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에서 아이들과 웃고 떠들고 놀다가도(?)
이 아이들이 학교 문 밖을 나가 마주하게 될 세상을 생각하면 끔찍해지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대학졸업을 앞둔 제자들이 찾아와
"선생님, 이러다간 제 인생이 평생 일바만 하다가 끝날 것 같아요." 할 때의 어두운 눈빛들,,,
'우리시대의 노동일기'라 이름 붙은 이 책을 우리 카페 회원들도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우리 회원둘 중에도 '이거 뭐 내 얘긴 걸'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군요.
읽고 가까운 분들과 얘기도 함께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일할수록 가난해진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취재하지 않았다. 그냥 뛰어들었다!
『4천원 인생』은 <한겨레21> 기자들이 가장 낮은 노동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 체험한 이야기를 가장 솔직한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우리 시대 비정규직, 빈곤 노동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책은 통계 수치에 가려진 고단하고 가슴 아픈 노동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 경기 안산의 가전제품 공장, 서울의 갈비집과 인천의 감자탕집, 경기 마석의 가구공장, 서울 강북의 대형마트. 이렇게 네 곳의 작업장에서 넉 달 동안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일하면서 겪고 느낀 것을 써내려갔다. 더불어 갈비집의 노동일과를 메뉴판 음식 가격으로 환산한 그래프, 팀장 언니의 한달 수입ㆍ지출 내역, 전일제 식당 여성 노동자의 268명의 평균 모형 등 막연하고 뭉뚱그렸던 기존의 통계를 실질적이고 현실적으로 내고 있어 더욱 공감된다. 저자들은 이러한 워킹푸어의 현실을 우리 모두가, 우리 사회가 그대로 느끼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88만원 세대’를 지나 모두가 ‘4천원 인생’이 되어가는
지금,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
한 시사주간지 사회팀 기자들이 한 달간 ‘빈곤 노동’의 현장에 ‘위장취업’하여 경험한 일터와 삶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 늘 비정규직 문제와 불안정 노동의 문제점을 이야기해온 기자들이 ‘과연 우리는 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서울 갈빗집과 인천 감자탕집, 서울의 한 대형마트, 경기도 마석 가구공장, 안산 난로공장에 취업한다. 각종 통계와 정책들이 넘쳐 났지만 늘 현실은 더 나빠지기만 했던 여성 노동, 청년 노동, 이주 노동, 파견 노동의 현장을 노동 당사자의 입장에서 꾸밈없이 전한다.
월 200이면 행복한 4천원 인생들
2009년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4000원이었다.(2010년 최저임금은 2.75% 인상된 4110원이다.) 이 책 《4천원 인생》은 바로 최저임금의 경계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자가 만난 인천 감자탕집의 주방 언니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남편의 사업이 망하면서 ‘식당 아줌마’가 됐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100만원이 좀 넘는 돈을 집으로 가져간다. 한 달에 이틀은 쉬게 되어 있지만, 최근 세 달 동안 하루도 쉬지 못했다. 식당의 김치는 사흘이 멀다 하고 새로 담그지만, 집에 김치가 떨어진 건 몇 달째다. 자궁에는 혹이 있다. 수술을 해 자궁을 들어내야 하지만, 수술을 하면 당분간 식당일을 할 수가 없다. 남편이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
서울 갈빗집의 팀장 언니 역시 외환위기 이후 식당 아줌마가 됐다. 사업에 실패한 남편은 좀처럼 취직을 못하고, 그녀가 버는 160만원으로 네 식구가 살아간다. 네 식구의 생활비와 전세금 4000만원의 이자로는 빠듯한 돈이다. 대학생 큰아들의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작은아이의 학원비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그녀는 “아이 학원비만큼만 더 벌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대형마트에서 하루 종일 고기를 구우며 “한번 잡사~보세요”를 외치는 영희(가명)는 “월 200이면 행복”하겠다고 말한다. 냉동고에서 계란을 꺼내 매장에 진열하는 일을 하고 월급 100만원을 받는 스물두 살 영호(가명)는 “제가 좀 끈기가 없어요”라며, 5년째 양념육을 팔고 있는 스물일곱 철수(가명)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안 했으니까...”라며 현실을 받아들인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영희 역시 “대학 나와봐야 커피 심부름 하면서 90만원씩 받는단 말이에요. 나는 투잡, 스리잡 하면서 130만원씩 벌면 된단 말이에요. 괜찮아요” 한다.
