게)여기(하는데) 희정; (주위 눈치 살피며) 언제 왔어? 영준; 방금.(하고) 너 못 본 사이에 많이 예뻐졌다. 어우, 머리도 새로 했네?(하는데) 희정; 어(주위 살피며 건성으로 대답하고)여긴 회사 앞이라 좀 그러니까, 우리 자리 옮기자. 영준; (떨떠름)어, 그래.. 35#식당- (저녁) 영준 희정 밥 먹고, 영준은 왠지 떨떠름한 희정; 생선을 많이 먹어. 이게 DHA가 많아서 머리가 잘 돌아간대. 영준; 음... 희정; 아이 참....왔다갔다하는 시간에 공부나 몇 자 더 하면 좋잖아. 영준; 갑자기 니 생각이 나서 희정; 내 생각이 나면 안되지. 죽기 살기로 공부해도 붙을까 말까 한데 내 생각을 왜 해? 영준; 사람이 어떻게 맨날 공부만 해. 가끔씩 머리도 좀 식히고 사람도 보고 그래야지. 희정; 이제 얼마 안남았으니까 열심히 좀 해.(하다)내가 볼 땐 영준씨 머리는 좋은데 끈기가 좀 없는 거 같애. 영준; (발끈)야, 내가 무슨 끈기...(하다 참고)그것 보다 좀 운이 안따르는 거지. 시험은 운이 반이잖아. (우울) 희정; 왜 뭐가 잘 안돼? 영준; 아니... 희정; 진짜 안될 거 같으면 지금 얘기해. 그래야 나도 무슨 수를 생각할 거 아냐? 영준; 어? 희정; (앗, 실수다)아니....영준씨 여기서 관두면 죽도 밥도 안돼. 그 나이에 취직할 거야 어쩔 거야. 그러니까 죽기살기로 공부만 해야지. 영준;..... 희정; 그러지 말고 영준씨 어디 절 같은데 들어가서 공부해. 영준; 절? 희정; 붙을 때까지 나오지 말고, 우리 보고 싶어도 꾹 참고, 어? 영준; ... 희정에게 못 보던 목걸이 걸려 있다. 영준; 그거 못 보던 거다. 희정; (당황)어? 어...선물 받은 거야. 영준; 선물? 누구한테? 희정; 친구 영준; 친구 누구? 어떤 친구가 너한테 그런 걸 줘? 희정; (짜증이 묻은)있어. 말하면 영준씨가 알어? 영준; (헉) 희정; 밥이나 먹어 영준 어렴풋이 그럴 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지만...그래도 뒤통수를 맞은 듯하다. 2.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랑 36#스터디룸 상식, 범수, 영준 모여서 공부하는데, 상식은 졸린 듯 하고, 영준은 노트를 까맣게 칠하고만 있다. 범수; 따라서 주주의 참여기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주주제안권의 실질적인 보장방법이 논의되어야 한다. 여기까지가 주주제안권 정리 한 거에요. 상식; (문득 깨)아, 길다. 이걸 다 어떻게 외우냐? 범수; 다음 형법 사례문제는 영준이 형이죠?(하는데) 영준; .... 범수; 형. 영준; 어? 상식;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빨리 사례문제 내놓으라고 영준; 네. (복사한 거 돌리고) 범수; (읽는)설문, 갑은 을과 대학교 때 미팅으로 만나 5년을 연애한 사이다. 갑과 을이 처음 만났을 당시 을은 자신은 미팅을 땜빵으로 나왔을 뿐 앞으로 공부에만 전념할 예정으로 교제의사가 없음을 밝혔으나, 갑은 을이 국내 유수한 법대 장학생임을 알고 뛰어난 미모를 앞세워 의도적으로 접근해 왔다.(읽다가) 이게 뭐 에요? 형 얘기에요?(하는데) 상식; (다음 계속 읽는)갑은 을을 유혹하기 위해 강제로 키스를 하며, 영원한 사랑과 봉사를 약속하였다. 이에 을도 마음을 열고 갑을 사귀기로 하였다. 그러나 을이 사법고시를 5번 내리 실패하자 갑은 다른 남자를 만나며 을을 속여왔다. 갑의 죄책은? (하는데) 영준; 제288조 영리, 추행, 간음목적, 약취유인죄.(하고)추행, 간음 또는 영리의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한다. 상식; 야, 연애하다가 딴 놈이랑 바람 난 게 무슨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이야. 그게 말이 되냐? 영준; 왜 말이 안돼요? 범준; 영리를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했다는 건데, 그 여자가 형 돈을 뜯었어요? 몸을 달랬어요? 