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의 정기가 넘치는 서초동
풍수적 관점에서 지형을 관찰하는 경우에는 산 능선과 물의 흐름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풍수학에서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칙이 있다. 이는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 한다’는 의미이다. 행정적인 구역이 아니라 자연적인 구역을 논하거나 땅의 성정을 말할 때 기준이 되는 자연의 원칙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우면산이 지배하는 땅은 서쪽으로는 사당천이고 동쪽으로는 탄천이다. 북으로는 한강이고 남으로는 양재천이 되겠다. 이곳을 행정적으로 서초구와 강남구로 나뉘어져 있다.
서초구에 있는 우면산은 서초구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이다. 높지는 않지만 푸근하고 흙이 많아서 후덕하고 예술의 전당 뒤로 둘레길 같은 느낌으로 등산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서초구민에게는 정말 허파와 같은 산이다. 예술의 전당에서 대성사를 거쳐 소망탑과 정상으로 한바퀴 도는 등산로는 한강까지 내려다 보여서 도시의 산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관악산이 화기(火氣)를 품은 산이라면 우면산은 토기(土氣)를 품은 산으로 분류된다. 오행의 상생원리(相生原理)에 따라 화기는 토기를 생(生)하니, 관악산의 기운을 받은 우면산은 힘차게 한강을 거슬러 동진하면서 서출동류(西出東流)하는 땅을 만들고 있다. 서출동류란 서쪽에서 발원하여 동쪽으로 흐르는 냇물을 말하는데, 소위 명당수, 길수(吉水), 약수(藥水)라고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 서출동류는 물이 돌아들면서 땅을 껴안는 형상을 만들기 때문에 풍수적으로 생기가 가득한 부귀영화의 길지라고 하며, 풍수적으로 지형을 살필 때 중요한 요소로 파악한다.
서울에서 대표적인 서출동류의 개천으로는 청계천과 양재천이 있다.
우면산 자체가 서출동류의 땅이지만, 산의 북쪽 영역의 서초동은 풍수적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우면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초동을 보자면, 좌측능선이 크게 발달하였으며, 우측 능선은 좌측능선이 미치지 못하는 동쪽 외곽을 감싸고 있어서 포근하고 아늑한 형국이다. 우면산 북면은 여섯개의 능선이 발달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의 능선이 서초동과 방배동을 가르는 능선으로 서리풀공원-몽마르뜨공원-서리골공원으로 이어지다가 삼풍아파트로 나아가면서 서초동을 경계 짓고 있다. 그리고 동쪽으로 뻗은 능선은 서초구청을 지나 동쪽으로 진행하여 강남구 영역으로 들어가서는 은광여고를 지나 매봉과 역삼역으로 이어지면서 솟구쳤다가 반포천을 사이에 두고 논현동에서 서울고속버스터미널로 용맥이 이어지면서 서초동의 동쪽 외곽 능선을 이루고 있다.
결론적으로 서초동은 방배동이나 양재동과는 달리 동서남북으로 산으로 둘러싸여 보호받고 있는 땅이다. 서초동은 능선이 감싸 안고 있어서 우면산의 정기에 흠뻑 젖어 있는 땅이라 하겠다.
땅의 뿌리는 산이다. 주산의 성정(性情)을 알면 그 땅을 알 수 있다. 그 땅의 성품을 알면 그 땅에 사는 사람의 부류를 파악할 수도 있다. 산을 보고 그 곳에 사는 사람을 아는 방법을 명산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산이 넉넉하면 사람이 살찌고 산이 수축하면 사람이 굶주린다.
산이 맑으면 귀한 사람이 나고 산이 부서지면 사람들에게 슬픈 일이 일어난다.
산이 돌아들면 사람이 모이고 산이 달아나면 사람도 떠난다.
산이 장대하면 용감한 사람이 나고 산이 움츠리면 사람은 맥아리가 없다.
산이 밝으면 사람이 지혜롭고 산이 어두우면 사람이 어리석어진다.
산이 순하면 효자가 나오고 산이 배반하면 사기꾼이 나온다.”
서초구에 있는 우면산(牛眠山)은 배부른 소가 누워서 쉬고 있는 형상을 표현한 것이다. 배가 부르다고 표현한 것은 ‘소먹이 풀이 쌓인 곳’이라는 뜻의 서초동(瑞草洞)이 있기 때문이다.
장경 <형세편>에 ‘우부봉귀(牛富鳳貴)‘라는 구절이 있다. ‘소의 형상을 한 땅에서는 부유해지고, 봉황의 형상을 한 땅에서는 귀해진다’는 말이다. 관악산은 봉황형상이고 우면산은 소의 형상이다. 다시 말하면 관악산 기슭에서는 귀한 사람이 많이 나고 우면산의 땅에서는 부유한 사람이 많이 산다는 뜻이다. 그래서 관악산 신림동에서는 고시원이 많고 우면산 서초동에는 고가의 아파트가 즐비하다. 땅에도 성정이 있어서 그 성정에 부합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악산이 우면산을 낳았지만, 관악산은 화산이요, 우면산은 토산으로 그 성정이 다르다. 이미 명칭에서 우(牛)는 토를 의미하고 있다. 우(牛)는 소를 말하고 소는 십이지지(十二地支)에서는 축(丑)으로 표현되고 있고 축은 토(土)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면산의 능선이 껴안고 있는 서초동에서 이름 난 몇 곳을 풍수적으로 살펴보자.
