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통당 원내대표, '사단법인'이라는 단체 이름, 언론보도만 믿었나
모녀를 성폭행한 ‘사냥꾼’은 자칭 '동물보호협회’를 이끌고 있다. 이 '협회'는 사단법인이기도 하다. 현재 사단법인에 대한 허가권한은 대부분 지자체로 이양된 상태.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정체불명의 사단법인'이 많이 생기면서 정상적인 비영리 법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실제 '전국 룸살롱 협회'도 사단법인으로 돼 있을 정도다.
때문에 정치인이나 유력인사들은 '사단법인 창립식'이라고 초청해도 '믿을만한 사람'의 행사가 아니면 함부로 참석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 '사냥꾼'이 만든 단체 창단식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인 박지원 의원이 축사를 했다.
박 의원 홈페이지에서 2008년 12월 11일 당시 박 의원의 축사를 찾아봤다.
“우리나라의 멸종 야생 동․식물을 보호하고 건전한 수렵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사)○○수렵관리협회 창단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불철주야 불법사냥 근절을 위해 노력하시는 이○○ 회장을 비롯한 협회 회원 여러분의 노고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사)○○수렵관리협회는 목포를 중심으로 전남도내 불법밀렵단속, 유해조수구제, 내수면 불법어업행위 등 자연보호차원의 불법행위를 감시 단속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2년 연속 전라남도 시행 자원봉사단체 우수프로그램에 선정되어 8월 13일 사단법인허가를 받게 되었다.”
▲박지원 의원 홈페이지에는 '사냥꾼'이 만든 단체에 축사를 보낸 내용이 실려 있다.
박 의원의 '사냥꾼' 단체 칭찬은 계속 이어진다. 이 단체가 어떤 곳인지 제대로 확인이나 했는지 의문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 '사냥꾼'이 만든 '사단법인'은 '무늬만 협회'였다. 방송을 보면 취재팀이 만난 '협회 회원'은 냉소적인 말만 쏟아냈다. 관리할 인력이나 자금이 없는 지 홈페이지 대신 '다음 카페'를 이용하고 있다.
박 의원은 2011년 봄, 목포에서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 낸 '보해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때는 피해자들의 요구에도 잘 만나주지도 않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 만난 피해자들은 "그 분 만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런 바쁜 분'께서 왜 이 '사냥꾼'의 단체 창단식에는 축사를 했을까.
'사냥꾼'에게 파탄난 가족의 불행은 '순진한 호의' 때문
아무튼 이런 패악을 자행한 ‘사냥꾼’과 두 모녀의 ‘악연’은 장애를 가진 부부의 '순진한 호의' 때문이었다.
유해조수 수렵기간이 되면서 한 '사냥꾼'이 지적장애를 가진 부부의 집을 찾았다. 이 ‘사냥꾼’은 본인을 유명한 수렵관련 협회 회장이라고 소개하면서 사냥한 동물을 부부의 집으로 가져왔고, 부부는 그의 호의에 감사하며 함께 사냥감을 요리해 먹었다고 한다.
얼마 뒤부터 이 ‘사냥꾼’은 부부의 집에 눌러 살다시피 했다. 곧이어 남편을 폭행해 내쫓고는 그 자리를 차지했다. 나중에는 부인을 부추겨 산 속에 있는 폐가 한 채를 400만 원에 구입하게 한 뒤 딸과 부인을 데리고 들어가 살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사냥꾼’의 본색이 드러났다는 게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팀의 설명이다.
이후 '사냥꾼'은 장애 부부가 저축해오던 돈을 수천만 원 씩 빼서 마음대로 쓰고 다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도 ‘사냥꾼’은 장애 부부와 딸에게 “내가 법인 대표다” “사단법인 협회장이라 돈 많다” 는 식으로 허세를 부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17살 된 여고생 딸을 자퇴시킨 뒤 집에 가둬놓고 성폭행과 폭행을 일삼다 결혼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인도 이미 성폭행 당한 뒤였다.
문제의 ‘사냥꾼’은 피해자 모녀에게 자신이 ‘사단법인 협회장’이며 재력가인양 행세했지만 SBS 취재팀의 확인 결과 거의 무일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게다가 17살의 피해자와 ‘강제 결혼’을 했다고 했지만, 사실은 별거 중인 아내와 장성한 아들도 있었다.
'사냥꾼'이 저지른 범죄는 경찰에 신고된 5차례의 폭행 외에도 살인미수에 가까운 폭행, 모녀 성폭행, 미성년자 유인약취, 지적장애를 가진 피해자 남편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등의 공갈 및 사기 등까지 합치면 ‘긴급체포’가 가능해 보였다. 그럼에도 보성 경찰서는 ‘사냥꾼’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불러 간단히 조사한 뒤 풀어줬다. 그러면서 ‘반의사 불벌죄’만 계속 내세웠다. 결국 풀려난 ‘사냥꾼’은 도망갔고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보성경찰서 홈페이지는 한 때 마비가 되기도 했다. 결국 지난 17일 노재호 보성경찰서장이 직접 해명자료를 올렸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총’까지 가진 사냥꾼이 두 모녀와 남편에게 보복을 가할까 걱정하며 경찰을 비난하고 있다. 경찰은 지금도 사라진 사냥꾼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