영준; 강제로 키스를 했다니까. 그러면서 나 밖에 없는 척 하면서.... 어, 그래놓고는 이제 와서 내가 좀 이러고 있다고 딴 놈이랑 그럴 수 있는 거야? 어?(억울) 범수/상식; (불쌍한 놈) 영준; 내 이 억울함을 법에도 호소 못하는 거야? 어? 도대체 이 세상에 정의는 다 어디로 간 거야? 범수; (영준 모습 보니 딱한)이휴, 이제 저래가지고 공부를 어떻게 하냐? 상식; 공부고 뭐고 때려 쳐라, 때려 쳐. 영준; .....(억울) 37#고시방 영준 자리에 팔베개하고 누워서 뒤척뒤척 하다....문득 벌떡 일어나 옷 갈아입는다 38#거리- (낮) 영준 노점에서 반지 고른다 39#보석가게 영준; 아저씨. 여기 반지 케이스만 팔아요? 주인; ? 영준; 반지 케이스, 제일 좋은 걸로 하나 주세요. 40#회사 앞- 늦은 오후 퇴근 시간 사람들에 섞여 희정이 나오는데 희정 부르는 소리. 보면 영준이다 영준; 주희정 희정; (놀라는) 41#공원 일각-밤 영준 희정 벤치에 앉는데 희정의 블라우스 위로 솟은 가슴과 딸려 올라간 스커트 아래로 허연 다리가 보인다. 희정; 미리 전화를 하지? 회사 앞에까지 찾아오면 어떡해?(하는데) 영준; 이거 (주머니에서 반지상자 꺼내고) 희정; (보면) 영준; 맘에 들어? 희정; 어머, 이거 얼마 짜리야? 비싼 거 아냐? 영준; 어? (뜨끔)뭐 아주 비싼 건 아닌데...저기 손 좀 줘봐. (희정 손에 끼워 주는데) 희정; 예쁘다.(하다)부담스럽게....이담에 합격하면 그때 사줘도 되는데... 영준; 그때는 더 좋은 거 해줘야지.. 희정; 흠....(기쁘다)근데 갑자기 무슨 반지야? 영준; 그냥 너한테 어떤 의미를 주고 싶었어. 희정; 어? 영준; 이게 겉으론 그냥 쇠붙이지만...이 반지가 상징하는 의미는...(뒷말이 생각이 안난다) 희정; 상징하는 의미가 뭔데? (하다 문득 긴장)결..혼? 영준; (당황)비슷한데...좀 틀리지. 희정; ? 영준; 그러니까 이 반지는 말이야. 너는 곧 나고 나는 곧 너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하나로 합쳐져야 된다. 이거지. 희정; (자신 없는)통일? 영준; 지금까지 많이 망설여 왔지만 이제 그러면 안될 거 같애. 너의 야윈 어깨를 안아주고 싶다 희정아. (희정 어깨 안고) 희정 잘 모르겠지만 영준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영준; 니가 맨정신이면 힘들 것 같으니까 일단 술부터 한 잔 하자. 희정; ? 42#포장마차- 밤 영준 희정 데리고 들어온다 희정; 들어가라니까 왜 자꾸 그래. 영준; 내가 기분이 좀 그래서, 한잔 마시고 싶어서 그래. 희정; (못마땅한).... 영준; 너 혼자 먼저 들어가던가. 희정; (망설이다)그럼 조금만 하고 가. 영준; 아줌마, 여기 소주랑(하다) 안주 뭐 먹을래? 희정; 꼼장어 영준; 꼼장어 주세요. 희정; 영준씨는 될 수 있으면 생선 종류를 많이 먹어야 돼. 영준; ... 희정; (다시 잔소리)아, 공부하는 사람이 자꾸 술은 먹을려고 그래?(하는데) 영준; 야, 넌 그런 얘기 좀 안할 수 없어? 희정; 어? 영준; 나도 정말 지겹다. 지겨워. 너는 내가 무슨 공부하는 기계로 보이냐? 희정; ? 영준; (우울한 척)하루종일 그 골방에 처박혀서 책만 들여다보고 앉아 있는 거...나 정말 힘들다. 어떨 땐 이러다가 그냥 내가 미치는 거 아닌 가 싶기도 하고 희정; (안타깝다) 영준; 시간은 가고 나이는 먹지요. 그렇다고 고시에 꼭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고..부모님 뵙기도 죄송하고...특히 희정이 너한텐 미안한 일이 많은데...나도 정말 미치겠다. (하다)이런 얘기하니까 진짜 우울해지네. (아....우울한) 아줌마 술과 안주는 놓고 가는데 영준; 아...(꺼져라 한숨 쉬는데) 희정; 영준씨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지마. 그래도 지금까지 잘 했잖아.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돼. 2차만 붙으면 되잖아. 영준; 나도 진짜 지친다. 너무 힘들어.(하고 술 마시고)너도 한 잔해라. 