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10월 25일 화요일 비오다 맑음
비가 제법 쏟아진다.
지금 오는 비는 농사에 도움이 안 되는 심술쟁이 비다.
차창으로 벼를 베어 깔아 놓고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논이 보였다.
그 논의 주인은 속깨나 타겠다.
나도 ‘개울가에 있는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은 떠내려 가겠구나’ 걱정 된다
불당골에 거름을 내려놓고, 청양으로 달렸다.
몇 가지 처리할 일이 있다.
청양 군청 민원실에 가서 귀농에 대해 알아보러 왔다고 하니까 자기들 소관이 아니니 농업기술센터로 가란다.
약도까지 그려준다. 요즈음 공무원들은 친절이 몸에 밴듯하다.
농사에 쓸 창고를 지으려고 하는데 어느 과로 가야 하는지 물으니까 도시정책과라고 알려주며 어느 건물인지 가리킨다.
“창고를 지으려고 합니다.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합니까 ?”
“군청을 나가서 네거리에 설계사무소가 몇 개 있습니다. 그 중 하나에 부탁해서 설계도를 그리고 인터넷으로 올리면 그 걸 보고 결재를 해드립니다”
그러니까 군청에서는 결재만 하고, 일은 설계사무소에서 맡아서 하는 시스템이로구나. 군청은 찾아 올 필요도 없었는데....
다음은 환경과에 들렀다.
“총포 구입 허가를 받으려고 왔는데 어느 분을 뵈어야 합니까 ?”
문 앞의 여 사무원이 두 말없이 따라오라며 안내한다.
문 앞에 앉은 죄로 귀찮은 일이 많겠다.
“정산에서 농사를 짓는데 고라니 때문에 고구마 농사를 망쳤고, 청설모 때문에 피해가 큽니다. 그래서 공기총을 사려고 했더니 군청에 가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왔습니다.”
유해야생동물 포획허가신청서를 주더니 쓰라고 한다.
“농사는 정산에서 짓지만 주민등록은 아산에 있습니다. 그래도 됩니까 ?”
“그래요 그러면 알아봐야 되겠습니다.”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그럼 여기서 허가는 내드릴테니, 총기를 구입하시고 아산경찰서에 가서 소지 허가를 받으세요. 그리고 여기서 농사를 짓는다는 이장의 도장을 받아 오세요”
군청에서의 일은 끝나고, 농업기술센터로 가야 한다.
도중에 전부터 아는 산림조합 유과장에게 전화를 했다.
“창고 짓는 허가를 내려고 군청에 왔더니 설계사무소로 가라는데, 나는 청양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으니 과장님이 소개해 주세요”
금방 문자로 넣는 댄다. 일사 천리다
묻고 물어 청양 외곽에 뚝 떨어져 있는 기술센터를 찾았다.
“귀농에 대해서 여쭈어 보러 왔습니다”
“왜 귀농 신청을 하시려 하십니까 ?”
“귀농을 하면 농기구 구입이나 주택 신축 등에 혜택을 준다고 해서입니다. 저는 주민등록이 아산에 있는데 주소를 정산으로 옮기면 귀농이 인정 됩니까 ?”
“아산에 농지원부가 있습니까 ?” “예 있지요” “그럼 안 됩니다. 이미 농사를 짓고 계시기 때문에 귀농이 아닙니다. 그리고 귀농은 도시에서 올 때 인정 됩니다” “그럼 제 안식구는 대전에서 공직에 있는데, 정산으로 퇴거를 하면 귀농이 됩니까 ?” “직업이 있으면 안 됩니다”
‘괜히 왔다.’ 안 될 거라 생각되었지만 확실하게 알고 싶어 왔는데 역시나다.
청양으로 들어오면서 설계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점심시간이 임박해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유과장님의 소개로 전화했습니다. 곧 점심시간인데 만나 뵐 수 있습니까 ?”
“예, 전화 받았습니다. 점심약속이 있는데 점심 후에 만나면 어떨까요 ?”
“혼자 밥먹기 뭐해서 그러죠”
“그럼 지번만 말씀해 주세요, 제가 알아서 할 게요”
한 참후 전화로 알려 준다.
“대지는 택지라 택지로 전환하느라 돈을 쓸 필요가 없고, 측량을 해야되니 어디어디로 신청해 주세요. 측량하는 날 나가 보고 상의 드리겠습니다”
“설계비 등 제가 부담할 비용은 얼마인가요 ?”
“원래 250만원을 받는데 유과장님이 특별히 싸게 해 드리라고 해서 180만원만 받겠습니다” 허, 돈 벌었다.
측량비는 48만 8천원이란다. 밭 한 필지를 측량하는데 너무 비싼 것 같다.
11월 9일 측량하러 온 단다.
오늘 공부 많이 했다. 평생 교직에만 있으면서 전혀 몰랐던 것들을.
앞으로 귀농할 분이 계시면 보시라고 자세히 썼다.
머리도 식힐 겸 서당골로 은행을 주으러 갔다.
아직은 낙엽이 떨어지지 않아 줍기가 수월했다.