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가이만 (개이먼?)은 좀전에 한국에서도 출간된 "멋진 징조들(Good Omens)"라는 책으로 여러 분들께 친숙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원래 The Sandman이라는 그래픽 소설 시리즈로 유명한데요, 그 작품이 어떤 시리즈인지는 저도 접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요. 일단 이번에 소개하려는 작품은 그가 2001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 "미국의 신들(American Gods)" 입니다.
제가 처음 American Gods에 대해 알게 된 건 몇 년 전 이 책이 "올해의 최우수 SF/Fantasy 작품상"을 수상했다는 기사를 어디서(...) 읽었을 때였습니다. 당시 전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었지요 - American Gods라는 제목이 대체 뭐냐? 기껏해야 300년전에 북미대륙에 도착한 백인들에게 무슨 자신들만의 신화나 문화가 있어서 자기네 신들까지 있다고? 인디언들이라면 너네 백인들이 전부 학살하거나 협정을 맺고는 야비하게 파기하고 몰아붙여서 지금은 보호구역 내에서나 사는 수준으로 내몰지 않았으니, 그들에게 신들이라고 할 것도 없지 않냐?
네, 뭐랄까, 상당히 과격한 반응이였지요 ^^;; 어쨌든 그때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한 두 해가 지나 책에 대한 여러 감상과 추천글을 읽은 뒤 한 번 읽어나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작년인가 책을 사서 읽어보았는데...
으음, 역시 책은 겉장으로 평가를 해서도 안되지만 제목으로도 평가를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제 내용을 알게되니 American Gods라는 제목이 얼마나 걸맞는지도요.
사설이 길었는데요, 일단 이 책은 판타지나 SF로 구분하기가 매우 모호하고, 차라리 여러 신화와 전설이 접목된 Urban Fantasy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배경이나 시대는 현대(~1990-2000년대)의 미국이고, 주인공이 어디 차원 이동이나 과거나 미래로 뚝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줄거리는 밝힐 수가 없지만 - 워낙 반전이 심한 작품이라 ^^;; 이 책은 처음부터 특이한 점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주인공의 이름이 Shadow라는 것 - 뭐 배경이 판타지를 가장한 어느 중세 세계도 아니고, 분명 현실의 미국인데 이름이 Shadow입니다 - 정말 특이하죠. 그리고 두번째는 그 주인공이 출옥이 며칠 남지 않은 죄수라는 거지요. 이야기는 Shadow가 교도소에서 나오기 며칠 전, 그의 부인 Laura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통보를 받고 시일을 이틀 앞당겨 출옥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Shadow는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Mr. Wednesday(미스터 수요일)이라는 중년 신사를 만나고 이후 그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접하고,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American Gods의 분쟁에 휘말리게 됩니다.
정말 흥미롭게 읽은 책입니다. 단지 재미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더군요. 아마 후속작도 나올 듯한데, 정말 기대가 되는군요. American Gods은, 언젠가 여건이 되면 직접 번역을 해서 올리고 싶네요 ^^ (하지만 곧 한국에도 나올지도 - 이미 출간되지 않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