희정; 됐어. 영준; 한잔만 해. 희정; 아우...싫어. 영준; 이건 술이 아니냐. 이건.... 눈물...내 눈물이야. 희정아, 너 내 눈물 좀 마셔 줄래? 희정; 어? 영준; 내 눈물 좀 마셔주라. 희정; (보다가 원 샷하고) 영준; (앗) 희정; 그래, 내가 오늘 영준씨 눈물 다 마셔주께.(하고)아, 오늘 술 좀 받네. 영준; ? 43#포장마차- 시간경과 영준 술 값 계산하는 희정; 얼마에요? 주인; 2만 4천원 이네요. 희정; 여기요(돈 내고) 44#포장마차 밖-밤 희정 나오면 영준; 내가 내도 되는데... 희정; 괜찮아, (하고)이제 집에 가야지?(하는데) 영준; ....(굳은 얼굴) 희정; ? 45#여관 앞 골목-밤 영준 여관 한 번 째리는데, 희정 기가 막힌다. 희정; (영준 손 뿌리치고)지금 뭐 하자는 거야? 영준; 어? 희정; 통일 어쩌고 하더니...기가 막혀. 내가 그렇게 우스워? 내가 그런 여자로 보였냐구? 영준; 아니 그게....너 뭐 오해하는 것 같은데 희정; 뭘? 뭘 오해하는데 (반지 뽑아 내던지고) 영준; ...어....(당황) 희정;우리 지금까지 서로한테 심각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이제 그만 보자.(가는) 영준; (얼른 쫓아가며)그러니까 여기다 다 범죄의 온상이야. 희정; (어?) 영준; 지금도 여기 어느 방안에서는 원조교재, 간통, 도박...이런 사건들이 일어난다고...이제 내가 검사되잖아? 그러면 다 뿌리 뽑을 거야...저 현란한 조명 뒤에 감춰진 자본주의의 우울한 뒷모습들. 이게 나로 하여금 끊임없이 사법고시에 도전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지.(하고) 너 몰랐지? 희정; ?(헷갈리는).... 영준; 내가 공부하다가 힘들어지면은 여기 찾아와서 다시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그러거든...악질파렴치범들아, 조금만 기다려라. 정의로운 사회, 내 손으로 꼭 만든다. (이글이글) 희정; 그래, 그런 정신으로 이번 시험에는 꼭 붙어야 돼. 어? 영준; 어. 물론이지(굳게 다문 입) 희정; 괜히 나 혼자 오바했네. 나 정말 애가 왜 이러냐? 영준; ... 희정;(하다)반지 어떡해? 잊어버린 거 아냐? (찾는데)영준씨도 찾아 봐. 영준; 어.(아쉬운 듯 여관 한번 째리고) 46#도로- 택시 정류소-밤 희정 영준 걸어가는데, 영준 떨떠름한 영준; 우리 2차 갈까? 희정; 2차는 무슨... 됐어. 오늘 내가 영준씨 눈물 다 마셨으니까 이제 공부만 열심히 하는 거야. 알았지? 영준; 그래도 이렇게 허무하게 들어가면 안되는데...(하는데) 택시 오고 희정 탄다. 희정; 들어가.(문 닫고 가는데) 영준; 희정아, 희정아 (부르는데 택시 떠난다) 영준; (허무한)아이씨.... 47#골목-낮 영준, 범수 커피 마시는데 상식 보약 먹고 영준 어제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영준; 눈물이 글썽해가지고는 난 괜찮아, 영준씨. 나도 오늘밤은 영준씨와 보내고 싶어. 난 영준씨 믿어. 이러는데 문득 아, 내가 왜 이럴까? 이러면 안되는데, 크리스탈처럼 맑은 그녀의 영혼은 날 믿고 있는데....난 어쩌다 악마의 속삭임에 이끌려 여기 이 저주받은 사탄의... 상식; 그래서 결국은 여관 앞까지 갔다가 그냥 왔다는 말 아냐? 영준; (당황)그게 아니라요. 갑자기 생각을 해보니까요. 이게 내 욕심만 채울게 아니라, 사랑하는 여잘 지켜주는 거, 그게 진정한 사랑 아니에요? 범수; 어이그. 됐어요, 그냥 채이고 말아요. 영준; (눈 부라리며)모르면 가만있어 자식아. (하는데) 상식; 근데 그렇게 지켜주는 것도 아름답지만 말이야. 세상에는 그것보다 더 좋은 것도 있단 말이지. 예를 들면 이거(보약) 그러니까 니들 다 커피 마실 때, 난 지금 흑염소 먹잖아? 영준; 네? 상식; 이거 우리 혜숙이가 해 준건데...넌 이걸 혜숙이가 왜 해줬다고 생각하니? 영준; 네? 상식; 그리고 니 방에 있던 그 삼파장 자동 스탠드 말인데 나도 샀어. 혜숙이가 하나 사라고 돈 보내 주더라고.... 영준; ? 상식; 그 돈을 도대체 혜숙이는 왜 보내 줬을까? 