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만에 우승컵을 안은 샤라포바, 아래는 지난달 패션 디자이너의 실력을 뽐냈던 모습. 그리고 올해 첫 타이틀을 거둔 시몽, 세계랭킹 8위에 올라있는 다비덴코가 말레이시아오픈 우승컵에 입맞추는 모습, 시상식에서 다비덴코와 베르다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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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국에서 짧지만 굵었던 민속명절 추석으로 단란한 주말을 보내는 동안 세계 곳곳에서는 남녀 프로선수들의 열띤 테니스 장이 마련되었다.
송편과 갖가지 풍성한 음식들, 그리고 화기애애한 가족애가 무르익듯이 정상급 선수들의 챔피언을 향한 도전정신도 활활 불타올랐던 한주였다.
샤라포바가 돌아왔다 먼저,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의 반가운 우승 소식이 전해졌다. 샤라포바는 지난 4일 도쿄에서 막을 내린 팬퍼시픽오픈 결승에서 옐레나 얀코비치(세르비아)의 기권으로 2008년 4월 이후 17개월 만의 우승을 거두었다.
올해 5월까지 9개월 동안 어깨 부상으로 인해 테니스 라켓보다 연예계의 화려한 조명과 파파라치 카메라와 더 가까웠던 그녀였으나 언제나 코트 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실감시켜준 셈이었다.
긴 휴식기를 마치고 지난 5월 폴란드 바르샤바오픈에서 8강까지 올라 몸을 푼 샤라포바는 비교적 대진운이 좋았던 롤랑가로스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노려봤으나 역시 4강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이어 2004년 꿈의 무대를 달성했던 윔블던에 60위로 출전했지만 충격의 2회전 탈락을 맛 보게 된다.
이후 미국 스탠포드 대회부터 심기일전하기 위해 머리에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질끈 머리끈을 두르고 코트에 선 그녀는 8월 첫째주 로스앤젤레스에서 4강까지 진출한 데 이어 US오픈 앞 대회였던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드들을 꺾고 결승까지 오르게 된다.
비록 기대를 모은 US오픈서는 17살 멜라니 오딘(미국)에게 패했지만 이번 팬퍼시픽오픈에서 자신의 20번째 투어 타이틀을 거두면서 제2의 전성기 실현에 시동을 걸었다.
일본에서 기분 좋은 승전보를 달성한 샤라포바는 무대를 중국 베이징으로 옮겨 차이나오픈에 출사표를 던졌다. 차이나오픈에서 그녀는 2004년과 2005년에 출전한 바 있으며 당시 2년 연속 4강에 머문 바 있다.
시모의 올 시즌 첫 타이틀 한동안 질 시몽(프랑스)이 잠잠했다. 현재 세계랭킹 10위로 작년 연말 마스터스컵에도 출전하며 6위로 올 시즌을 시작했던 시몽은 두바이에서 딱 한번 4강에 올랐을 뿐 결승을 밟지 못하며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그러던 그가 태국의 방콕오픈에서 올 시즌 첫 타이틀 획득에 성공했다. 시모는 결승에서 4번시드인 빅토르 트로이치키(세르비아)를 7-5 6-3으로 꺾고 생애 6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번 우승으로 랭킹포인트 250점을 획득한 시몽은 다가오는 11월 2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릴 ATP 월드투어파이널스(작년까지 마스터스컵)에 다시 한번 출전 기회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재미있게도 시몽은 세계랭킹 10위 내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투어 우승이 없으면서도 톱10 랭킹을 지킨 인물이다. 시몽의 우승은 작년 9월에 루마니아오픈에서 카를로스 모야(스페인)를 이겼을 때가 마지막이었다.
또한 방콕오픈에 오기 전 마지막 결승전은 딱 12달 전 마드리드오픈에서였다. 당시 4강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을 제압했던 그는 결승에서 앤디 머레이(영국)에게 패했었다.
시몽의 다음 무대는 일본 재팬오픈이다. 이 대회에는 US오픈 챔피언인 후안 마틴 델포트로(아르헨티나)를 비롯 시모의 친구들 조 윌프리드 송가와 가엘 몽피스(이상 프랑스), 레이튼 휴이트(호주) 등이 출전한다.
꾸준한 남자, 다비덴코 니콜라이 다비덴코(러시아) 또한 어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우승컵에 입맞췄다.
올해 들어서만 6번째 투어 결승에 올랐던 다비덴코는 이번 결승에서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스페인)를 6-4 7-5로 꺾고 자신의 17번째 우승컵을 찍은 것이다.
첫 우승을 거둔 2003년부터 1개 이상의 우승은 꼭 거두었던 그는 2006년에만 5개를 기록했고 작년과 올해 연속 3개 타이틀을 들어올리고 있다.
더욱이 이번 우승으로 다비덴코는 올 시즌 3개 이상의 타이틀을 거둔 5번째 선수로 기록되었다. 나달과 머레이가 각각 5개,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4개, 델포트로가 3개를 기록 중이다.
준우승의 베르다스코 역시 올해 호주오픈 4강을 기점으로 US오픈 8강 등 46승18패의 기복 없는 시즌을 소화하고 있어 월드파이널즈 첫 출전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다비덴코와 베르다스코는 차이나오픈에서 4번시드로 출전해 나달,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앤디 로딕(미국), 그리고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마라트 사핀(러시아) 등과 우승컵을 놓고 다투게 된다.
이로써 시즌 막바지에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시몽, 다비덴코, 베르다스코를 비롯해 11위를 기록 중인 로빈 소더링(스웨덴) 등이 월드투어파이널즈를 향한 티켓을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일 듯하다.
한편 상하이마스터스와 재팬오픈 출전을 취소한 페더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피로가 누적되어 부득이하게 불참 결정을 내렸다"고 전하며 다음 달 2일 개막하는 자국의 바젤오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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