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천 개의 공감》《좋은 이별》에 이은
소설가 김형경의 네 번째 심리 에세이
내 인생의, 내 마음의 주인이 되는 길을 찾다《사람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 등 김형경의 이전 심리 에세이 작품들이 자기 내면을 직시하고 꾸밈없이 받아들여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통찰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만 가지 행동》은 한발 더 나아가 더욱 풍성한 인격으로 생을 살아갈 수 있는 '훈습'의 힘을 갖고 있다. 훈습은 '정신분석 과정을 철저히 이행하는 작업(Working-through)'을 우리말로 번역한 용어로, 불교에서 빌려 온 용어다. 쉽게 풀자면 훈련을 통해 내 몸에 배게 한다는 의미다.
김형경의 심리 에세이는 사람의 마음을 깊이 통찰해 들어가면서도 글 속에 문학의 향기가 은은하게 배어 있어 쉽게 읽히며 한편 감동적이다. 정신분석을 받은 후 훈습을 통해 자기 삶을 변화시켜 온 작가는 다정한 언니처럼 조곤조곤, 그동안의 경험담을 세밀하게 들려준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천천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행동하게 된다.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어쩐지 쉽지 않다면, 상대방의 의미 없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면, 혹은 불안이 거대한 괴물이 되어 나를 집어 삼키려 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생각을 가다듬어야 한다. '나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조용히 내면을 응시하다 보면 '내가 변해야 세상도 변한다'는 깨달음이 온다. 행동의 변화는 이후에 찾아온다.
타인에게 내 삶의 나뭇가지 하나 기대지 않는 것이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모두에게 친절하며, 이성적인 사람이지만 풍부한 감정 표현을 할 줄 아는, '완벽한' 사람. 그게 진짜 어른이라고. 그렇게 만들어진 상을 두고 끝내 그런 모습이 되지 못 한 자신을 탓했다.
"누구 안 아픈 사람이 있겠어? 살아가면서 저 밑바닥까지 떨어진 것 같은 느낌에 혼자 웅크려서 울어 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어?" 누구나 아프고 괴롭다는, 다 그렇다는 생각이 머릿속 깊숙이 박혀 있었다.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웃으며 끓어오르는 내 안의 무언가를 외면했다. 한참 후에야 알았다. 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너무나 미숙하고, 내 안에는 채 자라지 못한 아이가 여전히 울고 있다는 것을.
지금껏 아무런 의문 없이 사용해 온 낡은 '생존법' 버리기유아기 시절부터 인간은 세상을 살아내기 위한 자신만의 생존법을 터득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몸에 익은 생존법에 어떤 의문도 품지 않은 채 그대로 살아가게 된다고도 한다. 내게 익숙한 것, 이미 굳어 있는 두터운 방어막을 치우고 자신의 내면을 바로 보는 일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의존성이 큰 사람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마음속에서는 시기심과 분노가 꿈틀거리고 있음을 인정하는 게 또한 괴롭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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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천 개의 공감》《좋은 이별》에 이은
소설가 김형경의 네 번째 심리 에세이
내 인생의, 내 마음의 주인이 되는 길을 찾다《사람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 등 김형경의 이전 심리 에세이 작품들이 자기 내면을 직시하고 꾸밈없이 받아들여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통찰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만 가지 행동》은 한발 더 나아가 더욱 풍성한 인격으로 생을 살아갈 수 있는 '훈습'의 힘을 갖고 있다. 훈습은 '정신분석 과정을 철저히 이행하는 작업(Working-through)'을 우리말로 번역한 용어로, 불교에서 빌려 온 용어다. 쉽게 풀자면 훈련을 통해 내 몸에 배게 한다는 의미다.
김형경의 심리 에세이는 사람의 마음을 깊이 통찰해 들어가면서도 글 속에 문학의 향기가 은은하게 배어 있어 쉽게 읽히며 한편 감동적이다. 정신분석을 받은 후 훈습을 통해 자기 삶을 변화시켜 온 작가는 다정한 언니처럼 조곤조곤, 그동안의 경험담을 세밀하게 들려준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천천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행동하게 된다.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어쩐지 쉽지 않다면, 상대방의 의미 없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면, 혹은 불안이 거대한 괴물이 되어 나를 집어 삼키려 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생각을 가다듬어야 한다. '나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조용히 내면을 응시하다 보면 '내가 변해야 세상도 변한다'는 깨달음이 온다. 행동의 변화는 이후에 찾아온다.
타인에게 내 삶의 나뭇가지 하나 기대지 않는 것이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모두에게 친절하며, 이성적인 사람이지만 풍부한 감정 표현을 할 줄 아는, '완벽한' 사람. 그게 진짜 어른이라고. 그렇게 만들어진 상을 두고 끝내 그런 모습이 되지 못 한 자신을 탓했다.
"누구 안 아픈 사람이 있겠어? 살아가면서 저 밑바닥까지 떨어진 것 같은 느낌에 혼자 웅크려서 울어 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어?" 누구나 아프고 괴롭다는, 다 그렇다는 생각이 머릿속 깊숙이 박혀 있었다.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웃으며 끓어오르는 내 안의 무언가를 외면했다. 한참 후에야 알았다. 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너무나 미숙하고, 내 안에는 채 자라지 못한 아이가 여전히 울고 있다는 것을.
지금껏 아무런 의문 없이 사용해 온 낡은 '생존법' 버리기유아기 시절부터 인간은 세상을 살아내기 위한 자신만의 생존법을 터득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몸에 익은 생존법에 어떤 의문도 품지 않은 채 그대로 살아가게 된다고도 한다. 내게 익숙한 것, 이미 굳어 있는 두터운 방어막을 치우고 자신의 내면을 바로 보는 일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의존성이 큰 사람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마음속에서는 시기심과 분노가 꿈틀거리고 있음을 인정하는 게 또한 괴롭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의 주인이 될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그저 그런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다", 이 문장을 보고 잠시 멍청해졌다. 처음 느낀 감정은 의아함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이었다니! 조금 더 신비로운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이후에 느낀 감정은 당혹감이었다. 내 마음의 주인은 과연 나일까?
"그즈음에야 비로소 '자기를 본다' 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반응, 특정 상황에 대응하는 나의 행동들을 보는 것이 진짜 자신을 보는 일이었다." - 32p
타인의 감정을 어루만질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남에게 무언가를 해 주는 것이 즐거웠고,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면 괜히 뿌듯했다. 그렇게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 뒤에는 남에게 미움 받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숨어있었다. 누군가가 내게 불쾌한 눈빛만 보내도 날 싫어하나 봐,라고 여겼다.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욕심은 그렇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람에 대한 불편한 감정과 분노를 불렀다. 그때는 '그들이' 내게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불편을 느끼는 내 마음은 무엇이지?'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뛰면서 되새겼다. 내 마음의 주인은 누구일까. 못난 주인 덕분에 여태껏 정처 없이 떠돌아야 했을 마음에 미안했다. 미안해, 몰라 줘서. 이제부터라도 마음에게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해 보려 한다.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마음 주인 자리 쯤 슬쩍 눈감아 줘도 되지 않을까, 내면을 둘러 볼 여유가 있을까, 그렇게 아픈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할 삶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문득 이런 회의가 들면 이 구절을 다시 보아야겠다.
"앞서 달리고자 하는 이들 사이에서 '열심히 살지 않기'는 쉽지 않았다. 더 많은 힘과 정보를 갖고자 하는 이들 사이에서 무력하게 무력하고 모르는 채 머물기'는 패배적 방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곳에 현대인의 불안과 강박증을 해결하는 비밀이 있는 듯했다." 15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