영준; ? 상식; 한번 곰곰히 잘 생각해봐 (헛기침하며 보약봉지 영준에게 주고 일어나고) 영준; (곰곰) 48#골목- 늦은 오후 영준 전화하는 영준; 내가 많이 아프니까. 오늘 좀 와. 바빠도 와, 안 오면 진짜...(하다) 알았지? 와(전화 끊는데) 49#희정 사무실 복도나 휴게실 희정 전화 끊고 황당 희정;(전화 황당하게 쳐다보며) 요즘 왜 자꾸 전화하고 징징대는 거야? 진짜 짜증날려고 그러네...(하다 다시 마음 잡고) 어유, 그래, 아프다는데 한번 가준다. 50#고시방-저녁 영준 자리 펴고 누웠는데, 희정 앉으며 희정; 약 먹었어?(머리 짚어주며)열은 없네. 영준; 어. (일어나고)이젠 많이 괜찮아졌어. 희정; 공부하는 사람이 몸 관리를 잘 해야지.(봉투 보며)이건 주인집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먹어. 영준; 어. 희정; 방이 더러워 죽겠어. (두리번) 걸레 어딨어? 영준; 됐어. 희정; 잠깐만(나가는데) 영준; (주먹 불끈)예스...... 51#시간 경과- 고시방-(밤) 방을 닦는 희정의 모습 희정; 깨끗해야지 공부가 잘 되지. 영준의 눈엔 그냥 궁둥이랑 다리랑...왔다 갔다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희정; (문득) 왜 그래? 영준; (허둥지둥 열기를 못 이겨 창문 열고) 덥네. 아... 희정; 별 좀 있어? (창가로 다가서며) 영준; 어. 오늘 좀 보이네. 희정; 어...그러네. 영준; 희정아. 넌 밤하늘의 가장 빛나는 별. 내 마음의 북극성이야. 희정; (쑥스러운)왜 그래? 영준; 희정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건 뭘까? 하늘에 별 같이 많은 여자들 중에서 어쩌다 너를 만나게 됐을까? 희정; 나도 모르지. 영준; 난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애. 희정; 어? 영준; 이 모든 것이 다 자연의 섭리고 이치야.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서로를 원하게 되고, 그래서 사랑을 나누는 거야. 희정; ? 영준; 그래서 둘이었던 서로가 하나로 완성되는 거지. 이제 우리도 자연의 섭리를 따르자. 희정;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영준; 성이 라는 거, 아름다운 거야. 신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기도 하고. 영준; (커텐 쓱 치고) 희정아... 희정; 야... 영준 희정 붙잡고 우당탕탕 뒹구는데 희정; (다급하니까 갑자기 경상도 사투리 막 나온다)야, 니 미쳤나? 엄마야. 이거 놔라. 영준; 희정아, 가만 있어봐. 몸싸움 벌어지고 영준 버둥거리는 희정의 손에 맞고 비명과 함께 나가떨어진다. 희정 눈 동그래지는데 영준 코피가 쏟아진다. 52#욕실 영준 비참하게 코피 씻고 있는데 영준; (비참) 아이씨... 53#골목-밤 영준 비참하게 콧구멍 막고 앉아서 담배 피는데 아이의 손을 잡은 상식과 여자 두런두런 얘기하며 올라온다. 상식; 올라오지 말라니까 왜 올라 왔어? 여자; 이제 쌀쌀한데...옷 있어야 되잖아요. 근데 얼굴이 말랐어? 밥은 잘 챙겨 먹고 있어요? 상식; 아, 여기 식당들이 아주 엉망이야. 학생들을 전부 돈으로만 보고 말이야. 양심이 없어. 내가 식당을 차리던지 해야지(하는데) 아이; 아빠, 이거 해줘(쮸쮸바 뜯지 못해 내밀면) 상식; (입으로 쮸쮸바 꼭지 비트는데) 상식 당황한다. 여자와 아이를 본 영준도 놀란다. 상식; 우리 혜숙이... 영준; 안녕하세요? 혜숙; 안녕하세요? 영준; 네....(황당하게 아이 보면) 상식; (소개)우리 아들하고 (업힌 아인)딸... 영준; .... 54# 고시방-밤 영준 놀란 가슴 진정하며 영준; 아니야, 저건 절대 미래의 내 모습이 아니야....공부해야 돼..(집중하려는 듯 머리 막 때리며 공부하는)꼭 합격해야 돼. 3. 사랑하기 때문에- 55#단란주점 정도-낮 친구의 결혼식 피로연 화려하게 빼 입은 친구들, 많이들 몰려 왔다. 이리저리 남자 쪽 하객을 향해 눈 바쁘게 돌아가는데 잘 생긴 남자와, 콩만한 남자 있다. 