이런 이야기는 이 책에 수없이 나온다. 그리고 책 밖에는 더욱 많을 것이다.
직접 ‘몸으로 때운’ 우리 시대의 리얼리즘
언론은 항상 노동을 다룬다. (...) 그런데 정말 알고 있나?-이 질문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2009년 7월, 우리는 ‘불안정 노동’에 천착하기로 했다. “직접 취업해서 일해 보면 어때.” “하루 이틀 말고, 적어도 월급 받을 때까지, 똑같이 먹고 자고 입는 게 좋겠어.” 그때만 해도 우리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것이 거대한 삶의 무게를 다루는 일이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맺음말’ 중에서)
《4천원 인생》은 지난해 9~12월 넉 달 동안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을 통해 연재된 ‘노동 OTL’을 바탕으로 나온 책이다. “울면서 읽었다” “가슴이 찢어진다”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등 연재 당시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고, 언론계에서도 탐사보도의 신기원으로 평가받으며 ‘제41회 한국기자상’ ‘제232회 이 달의 기자상’ 등을 받았다. 비정규직 문제, 불안정 노동의 문제, 워킹푸어(working poor·근로 빈곤층)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제기하는 주장은 계속 이어졌지만 이렇게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시도는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노동 OTL’이 연재 때 다 담지 못한 기자들의 취재 후기와 노동문제전문가 하종강, 《88만원 세대》의 저자 박권일의 글을 덧붙여 《4천원 인생-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로 거듭났다.
통계수치 뒤에 가려 있던 ‘투명인간’의 맨얼굴을 드러내다
어찌 보면, 너무 늦은 시도였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숱한 세월 동안 추상적으로 갑론을박해온 정책들의 배경에는 역시나 수많은 아버지·어머니와 그 아들·딸들, 삶에 지친 남루한 육신들과 꿈을 잃은 시퍼런 청춘들이 그야말로 한갓 배경이 되어 매일 반복되는 고통의 하루들을 살아가고 있었다. (‘머리말’ 중에서)
책 전체에서 소개되는 가슴 먹먹한 사연에, 가슴 답답한 현실에 “왜 이렇게 날 불편하게 하느냐” “그렇다면 도대체 대안이 뭐냐”라고 되묻는 독자들도 있다. 불편하고 막막하기는 저자들도 마찬가지다. 취재 이후, 임인택 기자는 말수가 줄었다. 임지선 기자는 식당 아줌마를 더 이상 재촉하지 않는다. 전종휘 기자는 엄지손가락에 못이 박히는 산재를 입고 수염이 덥수룩해져 돌아왔고, 안수찬 기자는 아직도 구운 고기를 먹지 않는다. 고된 취재 끝에 얻은 작은 성과라면 이제 통계수치나 정책의 대상이 아닌 체온이 있는 ‘사람’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한 명 한 명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적힌 노동은 숫자가 아니다. 복잡한 정책도 아니다. 강력한 구호는 더구나 아니다. 다만 글로 옮기는 것조차 불편한 현실이다. 가난한 노동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그들의 부모와 자식은 왜 가난한 노동자인가. 그들은 왜 아무 말 없이 감정과 의견도 숨기고 닫힌 세계를 인내하는가. 노동의 문제를 구조와 제도로 치환하지 않고, 정책적 대안을 공연히 병렬하지도 않고, 오직 그들의 감정과 경험과 일상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데만 애를 썼다. (‘맺음말’ 중에서)
책속으로 추가
갈빗집에서 갈비를 못 먹듯, 감자탕집에선 감자탕을 못 먹는다. 식사 시간, 감자탕 국물만 줬다. “이거 먹고 힘 안 나요. 뼈다귀 하나만 줘요.” 주방 언니에게 사정했다. “사장이 우리가 뼈다귀 먹는 것 싫어해.” 그가 난처해했다. 이튿날 사장은 식당에 애완견을 데려왔다. 뼈다귀에서 고기만 발라 애완견에게 줬다. ‘먹는 것’은 철저히 계급에 따른다. (45쪽)
