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 <풍파소처 (風波少處)> 모시천 담채, 23.5 x 29.5 cm 베네딕도회 경북 왜관 수도원 소장
1. 그림 <풍파소처>
잔잔한 물위에 한 선비가 배를 타고 평화로운 표정으로 낚싯대를 드리고 있고, 그 뒤에는 학이 머리를 뽑고 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 배의 안쪽에는 그의 아내와 자식의 모습도 보인다. 강가에는 버드나무가 잎을 드리우고, 바람도 없어 버들잎은 흔들리지 않고, 강가의 수면은 잔물결이 일고 있다.
2. 화제와 화의는 무엇인가?
화제로 쓴 風波少處는 문자 그대로 ‘바람과 물결이 적은 곳’이다. 세상의 풍파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어지러운 세상의 환란을 멀리하고 또 가족과 함께 하는 평화로운 삶을 갈구하는 선비의 소망이 그림에 담겨 있다
3. 무엇을 그린 것인가?
월나라의 재상인 범려가 오나라를 멸망시킨 후 공명을 피해 배에 가족을 싣고 떠났다는 고사를 그렸다.
BC 494년 월(越)나라 왕 구천(句踐)이 오(吳)나라 왕 부차(夫差)에게 패하였을 때 구천을 따라 오나라에 노부로 종사하였다가 그의 지략으로 목숨을 건져 구천과 함께 월나라로 귀국하였다. 이후 범려는 구천을 상담(嘗膽)하게 하고 월나라를 부흥시켜 20여 년 뒤 오나라를 멸망시켰다. 그러나 범려는 어려울 때가 아닌 맹주로서 구천을 더 이상 섬길 수 없는 군주라고 생각하여, 가족을 데리고 떠나게 되는데 범려는 월나라를 떠나면서 그의 친구에게 토사구팽(兎死拘烹)이라는 글귀를 남겼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