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merican presidency: Learning the hard way
지난 해 미국 민주당 경선이 치열하게 진행될 당시 힐러리 클린턴이 오바마를 향해서 던진 가장 효과적인 한 마디는 바로 백악관은 신참 훈련소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일리노이 주 출신의 능수능란한 언변을 갖춘 새파랗게 젊은 상원의원에 대해 국민들의 마음 한 켠을 늘 따라다니는, 최고 행정가로서의 경험이 전무하며, 그가 정치인으로서의 인생 역정을 처음 시작한 시카고에서이든 혹은 워싱턴에서이든, 그가 길지 않은 정치 역정을 걷는 동안 강력한 이익 집단들에 제대로 맞서본 경험이 전혀 없다는 걱정을 정확히 꿰뚫는 표현이었다. 정적으로서의 오바마에 대한 클린턴의 판단이 과연 옳았을까?
아니올시다. 특히 외교 정책 분야에서 오바마는 이미 혁혁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란에게는 진지하게 대화할 의사가 있음을, 관타나모 기지는 일년 내에 폐쇄 조치 명령을, 고문에 대해서는 확고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우방을 대하고 적을 대하는 과정에서 이전 행정부에 비해 덜 극단적인 자세를 취한다는 점에서 오바마는 국제 사회 그리고 본지와도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순조로운 출발이 아니었다. 오바마의 국내 정책적 성과는 본지를 비롯해 그를 지지한 사람들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 칼럼니스트들, 정치 기금 기부를 아끼지 않았던 이들, 골수 민주당원들 등의 그를 지지한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공화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타난 것은 불과 몇 주 사이에 있었던 놀라운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한 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오바마에 대한 지지도가 혹평을 받았던 부시의 취임 초 지지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선거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승리하고, 상하 양원에서 모두 확고한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유권자 상당수는 그에게 확실하게 호의적임에도 오바마가 허약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그의 경제 문제 해결에 있어 속도와 의지를 제대로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방대한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제시하지만 그 속도는 굼뜬 의회에 달려 있다. 즉, 의회를 통과할 때쯤이면 이미 현재의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늦게 될 것이다. 예산안의 경우, 이전 행정부에 비해 정직한 구석은 있지만, 지나치게 장밋빛이다. 그리고 은행 문제를 곪도록 방치하고 있는, 수 조 달러에 달하는 금융권 부실 자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도 너무 뒤늦은 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