대형마트의 노동은 짧은 문장으로 간추릴 수 있다. “잘 보고 그대로 따라 하시오.” 철수는 내게 많은 것을 보여줬다. 고기를 담을 비닐봉지는 짧게 말아올려 쌓아둔다. 그래야 손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고기를 담아 팔 수 있다. 고기를 담을 때는 집게를 사용하지 말고, 비닐봉지에 손을 넣어 왈칵 담아야 한다. 그래야 양념이 여기저기 튀지 않는다. 전자저울에서 인쇄한 가격표는 비닐봉지의 바닥에 붙인다. 그래야 계산대 직원이 바코드를 쉽게 찾아 정산한다. 요긴한 기교였으나,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일은 아니었다. “그냥 보고 따라 하시면 돼요.” 2년제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한 철수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88~89쪽)
하루 종일 고기를 구워 쇳소리로 말하던 영희의 성대가 그때만큼은 촉촉히 젖었다. “제 꿈은요.” 집이 있고, 차가 있고, 통장에 1000만 원이 들어 있고, 빵집을 하면서 한 달에 200만 원을 버는 것이다. “월 200이면 행복하겠어요.” 그들의 행복은 상류 계층과는 상관이 없었다. 나라가 돌아가는 사정에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적어도 그들의 상상 속에서 행복은 직선이었다. 돈을 모아 가게를 내어 또 돈을 버는 것이다. 월 200만 원이면 행복한 그들이 증오와 분노를 품지 않아 참 다행인 부자들이 한국에는 많다. (137쪽)
공장 사람들은 커피를 하루에 네댓 잔씩 마신다. 아침 8시 30분에 일을 시작하기 전, 2시간 뒤 ‘커피타임’ 때, 점심 식사 뒤, 오후 3시 30분께 ‘커피타임’ 때가 기본이다. 오후 6시에 끝나는 낮근무 뒤 야근하는 날이면 한두 잔 더 마신다. 톱밥 먼지와 화공약품 때문이다. 일하다 보면 톱밥 먼지에 목이 칼칼해지는데 커피를 진하게 타서 마시고 나면 한결 개운해진다. 공장에서 가장 어린 민성(25세)이가 설명해줬다. “돼지고기나 커피가 먼지 제거에 좋다고 해서 커피를 많이 마셔요. 일이 워낙 힘들기 때문에 단 게 많이 당기기도 하고요.” 공장 한쪽에 놓인 100개들이 인스턴트 커피 한 봉지가 이틀을 넘기기 힘들다. (161쪽)
오전 10시가 되자 허기로 멍해졌고, 11시가 되자 다리를, 오후로 들어서자 머리를 떼어내고 싶었다. 한자리에 꼼짝없이 서서 작업하는 상체를 받치는 다리가 꺾일 것 같았다. 사타구니 높이의 컨베이어벨트에 놓인 난로를 내려다봐야 하는 머리는 불필요하게 무거웠다. 오직 한마디만 머릿속에서 살아 움직였다. ‘단전돼라, 단전돼라, 신이시여 단전되게 하옵소서.’ (214쪽)
옌볜 출신 중국동포인 42세 남성. 가족과 함께 2006년 한국에 들어왔다. 올해 국적을 취득했다. 아내는 화장품 상자 공장에서 일한다. 보증금 200만 원에 월 20만 원의 방값을 낸다. 웃는 얼굴이 자애로운데 여러 공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8월 24일부터 닷새 동안 일한 뒤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사흘은 10번 공정을 맡았다. A타임이 끝나며 그는 “팔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는데, 점심시간을 앞두고 시간을 확인하려 휴대전화를 꺼내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보았다. (220~221쪽)
나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20대 여성은 며칠 만에 공장을 그만들 즈음 이런 말을 했다. “왜 여기 사람들은 웃지도 않고, 말도 안 걸어줘요?” 그건 아마 시급으로 계산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생산 관리의 통제다.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음악도 듣지 못하게 하는 마당이다. 침묵은 그렇게 관례화된 것이어서 파견 노동자는 첫날부터 자연스레 몸에 익힌다. 누구도 말을 잘 걸지 않기에 침묵은 강요된다고도 할 수 있다. 오후로 넘어가면 힘들어서 말을 하려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226쪽)
첫댓글 월200이면 행복하겠다는 영희의 말이 귓가에 맴도네요..그럼 나는 지금 행복한가....
꼭 읽어봐야겠어요.
제가 대학다닐무렵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시급이 2000원에 온갖 잡스런 일들 다 했던 가슴아픈 기억이 떠오르네요. ^^;; 겨울에 전단지 아파트에 다 뿌리고 아저씨들 담배심부름에 서빙에 설거지에~~그건 아르바이트였는데 이제는 노동현실이 그렇다니..서글퍼지네요.
시급 4천원 꼭 한번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