예술의 전당은 우면산 품에 안겨 있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산에 매달린 형상이다. 예술의 전당은 자리도 없는 곳에 인공적으로 여기저기 공간을 만들어 건물을 세운 것이다. 그러니 안정성도 없고 정돈된 느낌도 없다. 그저 예술의 전당에 서 있는 건물을 보면 산만하다. 건축물의 철학은 건축물의 모양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건축물이 서 있는 땅에서 그 철학이 배어 나와야 한다. 예술은 빼어난 기질과 알찬 예술성이 어우러져야 하는데 주산의 성정과는 거리감이 있다. 주산이 잠자는 소의 형국이라서 예술적인 고뇌와는 거리가 멀다. 우면산의 그 기운을 받았다면 예술적 접근보다는 비즈니스적인 접근 방식으로 예술의 전당이 운영될 소지가 더 많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가 물질의 시대인 만큼 ‘돈벌이가 우선이다’는 말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예술과 돈은 아무래도 잘 어울리는 대상은 아니다.
대법원・대검찰청은 소위 회룡고조형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회룡고조형(回龍顧祖形)이란 산능선이 산의 정상에서부터 뻗어져 내려오면서 자기를 낳아준 산을 돌아서서보는 형국을 말하는데, 명당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이다. 그리고 ‘나라의 건물은 남쪽을 향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법조타운의 주 건물은 모두 남향이니 그런 풍수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고 있지만, 풍수적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법조타운의 자리가 우면산의 정기를 받는 땅이다. 우면산은 토기를 품고 있어서 후덕하여 재물을 의미한다. 그 땅에 사는 사람은 주산의 성정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서초동에 거주하는 사람은 재물을 선호하는 부류가 많을 것이며, 법조타운도 그 예외는 아니다. 다시 말하여 법조인 중에 돈을 추구하는 성향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법조인이라면 당연히 ‘정의사회’이나 ‘공정사회’가 판단의 기준이 되므로 대쪽 같은 성품으로 공무(公務)을 통하여 명예를 추구해야 하지만, 재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우세할 것이라는 풍수학적인 분석이다. 그래서인지 법관출신이 대법원장, 감사원장, 국무총리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과다한 수임료로 말미암아 구설수에 오르곤 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도 모두 이 땅의 성정에서 말미암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법원이나 대검찰청의 자리가 격에 맞지 않다.
특히 대검찰청사는 제대로 된 용맥을 타지 못하고 있다. 나라의 일을 하는 큰 건물은 능선 위에 들어서서 그 산의 정기를 받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대검찰청은 골짜기에 들어서 있다. 풍수적으로 말하면 음기(陰氣)가 강하여 소극적 경향이 있고 추진력이 약해진다. 산의 정기가 미약한 땅이어서 생기가 오래 머물 수 없으니 대검찰청 고유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많은 고충이 수반될 것이다. 요즈음 시대의 화두는 ‘선택과 집중’인데, 선택과 집중이 엇갈려 조화되지 않으니 후회와 회한이 남을 것이다. 정신력으로 극복하려면 배전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나라의 뿌리에 해당하는 청사의 자리가 이러하니 가슴이 아프다.
우면산의 능선이 동진(東進)하다가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낮게 엎드린다. 그리고는 롯데칠성과 강남삼성타운이 자리하고 있다. 산과 물이 대체로 유정하다.
강남삼성타운에 입주를 하게 되자 이곳에 대한 풍수가 관심을 끌었었다. 핵심은 좋으냐 나쁘냐였다. 필자의 견해로는 ‘수준급의 자리’이다. 장점이 훨씬 더 많은 자리이다. 단지 돈을 앞세워 밝히면 인재가 분산되는 단점이 있으므로 항시 조심해야 한다. 이 정도는 사람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것도 풍수이다. 이곳은 기가 세다고 하기 보다는 외유내강형이다. 이 자리에서는 여성의 능력이 두각을 나타내며 여성의 힘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것이다. 여성의 재능을 믿고 잘 포용하면 신속하고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여성 CEO 탄생을 기다려 본다.
산은 보는 각도와 거리에 따라서 달리 보인다. 그런 면에서 우면산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서초3동 일대와 방배동 일대의 고층아파트이다. 이곳에서 보이는 우면산을 풍수적으로 현군사(懸裙砂)라 말한다. 현군사란 치마의 주름같은 능선이 산의 정상에서 흘러내린 모습이다. 주택이나 묘에서 현군사가 보이면, 그 영향을 받아서 그곳에 사는 사람이나 묘의 후손은 정력이 강해져서 그 결과 자손이 많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효령대군의 후손이 50만 명이라 하니 그 속설이 증명되는 셈이다.
몇 년 전 필자가 여의도에 있는 아파트의 풍수를 봐 준적이 있는데, 아파트의 풍수가 마음에 걸린다고 하니까 이 집 주인이 이사를 결정하였다. 그런데 방배동으로 이사를 한다면서 그 곳을 구해준 다른 풍수사가 대통령이 배출되는 주택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에 그 분과 더 이상 대화를 섞지 않았다. 대통령이 배출된다고 할 수도 없고 배출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지 않은가. 방배동(方背洞)이란 산소(효령대군묘) 뒤에 있는 동네란 뜻이다. 혹자는 방(方)자를 명당이라고 의역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명당 뒤에 있는 동네라는 뜻이지, 명당이라는 뜻은 아니다. 방배동에서 보이는 관악산과 삼성산은 그 모습이 무정하여 도움이 되지 않겠다. 아마도 관악산이 보이는 상도동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니 방배동에서도 나올 것이라고 예측할 수는 있으나 지형이 대범하거나 옹골찬 맛이 부족하여 큰 인물이 날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방배동이 살기 좋은 마을인 것은 틀림없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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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사람과 산] 2011년 2월호 [김규순의 풍수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