친구들; (콩 보며 인상 구겨지며) 진짜 우울하게 생겼다. 56#테이블 신랑 친구들 소개하는데 여자들 남자 재보는 신랑; 이 놈은 고등학교 동창인데... 경상무역 아세요? 거기 대리에요. 여자들; 예, 그러세요(인사하고) 신랑; 이 자식은 학원에서 애들 가르치는 놈이고 친구1/2; (실망한)어... 희정; (속물들) 신랑; (콩에게)얘는 멀리서 온 친군데 아직 공부하는 놈이에요. 친구1; 무슨 공부를 아직까지 하시는데요? 친구2; (작게)하긴 공부밖에 할 게 없겠다. 희정; (쿡 치는데) 신랑; 얘가 MIT에서 박사 과정 하는 앤데요...너 지금도 거기 연구소에 있지? 친구1/2; (확 쏠리고) 남자2; 어, 근데 아버지 땜에 옮겨야 될 거 같애. 친구2; 왜요? 신랑; 얘 아버지가 거기 교수로 계시거든요.(하고)야, 빽 있으면 더 좋지 뭐. 친구2; 어머, 아버님...까지 친구1; 집안이 참 훌륭하시네요. 희정; (한심한) 친구1; 혹시 여자 친구는 있으세요? 희정; 야...너는... 친구1; 아니, 아까 보니까 뒷모습에서 왠지 모를 고독 같은 게 느껴지더라구요.(하고) 여자 친구... 없으시죠? 희정; (기막히는데) 남자2; 네(웃는데)... 친구1,2; (다행이다 호호호) 친구2; (유혹의 눈)공부하시는 분이 여자 사귈 시간이 어딨겠어? (호호호) 희정;(한심한) 57#단란주점 화장실 희정, 화장 고치는 친구들과 잡담을 나눈다. 친구1; 약혼식 으리으리한 게, 걔 부모님이 돈 좀 쓰셨겠다. 친구2; 신랑은 무슨 벤처 회사 사장이라 그러던데, 동창들은 좀 별루지? 희정; 야, 말이 나와서 말인데 니들 아까 거기서 왜 그래? 내가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더라. 친구들; 어? 희정; 여자 친구 있으세요? 왠지 모를 고독이 느껴지네요...어머머 호호호, 그게 뭐야 진짜.... 친구1; 내가 언제? 희정; 니들이 남자들 조건 따지고 그러면 상대도 그런 다는 걸 왜 생각 못하니?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게 조건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야, 믿음과 사랑이 먼저 밑바탕이 돼야지. 친구; (기가 막힌데) 희정; 니들도 알다시피 나, 우리 영준씨 학생 때부터 만났잖아. 그때부터 한결같이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면서 지금까지 온 거잖아? 그래서 결국 이번에 고시에도 딱 합격하고 이제 다 옛말하면서 ... 친구1;(못 듣겠다, 화재 돌려)그럼 넌 언제 결혼하는 거야? 희정; 뭐, 좀 있다가... 이제 연수원 끝나고 발령 받든지, 로펌에 들어가든지 영준씨가 자리 좀 잡은 다음에 해야지. 친구2; 근데 너 좀 불안하기는 하겠다. 희정; 어? 내가 왜? 친구2; 왜 시험 합격하면 마담뚜들이 붙어가지고 못살게 군대잖아. 희정; ? 영준소리; 네, 장여사님? 접니다. 58#안경점-낮 영준이 새 안경을 고르며 전화 받는. 영준; 네, 보긴 했는데요. 뭐 사진보고 알 수 있나요? 한번 만나보긴 하죠. 토요일요? 일단 시간은 맞춰보긴 하겠습니다. 네. (전화 끊고 점원 안경 권하면)이것 보다는 좀더 위엄이 있으면서도 샤프해 보이는 걸로 없나?(은근히 반말) 59#희정 사무실-낮 희정 걱정스러운 듯 애꿎은 종이만 북북 그어대고 있는데, 전화 오고 희정; 네. 기획3팀 주희정입니다. (하다 작게 경상도 사투리)엄마? 네. 네.. 내야 맨날 그렇지 뭐. 어? 아부지가 왜요? 선? 내는 그런 거 안봐요. 안본다니까. (답답한)내 진짜 사람 있다니까요. (하는데) 주위 사람들 쳐다보자 다시 목소리 죽여 희정; 알았어요. 내 집에 가서 다시 전화하께요. 네. (끊고 답답한) 60#백화점 희정 양복 둘러보는데 가격들이 만만치 않다. 영준 탈의실에서 나온다 희정; 멋있다. 자기는 뭘 입혀두 멋있어. 영준; 이거 너무 비싼 거 아냐? 희정; 합격 기념으로 쏘는 건데, 그 정도는 입어야지. 영준; 그래도... 희정; 내 마음은 더 좋은 것도 해주고 싶은데 뭐. 괜찮아? 영준; 어 (거울 보는데) 희정 가격표 보고 놀란다. 