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에서 친구가왔다. 부산서 나고 자라 십여년전 서울로 이사간 친구라 부산정이 각별한 친구다. 1년에 한번 4월이면 오는 친구가 작년엔 멸치축제때왔었다. 오면 대변가서 멸치랑 건어물을 사가는게 연례행사인데 축제일 인파의 번잡함에 둘다 지쳐버렸었다. 멸치 굽는 비린내와 연기가 해변에 가득했는데 먹으면 맛있지만 주변서 맡는 냄샌 고역이라 담에는 축제때는 피하자고 약속했었다. 올해는 멸치
축제 한주 지나 오랬더니 공교롭게 동창회날과 겹치고 말았다. 그걸 알았을땐 이미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는 회사 휴가를 낸 상태가 어쩔수가 없었다.--0-토요일은 친구와 종일 쏘다녔다. 어린 시절을 초량서 자란 걔는 꼭 남포동의 완당을 먹어야했고 종각집 우동을 먹어야했다. 그 저렴한 음식에도 친구는 예전맛이란 말을 입에달고 서울 우동은 이런 맛이 안난다며 호들갑을 떨어 나를 웃게 만든다. 우동맛이 거기가 거기라며 판을 깨는 내말을 친구는 내 미각의 무딤으로 치부해버린다. 그걸보면 혀가 그리 오래 기억하는 옛맛에는 아련한 향수와 추억의 부스러기가 버무려져있기 때문이리라--구비구비 삶과 세월의 흐름에도 변치않는 미각의 오묘한 힘이여!!!!-----서울엔 부산보다 좋은게 더 많으련만 친구는 언제나 부산엔 있지만 서울에는 없는것에 목말라한다. 서울엔 오뎅이 없고(포장된건 있지만)돼지 국밥이 없고 밀면이 없단다. 낙엽 콩잎도 없고 고추절임도 없고 됫박으로 파는 건빵도 없단다. 찾아보면 어찌 없기야하겠냐만 어릴적 미각이 얼마나 끈질긴지를 새삼 깨닫는다. 그렇게 나를 만나고 추억의 먹거리와 장소를 찾아보는걸로 4월의 화려한 외출의 (친구의 표현이다) 첫날을 보냈다. 일요일은 오전에 동창회 참석해야한다고 말해두었기때문에 친구는 자기 볼일을 보고 오후에 대변으로 같이 가기로했다. 참 부끄럽게도 난 총동창회는 처음 참석하는거라 한두시간안에 모든 식순이 끝나고 기수별로 이동해서 우리는 청화농원에서 식사를 하는줄 알았다. 아침에 동동거리며 서둘렀지만 20분이나 지각한 상태에서 맘이 급해 핸드백을 차에 두고 뛰어 올라갔다. 새로 생긴 수령관의 반대편 예전 강당자리가 행사장인줄 알고 그 앞에 차를 대고 허둥대지를 않았나,접수대에서 만원이 없어 못들어가고 서성댄건 내 고지식함과 띨띨함의 극치였다. 그러니까 그 날은 완전 맘이 콩밭에 가있는 날이 되고말았다. 수령관에 앉아서는 친구가 차도 없이 불편할텐데,나를 기다릴텐데-----점심으로 나온 국밥을 먹고 노래자랑을 좀 보다가 살짝 빠져나와서 친구를 만나서는 57회 친구들은 다들 즐거운 시간들 보내고있겠제 -그래서 양다리는 피곤하고 맘쓰이는 일이리라 ㅎㅎㅎㅎ-----친구와 대변으로 가서 젓갈용 멸치를 사고 건어물을 사서 택배를 부탁해놓고나니 중요한 일을 마친것같아 맘이 편해졌다, 오전에 멸치배가 들어왔던지 해변에 갈매기들이 어지럽게 날고있었다. 그렇게 코앞에까지 다가오는 갈매기를 보기는 쉽지않다. 멸치를 털고간 부스러기를 먹으려 몰려들었나보다. 친구는 부산서 자라 종각집 우동과 완당이 추억이지만 기장서 자란 나는 갈매기가 추억이고 멸치가 추억이다 --어릴적 대야를 들고 밤길을 걸어 대변에 며루치 주우러 다니던 추억--동네 언니들을 따라가서 멸치터는 뒤에 쪼그리고 앉았다가 밖으로 튀어 나오는 멸치를 다투어 주워 담던 기억- 얼굴에도 옷에도 온통 멸치 비늘이 튀고 바닷물이 튀어도 엄마가 반기어 시래기 넣고 지져 가족의 반찬이 되어줄 멸치찌개를 생각하면 그건 아무렇지도않았다. 제법 먼 밤길을 다시 걸어오면서 대야가 가벼우면 발걸음이 무겁고,대야의 무게에 힘들어도 많이 주운날은 신이 났었다. 머리에 줄줄이 대야나 바케스를 이고 얘기를 나누거나 노래를 부르며 걸어오던 대변길---그 얘기를 친구에게 들려주었다. 추억이랍시고 --내 고향 친구라면 대부분 그래 공감했을 얘기에 친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한다. "이상하네- 멸치가 어떻게 길에 떨어지는데??-" ㅎㅎ 그렇지 그건 말로 설명하긴 역부족이지--"때론 멸치가 날기도 한단다"웃고만다. -------저녁에 친구를 부산역에서 보내고 어두워져가는 번영로를 혼자 돌아오는데 허전함에 눈물이 핑돈다. 친구는 기차를 타고 또 내일을 향해 가고있을테고 ,우리 고향 친구들은 다들 어울려 놀고있겠지- 수령관에서 눈만 마주치고 얘기도 한마디 못나눠본 친구들도 많은데- -------번영로에 활짝 핀 겹사꾸라와 철쭉이 어두워져가는 주위를 밝힐만큼 너무나 아름답다,.우린 만개한 저 꽃도 곧 질것을 알고, 또 다음해 다시 필것을 안다. 그렇듯 사람의 이별도 영원하지 않음을 알기에 내일을 기약하며 갖자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게다. 또 다음에 만나면 반가와할 친구를 많이 가진이는 얼마나 행복한가 -- 그렇게 4월의 마지막 일요일은 저물어갔다. |
출처: 산자락 그늘집에서 원문보기 글쓴이: 엘송(ELSONG)
첫댓글 한산한 카페에 헐렁한 글 퍼다놨네---ㅎㅎㅎ 행 구분도없이 따그리 붙은거로 ---
동창회 글은 올릴려면 이점이 파이더라 서버가 작아서 그러니 우예!!!그래도 볼사람은 다본다 ㅎㅎㅎㅎ
엘송이 좋은 음악을 깔아놨다더만 아무래도 옮기면서 음악은 안데꼬온 모양이여 - 다시 열어봐도 음악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