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는 2014년 6월 간선제로 진행된 총장선거를 통해 김사열 교수를 1순위 후보자로 선정하였다. 그러나 선거규정 위반 논란으로 10월 17일 재선거를 진행했고 김사열 후보(생명과학부)를 1순위, 김상동 교수(수학과)를 2순위로 재선정하고 교육부에 추천하고 대통령의 임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임 총장의 임기가 8월로 마감되는 시점에서 재선거과정을 포함해 4개월 동안이나 경북대학교 총장은 공석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12월 16일, 교육부는 돌연 경북대에 ‘총장 임명후보자 재추천 요청’이라는 공문을 통해 두명의 추천자를 모두 부적격으로 통보했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인사위원회의 자문을 구한 결과가 부적격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임명거부의 사유이어야 할 부적격의 내용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상태이다.
경북대학교는 24년간이나 직선제를 통해 민주적으로 총장을 선출해 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정부예산지원을 무기로 삼아 국립대 직선제폐지를 줄기차게 강요해왔고 결국 경북대도 교육부의 요구대로 간선제를 받아들여 총장선정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간선제 절차에 따라 선출된 총장 후보마저 교육부가 이유도 밝히지 못하면서 거부를 하기에 이르렀다.
총장선거에서 1순위로 선출된 김사열 교수를 교육부가 거부한 것에는 모든 학계와 언론을 포함한 여론이 모두 짐작하고 있듯이 오직 ‘친정권적이지 않은 소신’을 문제삼고 있다는 판단이다. 김교수가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구지역의장을 지냈고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소속이며 과거에 국가보안법 폐지 서명을 했던 경력을 들어 정부가 교육부를 통해 반대표를 던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임명거부의 사유를 밝히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그 이유가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 이외에는 짚이지 않는 사례는 경북대가 처음이 아니다. 공주대와 한국체육대, 방송통신대까지 경북대에 앞서서 설명없이 총장 임명을 거부당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방송대 총장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 직원으로부터 시국선언 참여여부를 확인받는가 하면, 공주대 후보자의 경우도 청와대로부터 인사검증을 받았다. 심지어는 10월 국정감사에서 한국문화전통대학교의 총장 선임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청와대가 결정하지 않아서’라며 청와대의 직접 개입을 공개시인하기까지 하면서 청와대가 직접 총장 선정을 결정한다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북대학교는 교육부의 요구로 결국 간선제로 전환하였으나 두차례에 걸쳐 대학구성원들의 투표로 총장 후보자를 선정하였다. 그러나 의혹대로라면 청와대에서 내려온 단 한표의 반대표에 의해 경북대학교 구성원들의 총의는 무시당하고 선거는 뒤집어진 꼴이 되었다.
우리는 대학의 자치와 자율의 현주소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대학의 민주주의는 정권의 입맛에 맞추어 엎드리고 짓밟히고 있는 것 아닌가.
경북대 총장임명 문제는 분명 경북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대학총장마저 정부의 사상검증 여부가 언급되는 시점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대학의 구성원들은 용납해서는 안된다. 우리 교수단체는 경북대 총장임명을 둘러싼 교육부와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 교육부는 경북대 총장 임명요청을 거부한 정당한 사유를 공개하라!
- 교육부는 대학의 민주적 운영을 파괴하는 총장직선제 폐지 요구를 중단하라!
-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총장임명과 관련해 개입한 청와대 관계자를 수사하고 엄벌하라!
2015년 1월 6일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 대학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
참가단체
노동자계급정당건설추진위원회학생위원회, 노동자연대학생그룹, 민주적사립학교법개정과부패사학척결을위한국민운동본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서울지역대학생교육대책위원회, 전국교권수호교수모임,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학생행진,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참여연대,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한국대학생연합, 학벌없는사회,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흥사단교육운동본부(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