영준; 색깔 괜찮지? 희정; 어. 글쎄 잘 어울리기는 한데 너무 밝은 거 같기도 하고(은근히)다른 거 입어볼래? 영준; 됐어 이걸로 하지 뭐. 희정; 그걸로 할래? 영준; 어. 61#카운터 희정; (카드 꺼내며) 계산해 주세요. 12개월루요. 62#커피숖 희정이 사준 양복을 입은 영준이 선보고 있다. 영준; 선 같은 건 처음이라서 어색하고 그런대요....공부하느라 어디 여자 만날 시간이 있었어야죠? 자나깨나 오로지 공부 생각밖에는 없었어요. 하하하 63#자동차 대리점-낮 영준 자동차 이것저것 타 보기도 하고, 둘러본다. 직원; 마음에 안드세요? 영준; 글쎄...내가 옛날에 달력에서 봐둔 차가 있는데... 직원; 네? 영준; 그런 게 없네.(하고)외제찬 가? 64#커피숖-오후 영준 외제 자동차 팜플렛 뒤적이다 테이블에 놓으며 얘기하는 영준; (하다)너 세상을 움직이는 게 겨우 1퍼센트의 사람들이란 얘기 들어봤지? 희정; 어? 영준; 그 사람들이 모범을 보이고 잘 해야, 이 사회가 바로 서는 거야.(하다) 내 꿈이 뭔 줄 알어? 희정; ? 영준; 내 이름으로 된 장학재단을 만드는 거야. 나 학교 다닐 때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았잖아. 그걸 다 도로 사회에 환원해야 되는 데 말이야. 공무원 월급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고... 희정; ... 영준; 난 말이야. 이 사회를 위해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훨훨 날아가야 되는 사람인데 이렇게 사소한 현실 때문에 주저앉아야 되는 건지...자꾸 물질이 내 발목을 잡는다.(희정 들으라는 듯 한탄) 희정; 나도 우리 영준씨, 청렴결백한 공직자가 될 수 있게 내조 잘 할게. 영준; (불여우) 희정; (이중인격) 잠깐의 신경전 후 영준; 화장실 좀 갔다 올게 65#화장실 영준; (손씻고)이게 어리숙한 척하면서 만만찮게 나오네. (물 발라 머리손질하며) 큰일 났네 66#커피숖 희정; (자동차 팜플렛 보다 다시 툭 던지며)1퍼센트? 웃기고 앉아 있네. (하는데) 영준의 윗도리에서 전화벨이 울린다. 벨이 자꾸 울리자 옆 사람들을 쳐다보고 희정이 주머니를 뒤져 전화를 받는다 희정; 여보세요? 노영준씨 핸드폰입니다. (발끈)네? 그러는 그 쪽은 누구신데요? 67#공원이나 놀이터-낮 영준 희정 싸우고 희정; 뭐 선을 봐? 영준; 볼려고 본 게 아니라, 우리 고모가 잘 아는 집 딸이라는데 하두 부탁을 하시잖아. 희정; 그래서 지금 선 봤다는 거 아냐. 영준; 그럼 어떻게 해? 약속 다 잡아놓으신 걸 바람맞힐 수도 없고. 희정; 그럼 미리 나한테 말을 했어야 할 거 아냐? 영준; 말하면 너 기분만 상할 건데 뭐 하러 그래? 희정;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하는데) 영준; 너 자꾸 이렇게 별 거 아닌 거 갖고 피곤하게 그러면... 나 짜증난다. 정말. 희정; 뭐? 영준; 너, 나 그런 사람 아닌 거 잘 알잖아. 왜 날 못 믿어. 사람 사이에 믿음이 사라지면 그건 이미 끝난 관계야. 희정; ... 68#희정방-낮 희정 이불 덮고 앓아 누웠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희정; (손가락 펴 반지 노려보며)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최후에 웃는 자가 진짜 이기는 자다 이거야. 69#몽따주 -속옷가게 속옷 골라 몸에 대보고 -비디오 가게 희정 에로 비디오 고르고 70#약국 앞 길 희정 쇼핑한 물건 들고 가다가 멈춰 선다. 71#약국 희정 망설이다가 들어와 약사; 뭐 드릴까요? 희정; (망설이다).... 약사; ? 희정; 피로 회복제 주세요. 약사 주면 계산하고 나갈 듯 하다 다시 들어와 희정; (비장하게) 저거도 하나 주세요. 약사; ? 피임기구 포스터 희정; ... 72#희정방 속옷과 약품 기타 용품들이 준비하는데 피로 회복제 냉장고에 넣고 침대 시트 갈고 초 준비. 꽃 준비 새 속옷 입고 희정소리; 어 영준씨, 나야. 오늘 좀 만나. 