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시절 무궁화 봉까지 만들어 볼펜 속에 감춰진 태극기.실크로 만든 이 태극기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사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 수는 없으나 일제 강점기에 울분을 토하는 신지식인의 소장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그는 이 볼펜을 항상 가슴에 품고 다니면서 뜨거운 가슴으로 민족의 해방을 염원했을 것이다.이처럼 태극기는 우리 민족의 한과 기쁨, 희망을 담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징이다.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국기에 대한 소중함과 태극정신을 과연 제대로 알고 있을까.올해로 93주기를 맞는 삼일절을 앞두고 CBS노컷뉴스는 2회에 걸쳐 지난 20년간 태극기의 산업화와 태극사상 전파에 노력해 온 한 디자이너의 삶을 집중조명해고자 한다.(편집자 주)
독립투사의 태극기, 학도의용병의 태극기... 이처럼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태극기를 무려 3천여 점을 수집한 이가 있다.그는 독립군의 후손, 민족주의자, 정치인도 아닌 디자인코리아 우정미(여·52)대표다.인터뷰를 위해 만난 우 대표는 외모에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 태극기 수집가라는 이미지가 선뜻 와 닿지 않았다.“검은 피부 때문에 택시를 타면 대부분의 기사들이 저를 외국인, 특히 남아시아 계통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우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가끔씩 조상 중에 외인(外人) 혈통이 없었는지 자신도 의문이 든다는 것.그러나 외모와 달리 그가 현재 빠져 있는 사상은 너무나도 한국적이며 민족고유의 삼태극사상이다.태극사상의 고양과 태극기를 활용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민족의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는 게 그의 각오다.
◈ 태극디자인, 세계화·산업화에 미쳐우 대표는 한때 태극문양에만 완전히 미쳐있던 시절이 있다.태극문양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이면 무엇이든 내놓으려고했던 때도 있었다.수첩 펜 시계 양말 모자 양산 넥타이 등 5백여 종류의 태극문양 문구 및 생활용품을 구상했고, 디자인 개발을 끝내고 상품화단계에 들어가기도 했다.태극문양에 대한 그의 사랑은 지난 1997년 IMF 위기를 겪으면서 시작됐다.계명대 서양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제로포인트를 설립한 1990년 2월부터 1997년까지 그는 줄곧 '미치코 런던'이나 'US 폴로' 등 외국 브랜드를 빌려 생활용품을 생산,판매해 왔다.1997년에는 동남아 지역에 20억 여 원의 수출실적을 올리기도 했다.그러나 차츰 굳이 외국브랜드를 써야만 하는지에 대해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그러다 97년 5월 관광차 입국한 미국인 고모부 네이슨씨가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고모부에게 한국 전통문화를 보여주고자 경주, 부여, 설악산 등을 함께 여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관광지에서 한국의 정신이 담긴 브랜드 상품을 찾았으나 마땅한 제품을 찾지 못해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20년 이상을 디자인 연구에 몸담아 왔던 사람으로서 한국을 알릴 고급브랜드 상품 하나 없다는 사실에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끄러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우 대표는 그때부터 외국인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디자인과 브랜드 개발의 필요성을 느꼈고 대표적인 한국형 이미지를 찾아 나섰다.그래서 대한민국을 떠올리는 태극을 활용한 태극상품 개발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이후 3년 여간 10억여 원을 투자했고 월드컵, 한강르네상스사업 등에도 뛰어들며 국내 태극기 디자인을 견인했다.◈ 수집에서 시작된 태극사랑디자인을 전공했던 우 대표는 성조기처럼 태극기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조하고 싶어 태극기 문양을 디자인하기 시작했고 좋은 디자인을 위한 소재로 태극기를 수집했다.태극기와의 인연이 계속되면서 결국 우 대표는 지난 1998년 고 김대중 대통령시절 5백여 종의 태극기 문양이 전시된 디자인코리아를 개최하게 됐다.하지만 디자인코리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상과 정신이 담기지 못한 작품으로서의 한계를 느꼈다는 것.우 대표는 단순한 태극기 수집에 대한 한계와 공허함으로 인해 더 많은 태극기 수집에 열을 올렸다.이 과정에서 우 대표는 각각에 태극기에 담긴 사연이 궁금해졌고, 이를 통해 자신이 수집한 태극기 하나 하나에 대해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 강렬한 독립의 정신과 애뜻한 민족애가 담긴 태극기우 대표는 3천여 점의 태극기 중 각별히 아끼는 태극기 몇 점을 보이며 각각의 에피소드를 말했다.“일제시대 어느 지식인이 가슴속에 품고 다녔던 볼펜 속에 감춰진 태극기는 골동품상으로부터 구입했다. 태극기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 골동품상이 흔쾌히 넘겨준 것”이라며 구입과정을 설명했다.그는 또 ‘조선승리만세’라고 쓰인 태극기에 대해 “해방전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언론인 신상운씨의 태극기”라며 “신씨가 거의 사망에 이른 상태에서 석방돼 혼수상태로 3개월이 지난 후 깨어보니 조국이 해방돼 당시 기쁨을 담아 태극기에 글을 남겼다”고 소개했다.특히 피 묻은 태극기를 보여주며 “3·1운동 당시 일제 경찰의 총탄을 두려워하지 않고 태극기를 들고 뛴 민중들의 처절한 투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우 대표는 “처음에는 태극 디자인을 통한 비즈니스를 위해 태극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이런 저런 사연이 담긴 태극기를 수집하면서 각각의 사연이 더 궁금해졌고 유물에 담긴 사연과 역사의 발자취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영상제작]= 노컷TV 민구홍PD(www.nocut.tv)
출처: 태극기 갤러리 원문보기 글쓴이: si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