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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3.15.금 / CGV강변 / 지슬 (오멸 감독)
부산영화제 4관왕,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등 놀라운 성취를 이룬 '지슬'은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전국 개봉을 앞두고 제주도에서 먼저 선보인 이 작품은 현재 1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죠.
심영섭 평론가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지슬>의 오멸 감독을 모셨습니다. 아름답고 먹먹하죠. 제주 4.3 사건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영혼을 달래주는 면도 있지만 일종의 씻김굿 같았어요. 이런 식의 구성은 시작할 때 생각하신 건가요?
오멸 감독 구성은 편집할 때 잡아나간 거고, 영화를 통해서 제사를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고 있었어요.
심영섭 평론가 ‘지슬’이 감자라는 뜻이죠. ‘땅의 이슬’ 같은 느낌도 있어요. 원래 제목이 ‘꿀꿀이’였다고 하던데.
오멸 감독 돼지와 관련된 내용이 빠졌어요. ‘꿀꿀이’라는 건 돼지가 우는 소리거든요. 이중적인 뉘앙스죠. 아름답지만 슬픔을 가진 제주와 느낌이 비슷해서 쓰려고 했는데, 주인 할머니의 스케줄 때문에 돼지가 섭외가 안 됐어요. 그래서 수정했습니다.
심영섭 평론가 그래서 ‘지슬’이 되었군요. 그 감자는 어머니의 유언이자 유품처럼 보입니다. 감자를 생각하면 굶주림, 흉작, 생존, 이런 것을 떠올리게 되잖아요. 감자를 먹는 모습을 보면서 <토리노의 말>이라는 영화도 생각이 났어요. 전혀 다른 작품이지만. 감독님은 감자에 대해서 소울푸드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용을 전환했나요?
오멸 감독 감자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음식이잖아요. 돼지로 이야기할 때도 음식의 개념이 있었거든요. 같은 지역의 사연 중에서 이런 게 있었어요. 학살을 당하고 나서 시신을 못 치우게 합니다. 그 상황에서 돼지들이 울타리를 허물고 나와 시신을 먹습니다. 일 년 뒤에 돼지가 엄청 성장을 합니다. 그 돼지를 군인이 다시 잡아먹습니다. 이렇게 돌고 도는 거죠. 지슬로 넘어갈 때는 조금 더 내부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머니의 사연을 더 적극적으로 다뤘죠.
심영섭 평론가 제가 잠깐 감독님을 소개하자면, 제주도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3학년 때 붓을 살 형편이 안 돼서 친구 집에 가서 밤새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자파리 연구소에서 한동안 연극에 몰두했습니다. ‘자파리’는 쓸모없는 짓이라는 의미죠. 2011년 <오돌또기>로 서울어린이연극상에서 4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영화는 <어이그, 저 귓것>, <뽕돌>, <이어도>를 만들었고 <지슬>은 네 번째 작품입니다. 연극적인 느낌이 있어요. 동굴에서 수평 트래킹 할 때 개별 인물을 스케치하면서 돌고 돌잖아요. 미로 속에 빠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그게 특히 연극적인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회화적이고 수묵화적이기도 합니다. 여러 백그라운드가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이즈의 규칙은 어떻게 잡으신 거예요? 콘티를 그리고 하신 건가요?
오멸 감독 제가 작업을 할 때 그런 구분을 짓지는 못해요. 사전 콘티 없이 당일 현장에서 아침에 바로 합니다. 이게 어떻게 나올지는 그날 촬영이 끝난 뒤에 가편집하면서 알게 되죠. 저는 액션 부르기 전까지는 모든 게 바뀔 수 있다는 태도를 갖고 있어요. 시나리오는 집에서 쓰는 거고, 저희는 여건이 좋지 않으니까 헌팅이 쉽지 않거든요.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에 적응을 해야겠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액션 부르기 직전에 몸의 감각이 제일 좋아지는 것 같아요.
심영섭 평론가 군인들은 서울 출신의 연극배우로, 주민들은 제주도에 사는 비전문배우로 캐스팅한 이유가 있나요?
오멸 감독 우선 사투리를 써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제주도 사람으로 섭외했어요. 그리고 그분들이 후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픔을 겪은 분들이 그런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연기 지도에 별 문제가 없었어요. 군인들은 실제로 육지에서 내려온 사람들이라 서울에서 연극을 하는 친구들을 불렀는데, 그들은 연기에 칼을 갈고 있었어요. 날이 선 사람들이죠. 그런 식의 포지션을 원했습니다. 주민들은 긴장이 완화된 상태에서 대상을 만나고, 군인들은 나름 긴장한 상태에서 접근을 하고.