아니 만나서 얘기해... 73#바-밤 영준 들어오는데 희정 벌써 많이 취했다. 희정 양주 원샷으로 마시는데 영준 눈 동그래지고 희정; 어, 자기 왔구나. 그래도 오늘은 30분밖에 안늦었네. 영준; 음....(화재 바꿔)야, 너 무슨 술을 이렇게 마셨어? 희정; 글쎄...내가 술을 왜 이렇게 마셨을까? (하다) 나 영준씨한테 할 말 있어. 영준; (귀찮은 듯)무슨 말?(하다 은근히 기대)우리... 그만 헤어지자고?(하는데) 희정; 내가 다 잘못했어. 영준; (앗) 희정; 너무 내 생각만 했던 거 같애. 우리 사랑하는 사이잖아. 그러면 서로 믿어야 되는 건데...영준씨 우리 이제 화해하자. 영준; (떨떠름)니가 혼자 오해했던 거지. 뭐 화해라고 할 거 있어? 희정; 고마워. 영준씨(하고 푹 꼬꾸라지는데) 영준; 야, 왜 이래? (흔들어보는)일어나? 어? (곤란한)아, 참.... 영준 희정 엉거주춤 안고 나가려다 여의치 않자, 다시 업고 희정, 영준이 미처 자신의 백을 잊고 가자, 직접 핸드백을 슬쩍 챙겨 든다. 74#술집 앞-밤 영준 희정 업고 가는데 무거워 죽겠다. 희정 술 취해 노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은 이 세상 끝까지 영원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 중에 제일은 ......(클라이막스).....믿음하고 사랑이다. 영준; 아, 씨....왜 이렇게 무거워.... 영준의 비틀거리는 뒷모습 75#희정방-밤 영준 희정을 부축해서 침대에 눕힌다. 희정 잠자코 있는데... 잠시 후 문닫는 소리가 나고 영준의 기척이 들리지 않는다. 희정 살며시 눈 떠 보는데 영준이 없다. 희정 당황되고 76#골목-밤 영준 내려가는데 영준씨 부르는 소리 영준 돌아보면 희정이다. 영준; 어? 아니...너(하는데) 희정; (헐떡)그냥 가면 어떡해? 여기까지 왔는데 커피라도 마시고 가야지. 77#희정 방 희정 영준 데리고 들어온다 영준; 이제 괜찮아? 희정; 어, 좀 잤더니 술이 금방 깨네. 영준; (보면) 희정; 커피 물 올렸으니까 잠깐만 기다려. 영준; 밤에 무슨 커피야.... 희정; 그럼 뭐 다른 거 주까? 영준; 됐어. 이제 가야지.(방 둘러보는데) 희정; 내 방에 처음 와 보지? 영준; ....대문 앞까지는 왔어도 들어온 건 처음이지 희정; 우리 비디오 보까? 영준; 지금 몇 신데 비디오를 봐. 희정; 아홉시 밖에 안됐는데 뭐. 재밌는 거 있어. 보고 가. 영준; (곤란한데) 78#희정방- 시간경과 희정 영준 영화 보는데 야한 영화라 영준은 넋놓고 보는데 희정 덥다는 듯 블라우스 펄럭펄럭 하다 다리 꼬고 앉아서 장난치듯 발끝으로 영준의 다리를 툭툭 건드려본다. 영준; 야, 다리 좀 떨지마. (자리 약간 옆으로 옮기는데) 희정; (모르는 척 옆으로 옮겨앉아 영준 허벅지에 손 얹어 보고) 영준; (긴장해)야, 영화가....참 재밌네... 희정 영준의 반응이 시들하자 허벅지 살살 쓰다듬어 보는데 참다 못한 영준 영준;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희정; (당황)어? 영준; 왜 자꾸 건드려. 희정; 내가 뭐? 영준; 왜 자꾸 더듬냐고? (하다) 나 갈테니까 그만 자라. (일어나는데) 희정; 저기 잠깐만 영준씨(유혹의 눈빛)가지마. 그냥 있어. 영준; ... 희정; 사랑하는 사인데 괜찮잖아? 영준; (짱구 굴리다가)희정아, 남녀간의 사랑이란 게 결코 수단이 아니다. 사랑 자체가 중요한 거지. 희정; 어? 영준; 사랑은 영혼이 자유로워야 돼. 그러니까 구속 없이 즐길 수 있어야지. 희정; 알지, 그럼. 영준; .... 희정; .... 영준; 우리 그 동안 너무 오래 참았지. 희정; 이제 안 참아도 된다니까. 영준; (다짐받듯)그러니까 구속 없이? 오로지 사랑인 거야? 희정; 어...(다짐받듯)영원한 사랑이지 영준; 잠깐만(일어나는데) 희정; 어디가? 영준; 약국에 잠깐만(하는데) 희정; (콘돔 보여 주며)이거 있어 영준 희정 넘어지는데 전화 울리지만 그냥 꺼 버리는 희정 79#희정 집 전경-밤 불 꺼지고 80#희정 방 둘 불 끄고 부담 없이 진짜 작업 들어가는 순간 시골서 희정의 부모님이 김치랑 밑반찬을 들고 들이닥친다. 아버지소리; 문도 열어놓고 어디를 갔나? 어머니소리; 불도 꺼졌네요 아버지; 야가 벌써 자나? 불 좀 키라. 어머니; 아, 스위치 여 있네. 불 켜지면 벌어지는 상황에 잠깐 정리가 안되는 네 사람 81#골목-밤 한밤의 추격전. 벌거벗은 영준과 쫓는 아버지. 아버지 저 새끼 잡아라. 82#도로-밤 영준 택시 잡으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멀리서 희정 아버지의 고함이 들려오자 다시 뛴다 83#놀이터-밤 영준 신문지 덮고 놀이터에 숨어 있는데, 저벅저벅 누가 걸어오고 빠꼼히 보면 희정이다. 희정이 옷 들고 찾아온다. 보면 희정 머리 깎였다. 영준 희정 만감이 교차하는.... 4.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84#고시식당- 카운터 고시 식당 주인인터뷰, 상식이다 상식 인터뷰; 제가 처음엔 고시 공부하면서 여기 오래 살았거든요. 그래서 전 특히 학생들 관리에 신경 많이 써요. 85#뒤꼍-오후 상식; (무 깎으며) 우리 집에 온 기준으로 몇 일 안보이면 안보인다, 어디 예비군 훈련 갔다 오면 갔다온다 그런 것도 체크하고요, 밥 못 먹은 기간만큼 날짜도 더 연장해주고 그래요. 그게 우리 식당이 딴 데보다 인기 있는 비결이라면 비결이구요. 86#영준집-서민 아파트 희정 청소하며 희정; 누구나 꿈속에 그리던 사랑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전 정말 행복한 거 여자죠. 오직 사랑하나만으로 그 어려운 고비들 다 넘기고 결혼까지 했으니까요.(하고) 전 진짜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가족 사진액자 닦고) 87#식당-밤 영준 성공한 자로서 후배들 모아놓고 한잔 산다. 영준; 사람이 성공했다고 해서 변하고 그러면 안된다.(하고)니들 나 결혼 어떻게 했는지 알지? 우리 마누라 아무 것도 없는 여자지만 난 결혼했다.(하고)왜? 사랑하니까. 후배 술 권하면 받고 영준; 세상에 사랑보다 중요한 게 어딨어? (하고)요즘 전부들 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식으로 뭐든지 손바닥 뒤집듯이 그러는데 그러면 안돼. 우리 1퍼센트의 사회지도층은 그러면 안되는 거야. 우리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지.(하는데) 상훈의 핸드폰 울리면 나가고 88#술집 밖-밤 상훈 전화 받는 상훈; 어머니세요? 네, 집에는 별일 없죠? 잘 먹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요. 네(끊고) 한 육개월 전에 여기 고시촌에 들어왔어요. 전에는 노동자 센터에서 일했었는데... 아무래도 한계도 있고, 또 집에서도 고시 보기를 원하고 해서요....뭐 거창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구요. 그냥 노동문제 전문 변호사가 되는 거에요. 그게 제가 할 일 같아서요. (쑥스럽게 웃으며 들어간다) 89#술집-(밤) 영준; 내가 걸어 온 길 절대 후회는 없어. 난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갈 거야. (하고)세상을 움직이는 건 겨우 1퍼센트의 사람들인 거 알지? 이 사람들이 잘 이끌어야 나라가 잘 되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좀더 책임의식을 가져야 돼. 영준 얘기하다가 상훈이 들어오는 거 보고 영준; 상훈아, 너 노래 한번 해봐라. 전에 니가 불렀던 노래 있잖아. 나 그 노래 들으면서 마음속으로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몰라. 상훈; 에이 노래는 무슨(빼면) 영준; 야아, 한번만 불러줘, 어? 상훈; (노래)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90#몽따주 희정, 상식, 혜숙, 당구장 주인, 미용사, 범수, 희정 부모의 합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