관객 A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제가 배울 때만 해도,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4.3 사건이 딱 한 줄밖에 기록이 안 되어 있었어요. 그런 점에서 먼저 이 영화를 만들어주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것을 흑백으로 찍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멸 감독 흔히 제주도를 아름다운 관광지로 많이 알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그 화려함 밑에 슬픔이 있다는 건 잘 몰라요. 말씀하셨다시피 역사책에도 얼마 안 나와 있잖아요. 저는 아름다움이 슬픔을 덮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컬러를 배제하는 것이 슬픔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의미가 있지 않겠나 생각했어요.
심영섭 평론가 그럼 여기서 4.3 사건에 대해 짧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1947년 3월 1일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한 아이가 채입니다. 경찰이 항의 시위를 하는 민중들에게 발포를 해서 6명이 죽고 8명이 부상을 당합니다. 1948년 4월 3일 과잉 진압에 대한 주민들 및 남로당의 항의 시위가 있었고 1954년 9월 21일까지 무차별 진압이 자행되었습니다. 3만 명이 사망했는데, 6.25 이후 가장 큰 민간인 학살 사건인 것 같아요. 95%의 주민이 총파업을 할 만큼 제주도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연루된 일이죠.
관객 B 신위-신묘-음복-소지, 이렇게 네 개의 챕터로 나눈 게 인상적이었어요.
오멸 감독 저도 솔직히 집에서 제사를 지내면 지겨워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촬영하는 첫날 크레인이 넘어가는 일이 발생했어요. 스태프들이 다 매달렸지만 꿈쩍도 안 해요. 이것마저 무너지면 저희도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이 작업 자체가 우리의 힘으로 넘어갈 수 있는 세계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면 태도의 문제가 아닐까? 내가 뭔가를 잘못 촬영한 게 아닐까? 프롤로그 장면을 보면 제기들이 눕혀져 있잖아요. 저희가 그걸 제상으로 생각했는데 지방을 안 붙였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제를 보냈어요. 그랬더니 두 테이크 만에 오케이가 떨어졌어요. 진짜 제사를 지내라고 한 건가 보다. 그러면서 편집할 때 소제목으로 제의적인 표현을 쓰게 됐습니다.
심영섭 평론가 고 김경률 감독을 맨 앞에 프로듀서로 놓으셨던데, 소개 좀 해주세요.
오멸 감독 제주도에서 십여 편의 단편을 작업했고 <끝나지 않은 세월>을 만든 분인데, 그걸 만들고 나서 1년 안에 뇌출혈로 돌아가셨어요. 첫 장편인데 잘 안됐습니다. 저는 이분도 4.3의 또 다른 희생자라고 생각했어요. 제주도에 계신 분들이나 거기서 조금만 삶을 체험해본 분들이면 아실 거예요. 저도 지난 부산영화제에서 4,5일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무릎에 통증이 와서 새벽에 응급실에 가서 주사를 맞았거든요. 이유 없이 몸이 아픈 거예요. 제주도 사람들은 그런 부담이 몸에 너무 많이 쌓여 있어요. 영화라는 매체가 사회적 역할을 하잖아요. 다른 쪽에서 해결하지 못하다 보니까 저희한테 숙제가 되는 거죠. 저는 영화를 찍고 나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숙제만 주지 말고 그걸 해결할 힘도 줘라. 경률이 형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 아니냐.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예술가들이 많은데, 저희한테는 스승처럼 생각되는 분입니다.
관객 C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물동이를 이고 있는 정길이 등장하는데, 어떤 역할인가요?
심영섭 평론가 보통 물지게를 지는 건 여자잖아요. 그런데 군인이 지고 다니는 게 신기했어요. 귀신이 붙은 것 같기도 하고.
오멸 감독 정길은 실제로 여자입니다. 저희 스태프로 온 친구예요. 저는 그 캐릭터에 제주도 신화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싶었어요. 설문대할망 아시죠? 500명의 아이를 낳은 거인이잖아요.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죽을 끓여요. 그런데 힘에 부쳐서 솥에 빠지고 맙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고기죽을 먹게 된 거죠. 정길이 계속 물을 길어다 놓는 자리가 바로 그 솥이고, 솥 안에 돼지를 삶아서 먹기도 하고 김 상사가 요람처럼 목욕을 하기도 하죠. 어쩌면 김 상사도 설문대할망이 품어야 하는 또 하나의 대상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정길은 군인과 주민을 함께 체감하는 인물로 그렸어요. 그 안에 있기 위해서는 여자라는 사실을 숨겨야 하는데, 저는 동네 오빠를 쫓아다니다가 전쟁통에 갈 데가 없어서 군복을 입고 들어온 캐릭터로 잡았어요.
심영섭 평론가 이상한 얘기지만 평론가로서 가끔 영화를 봤는데 영화의 역사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봤을 때 그랬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신령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멋진 영화의 세계를 열어갈 감독님을 만난 것 같아 정말 반갑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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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이 안보여요~ T T
전 제주도 시사회날 봤어요 영화보고 먹먹해지는게 역사의불행이 예술로 승화되서 행복을주는 아이러니를 느꼈어요 많이들 관람해주시기바래요~~제주도민 으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